(31) [인터뷰] 이현정 인천시 '동 협치형 주민참여예산' 담당
이번 연재는 지난 30회와 연계하여 직접 인천시의 '동 협치형 주민참여예산' 담당자를 만나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Q :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인천에서 나고 자란 30대 여성 이현정입니다.
Q : 주로 어떤 일을 하세요?
A : 현재는 인천시청에서 동 협치형 주민참여 예산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주민자치 회원을 위한 교육 사업의 일부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 동 협치형 주민참여예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19년부터 인천시에서 운영되는 사업입니다. 2019년에는 <동 계획형 주민참여 예산> 2020년에는 <동 협치형 주민참여 예산> 2021년에는 <주민자치회형 주민참여 예산> 이렇게 사업명이 바뀌었어요.
사업 이름이 바뀐 것만 봐도 아시겠지만, 사업이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취지는 '읍·면·동 단위에 주민 생활 밀착형 사업을 주민이 직접 발굴하고 기획하여 예산 집행까지 해 본다.'에요. 주민이 직접 사업을 발굴하고 동 총회를 통해서 우선순위 투표가 진행 됩니다. 선정된 사업 중 일부는 행정기관(구청,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집행하고 일부는 주민들이 직접 집행하는 형태의 사업입니다.
Q : 군·구별 차이가 있나요?
A : 2019년에는 시범사업으로 시작했고, 주민자치회로 전환된 동이 많지 않아서 주민자치회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지는 않았어요. 2020년 발굴 사업부터 주민자치회로 전환된 동과 연계해서 발굴하였고, 올해부터 주민자치회에서 직접 집행하는 사업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10개 군·구가 똑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운영되지는 않아요. 다만 시에서는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 동 협치형 주민참여예산의 장점과 단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 장점은 주민이 마을의 주인이 되어 가는 방법의 하나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멀지 않은 과거에는 행정에서 많은 부분을 이끌어가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도 그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요. 그랬던 과거에 비하면 주민이 직접 예산 제도를 경험하고 본인의 삶의 터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크게 변화한 점 같아요. 행정에서도 시행착오를 겪고는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 자체는 굉장히 큰 변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점은...단점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과도기이기 때문에 사업의 완성도가 높지는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업을 완성도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목적, 목표 그리고 방향과 실행 방법 등을 민관이 밀도 있게 공유해야 할 텐데요. 코로나 상황과도 겹치기도 했고, 민관이 함께 무언가를 공유하는 노하우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관이 각자의 시각으로 한 부분을 전체로 오해하고 실천해 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민관이 협력하여 각 읍면동에 꼭 필요한 일들을 이뤄내는 과정으로 목표가 확실히 선다면 주민과 행정 간의 불필요한 오해와 효율 없는 사업 운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 같아요.
Q : 아~ 그로 인해서 시·군·구 담당자들도 정책이나 제도를 모르고 사업을 집행하는 부분이 발생했었고, 동에서는 더 심했고... 그래서 사업 교육을 진행해도 잘 안 되고, 어느 쪽에서는 교육이 중복해서 진행이 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폐단들이 발생하였던 거군요.
A : 동에서 직접 활동을 하시니까 저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아는 만큼 불편하고 답답한 부분이 있으시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되는데요. 저는 주민과 함께하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어떤 취지를 가진 사업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1번, 파악된 사항을 민관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2번, 공유된 내용을 잘 실현할 수 있는 자발성이 있는 곳부터 시범 사업을 해보는 것이 3번, 거기에서 나온 결과 값을 가지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며 확대하는 게 순서 같은데 조금은 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코로나 사태가 갑작스럽게 터지는 바람에도 그렇고... 사업의 본질적인 부분 외의 것들이 훨씬 많이 작용한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운영하는 주체들이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 환경에서는 이 사업의 A부터 Z까지 파악하고 각자의 역할을 찾아 수행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 내년에 실제로 올해 발굴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진행이 되어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위드 코로나로 간다고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다면 상황이 비슷하지 않을까요? 내년도 사업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A :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주민 분들이 작년 코로나 시국에서도 집합을 해야 하거나 서로 대면해야 하는 사업을 많이 발굴하고 기획하시더라고요. 짐작해 보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것이다.’ 이런 희망을 품고 계신 것 같기도 하고, 동에서 긴 시간 활동하시면서 그 방법이 익숙하셨을 것도 같아요.
