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의 조수웅덩이 - 썰물이 되어도 바다 생물들의 머물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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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의 조수웅덩이 - 썰물이 되어도 바다 생물들의 머물 수 있는 곳
  • 박정운
  • 승인 2021.10.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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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7) 박정운 /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썰물이 되면 드러나는 조수웅덩이
썰물이 되면 드러나는 조수웅덩이

 

백령도는 사곶해안과 콩돌해안, 어릿골해안 등의 모래해안이나 자갈해안 외에도 섬 둘레를 따라 갯바위로 지대가 잘 형성되어 있다. 갯바위는 어느 해안과 마찬가지로 바다와 육지의 영향을 모두 받는 공간으로 바다와 육지의 중간지대에 위치한다. 그러나 갯바위는 육상생태계보다 해양생태계의 특징을 더 잘 보여준다. 삭막해 보이는 갯바위 지대에 무슨 해양생물들이 살 수 있을까 싶지만, 조금만 더 유심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해양생물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썰물 때에 바닷물이 빠지고 난 후의 갯바위 곳곳에는 바닷물이 고여 있는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보인다. 조수웅덩이라 불리는 이 물웅덩이는 갯바위 조간대 생태계에서도 독립적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뻘갯벌이나 모래갯벌 등 일반적인 조간대 환경은 바닷물이 들어오면 물 속에 잠겨 바닷속 생태계를 이루다가 썰물 때에 바닷물이 빠지면 그대로 드러난다. 반면에 조수웅덩이는 썰물이 되어도 웅덩이에 바닷물이 고여 있기 때문에 일부 해양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다양한 조수웅덩이
다양한 조수웅덩이

 

물론 조수웅덩이의 환경이 해양 생물들에게 녹녹치만은 않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하루 몇 시간 노출되는 조수웅덩이의 극심한 환경변화에 적응한 생물종만이 살아갈 수 있다. 특히 여름철의 경우, 썰물 때에 드러난 조수웅덩이는 웅덩이 속의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수온과 염분이 높아지고, 생물의 생리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수소이온농도(pH)도 증가하게 된다. 조수웅덩이의 규모에 따라 환경변화의 차이는 있다. 소형 조수웅덩이의 경우는 수심이 얕고 면적이 좁아 은신처가 될 수 있는 자갈 등도 작다. 해안에서 접근도 쉽고 생물들을 채집하기도 쉬운 위치라서 사람들에 의한 생태적 교란이 큰 편이다. 반면 중대형 조수웅덩이는 환경변화가 그렇게 크지는 않아서 해안 가까이 생활하는 해양 생물들의 서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특징을 가진 조수웅덩이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조수웅덩이의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해양생물의 다양성 정도의 차이가 있으며, 복족류, 홍합과 같은 이족, 따개비, 게, 가재와 같은 갑각류, 불가사리와 성게 등 극피동물과 새우말 등의 해초류와 해조류, 망둥어 같은 어류 등이 서식한다고 한다. 이 중 물 속 이동이 자유로운 어류는 조수웅덩이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해양생물이다. 특히 소형 어류들은 산란을 위해, 어린시기의 은신처로, 먹이를 구하거나 휴식처로 조수웅덩이의 작은 돌 틈과 해조류 사이를 이용한다.

조수웅덩이에 살아가는 생물
조수웅덩이에 살아가는 해양생물

 

백령도 연안에도 갯바위 지대를 따라 곳곳에서 다양한 크기와 수심, 위치를 가진 조수웅덩이를 만날 수 있다. 해안에 가까운 소형 조수웅덩이에는 하구역이나 하류역의 바위나 돌 등이 있는 곳에 모여 사는 검정망둑, 두줄망둑을 비롯한 여러 망둥어과 어류들이 보인다. 조간대 생태계에서 관찰되는 그물베도라치, 큰손딱총새우, 돌고부지, 개울타리고둥, 댕가리, 흰삿갓조개, 맵싸리, 무니발게, 풀게, 납작게, 얇은니부채게, 좁은뿔꼬마새우, 홍합, 말미잘, 새우말과 거머리말 등의 잘피와 다양한 해조류 등....... 이름을 다 파악하지 못한 해양생물들이 썰물 때 드러난 조수웅덩이 만의 독특한 환경에서도 생활을 하고 있다.

 

새우말
새우말
새우말 틈에서 살고 있는 생물들
새우말 틈에서 살고 있는 생물들

특히 백령도 갯바위 지대의 조수웅덩이에는 해양보호생물인 새우말이 곳곳에 서식하고 있다. 두무진 갯바위 지대에 있는 조수웅덩이에서는 새우말 뿌리 틈에서 생활하는 갯지렁이도 관찰한 적 있다. 바다에 사는 종자식물인 새우말과 같은 해초는 세균을 죽이는 물질을 배출하여 인간과 해양 생물에게 해를 끼치는 병원균을 최대 50%까지 줄여준다고 한다. 또 해초 서식지는 얕은 바다의 수질을 개선하고 물고기 서식지를 제공하고 양분 순환, 퇴적물 안정화는 물론이고 이산화탄소 감소 등 유익한 영향을 준다.

새무말 뿌리에서 살고 있는 갯지렁이
새무말 뿌리에서 살고 있는 갯지렁이

그러나 백령도 해안도 여러 개발과 환경오염 등으로 조수웅덩이 등 갯바위 생태계가 점점 훼손되고 있어 갯바위 생태계를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생태계 조사와 기록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조수웅덩이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는 제주도의 경우, 2019년에 해양수산부에서 발간한 <갯바위 생태계>에서 제주도의 조수웅덩이는 물론 갯바위 생태계에 대한 다양한 생물종과 서식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섬 지역의 특색 있는 갯바위 생태계에 대한 종합적인 기록과 자료가 있다는 것이 부러울 따름이다. 서해접경지역으로 해안 지뢰매설 등으로 조사의 어려움이 큰 지역이긴 하나 남방계와 북방계 해양 생물이 공존하는 이 곳 백령도에서도 조수웅덩이와 갯바위 생태계를 조사하고 기록한 총서가 제작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갯바위 생태계 총서
<갯바위 생태계>
큰 조수 웅덩이
큰 조수 웅덩이
조수웅덩이에 살고 있는 해조류와 잘피
조수웅덩이에 살고 있는 해조류와 잘피
조수웅덩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물
조수웅덩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조개류
조수웅덩이에서 살고 있는 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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