그리고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온라인으로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대면하는 것보다 효과도 크지 않다고 체감하는데요. 그렇더라도 내년에는 조금 더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주민 분들이 같이 생각해 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올해 사업 집행률을 보면 8월 말 기준으로 30%를 웃도는 수준이에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장기화 되면서 진행이 어려운 사업이 많기 때문인데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 않더라도 지속 운영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Q : 제가 알기로는 올해 기획했던 사업 들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내년에 실행할 때 직접 대면해서 하는 것들이 많아요. 그러려면 그것을 비대면으로 전환해서 순차적으로 진행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여력이 주민자치회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 현재로서는 그런 여력이 되지 않아요. 또 무급 자원봉사로 하는 활동들이 다수다 보니까 어려움이 있거든요.
A : 동 협치형 주민참여 예산 사업 중 주민이 직접 집행하는 사업은 ‘민간 경상 보조금 사업’인데요, 이것은 사업 운영에 공고한 틀이 있는 사업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일이 많아요. 집행하는 것 자체가 일이에요.
행정기관, 공공기관에서는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급여를 받고 일을 수행하는데, 주민자치회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죠. 주민자치회 안에 상시 인력을 두고 인건비 등을 사용하면서 운영할 수 없는 사업입니다. 운영비 성격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이런 부분을 풀어내는 것이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많이 어려운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주민자치회에서 운영비로도 사용할 수 있는 사업비로도 사용할 수 있고 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어떤 다른 형태가 예산이 마련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합니다. 지금 현재는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목표로 동 협치형 주민참여 예산 사업비를 활용해야 되는 부분 때문에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Q : 주민참여예산도 민간경상 보조금 사업이 전부가 아니라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다양한 예산사용이 잘 되고 있는 건지?, 사업이 잘 진행되는 건지?, 사업 진행에 주민의견은 어떠한지? 마을에 실제로 필요한 사업인지 등을 논의 하는 협의 테이블도 필요하고 한데... 민간경상보조금 사업이 주민참여예산의 전부인 것처럼 논의 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부서와 조율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부서 칸막이가 높은 이유가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A : 칸막이가 높은 이유는 책임성 때문일 것 같아요. 나쁘다고만 보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이 너무 광범위하면 책임을 지기가 어렵습니다. 한정된 일을 완성도 높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무분장이 확실한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맡은 것을 높은 완성도를 가질 수 있게 수행하려다 보니까 다른 것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전체를 파악하는 힘은 조금 부족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행정이 마을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것 같아요. 마을이, 사람의 삶이 정확하게 분절되지 않고 통합의 영역에 있는데 행정에서는 담당국, 과, 팀, 자는 분절된 특정 부분의 일을 수행해야 하니까요.
Q : 그래서 제가 옛날에 ‘공무원들이 무조건 일을 하려면 1년에 일정시간 의무 자원봉사를 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럼 마을을 좀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고, 공무원도 주민인데 관리자로만 주민을 대하는 것 같아서 마을 활동을 하면서 가끔 답답함을 넘어서 좌절감이 들다 포기 상태가 오더라고요. 행정고시를 통과한 사람과 통과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아이러니함을 가끔 느끼고 있습니다. 행정고시에 자원봉사 필수이수를 넣던가, 배정받고 하던가 대책도 필요한 것 같아요.
A : 마을에는 마을에서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기 때문에, 본인의 역사가 묻어있는 곳이기에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지요. 시간이 남아돌거나 경제적인 보상을 차원만을 위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적절한 보상이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런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행정과 협업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과 어떻게 지속해서 함께 할 수 있을까를 행정에서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단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Q : 그 전에는 어떤 활동 하셨어요?
A : 시청에 오기 직전에는 미추홀구청에서 교육혁신 사업을 했습니다. 교육혁신 사업 중 마을교육 공동체 사업을 운영했어요. 재미있는 건 그때도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담당한다기에 이것저것 기대했었는데 ‘온 마을 학교’라는 민간경상보조금 사업이 우선 마련되어 있었어요.
‘마을교육공동체’가 자칫 보조금 사업으로 읽히지는 않을까 겁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마을에 대한 어떤 철학과 가치를 가지고 사업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될까 하는 기대보다는 보조금 사업의 경력이 화려하고 서류 작성을 잘하시는 분을 더 많이 만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사업 운영은 그 고민으로부터 시작했었고, 기억에 남을 만큼 재미있었어요. 또 바로 직전에는 청년 활동을 짧게나마 했었습니다. 그전에는 제 전공대로 문화예술과 청소년 교육에 관한 일을 했습니다.
Q : 청년 활동이라고 하면?
A : 청년 활동은 정말 뭔지 모르고 뛰어들었었어요. 운이 좋게도 저는 대학 졸업하고 바로 친구들이 취업 걱정을 많이 하던 시기에 일을 하게 됐고, 이직도 어렵지 않게 했었습니다. 학교, 문화재단, 예술협회, 청소년 센터 등 공공영역에서 일할 기회들이 많았어요. 근 10년을 직장에 몸담고 일을 하면서도 직장이라는 틀에 맞춰서 일해야 되는 것들이 어딘가 어색했던 것 같아요. 그런 틀 밖에서 나 같은 청년들이랑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정말 짧게 했습니다. 1년 남짓했는데 정말 못하겠더라고요.
Q : 왜지요?
A : 일단 먹고 사는 게 해결이 안 됐습니다. 저는 20대 중반부터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했던 상태였기 때문에 제 생계는 제가 꾸려갔어야 했는데 그간 벌어놓은 돈으로는 1년도 못 버티더라고요. 두 번째는 마을에서의 활동이라는 게 끝이 없었습니다. 생활과 삶과 일, 여가, 휴식 등이 마구 섞여 삶의 균형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Q : 이야기 한 것처럼 마을에서 청년활동가들이 정말 귀해요. 마을에 청년활동가 들이 정말 많아 졌으면 좋겠는데 그게 되려면 동반 되어야 할 것이 있을까요?
A : 어. 너무 많아요. 제가 해보니까 알겠어요. 우선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해요. 청년들이 지역에서 본인이 배운 것들을 펼칠 장이 필요해요. 제가 청년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왜 서울로 안 갔어?’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듣고 보니까 20대 때 똑똑했던 제 친구들은 인천에 아무도 없더라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인천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저는 여기에 추억이 많고 그냥 이게 제 삶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을 못 했는데 그 질문을 듣고 나니 ‘그러네~ 다 떠났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활동으로서의 청년활동, 마을활동으로만 접근했던 것도 제가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부분입니다. 오히려 청년 사업가로서 사업하는 청년들이 인천에 곳곳에 있어요. 그분들은 저보다도 앞서서 생계를 해결하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있었고, 그 방향 찾았던 건데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뛰어들었던 거죠. 뛰어들고 보니 필요는 한데 너무 힘들고 그랬던 상황이었어요. 또 지역에 남아있는 것이 자랑스러워야 해요. 내가 지역에서 배운 건 지역에 환원하는 게 멋있는 문화여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그 문화를 이루려면 교육에서부터 출발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땐 굉장히 힘들었지만 짧은 그 경험이 10여 년 간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준 시기였습니다.
Q :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담당자의 이해와 의지에 따라 주민참여 예산제가 실현되는 모습이 다르게 나오고 있어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요?
A : 주민이 공공의 행정에서 하던 일에 참여하는 일이 생겼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첫술에 배부를 리 없듯이 빠른 시간 안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필요해요. 담당자도 사업을 이해하는 시간, 주민을 이해하는 시간, 지역을 알아가는 시간,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시간이 필요하다는 개념을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이제야 조금 느낀다는 것은 제가 많이 젊다는 반증이겠지요? 민관이 함께 알아가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하고, 이해해 나가며 발전시키다 보면 란츠게마보다 좋은 무엇인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A : 마을마다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것을 문제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문제로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해요. 불거져 나오는 문제가 있어야 해결할 수 있어요. 보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작이라고 받아들여 주시고 민과 관이, 민과 민이, 관과 관이 서로 경청하는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또 행정 내에 주민참여의 가치가 확산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주민이 참여한다.’를 넘어 ‘민관이 협치 한다.’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