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대화 - 자기 생각, 관념보다 보고 느낀 걸 전달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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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대화 - 자기 생각, 관념보다 보고 느낀 걸 전달하는 기술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1.11.09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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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시민로드(하) - 문화가 있는 도시]
(3) 미학적 대화 - 임지연 / 생명정치재단 상임이사

인천in은 올 상반기 이어 11월2일부터 학산문화원이 진행하는 지역인문강좌 ‘미추홀 시민로드 – 문화가 있는 도시를 꿈꾸다’ 중 <미학>과 <생태자원>편을 각각 4회씩 8회에 걸쳐 요약해 싣습니다. ‘문화시민을 위한 미학’은 ‘천하의 잡것이 되어라’를 주제로 임지연 생명정치재단 상임이사가, ‘문화와 생태자원의 회복’은 ‘학익천맹꽁이의 회복’을 주제로 장정구 인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이 진행합니다. 11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각각 강좌를 열고 오후에 인천in에 게재됩니다.

 

잘 사는 삶 = 좋은 관계 맺기

살아있다는 건 관계를 맺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생로병사의 과정 그 자체로는 의미나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삶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로 의미와 가치가 생긴다.

삶의 목적은 행복하게 사는 것, 잘 사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잘 사는 삶이란 곧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나쁜 관계를 맺으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 게 되기 때문이다.

미학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곧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라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오늘의 주제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미학적 대화의 기술이다.

 

 

이성을 통한 진리는 관계가 분리된다

‘관계를 맺는다’는 말은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전체와 부분의 관계, 나와 너의 관계 등 관계란 단독자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하나와 다른 하나가 항을 가진 것에서 출발한다. 관계 맺음에 대한 직관적 체계가 있다면 그것은 수의 체계다.

서양의 진리관에서 상징적인 명제는 피타고라스가 주창한 ‘만물의 근원인 수’다. 피타고라스는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을 찾고자 했고 그것이 진리라고 생각했다. 피타고라스의 사상에서 수적 체계에 기초한 조화로움은 인간이 추구할 진리의 참된 모습이라고 여긴다. 여기서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헤겔로 이어지는 서구 정신사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성을 통해 추구하는 진리의 특성은 다른 것과 섞일 수 없는 것이다. 분리되고 분열된 상태에서 서열 의식이 생긴다. 특권이 생기면 지배와 피지배 같은 폭력적인 구조들이 사회에 남게 된다. 이러면 자신의 존재감을 축소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생명을 억압하는 삶의 방식은 전환되어야 한다.

 

 

감성으로 진리를 수립하다

미학은 이성보다 감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간의 대표적 능력으로 이성과 감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서구 근대 시기는 이성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진리를 수립하는 흐름이다.

감성은 활동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기계적이 아닌 명제가 생겨나는 걸 알아차리고 보고 느끼는 것이다.

칸트는 모든 자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밝히려고 했다. 감성 활동을 통해 여러 속성을 수용하고 수용된 속성을 종합해 일정 정도의 앎을 생산해낸다. 인간의 감성은 외부를 수용하고 이성은 자발적으로 앎과 이해, 지식을 생산하는 활동을 한다. 자아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인식 능력과 활동을 설명하는 게 칸트 철학의 핵심이다.

‘나는 나를 느낀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명제와 같이 헤르더는 감각의 능력 중요시했다. 몸을 통해 경험하는 진리의 모습은 감각적으로 수용된다고 생각했다. 어린아이의 언어는 성인과 다르지만, 어른들은 소리를 통해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가 원하는 바를 알 수 있다. 언어는 말로 전달되지만, 제스쳐나 톤, 억양, 목소리를 통해 더욱 많은 이해 요소들 수용한다.

자아가 세계로 열리는 첫 관문은 자기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면 타인과 관계 맺음에 있어 고통과 문제를 유발한다.

삶의 진리로서 관계 맺음이란 ‘내가 다른 존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현장이다.

 

 

비폭력 대화와 유사한 미학적 대화

전통적으로 미학에서 인간의 시각·청각은 상위 감각, 후각·촉각·미각은 하위 감각으로 여긴다. 상위 감각은 지성과 연결되고 하위 감각은 혼돈을 느끼게 한다. 현대 미학에서는 상하 위계를 없애자고 말한다. 감각이란 운동성 안에서 같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미학은 관계성의 학문이다. 폭력은 관계의 단절을 이야기한다. 비폭력 대화는 관계 맺음의 대화로 미학적 대화와 연결될 수 있다.

듣기에서 이성 능력이 먼저 나오면 판단이나 평가가 먼저 내려진다. 이는 관계를 단절시키는 듣기다. 가만히 얘기를 들어주며 기분과 톤 등을 확인해야 한다. 비폭력 대화에서 거울 경청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기술이다.

또한, 소리를 듣는 게 아닌 그 사람의 욕망, 내면세계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필터를 거두고 솔직하게 ‘뭘 도와줄까? 뭐가 필요해?’라고 물어보는 것도 좋은 대화 방법이다.

 

 

말할 때는 1차적으로 본 대로 말하는 게 좋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경우, 상황 전체가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 자기 생각, 관념보다 본 걸 전달하는 게 좋은 말하기 기술이다. 본인 선입견에 기초해 말하면 오히려 많은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

느낌을 말하는 연습을 자주 해야 한다. 1차적으로 자신의 느낌을 명확하게 한 다음,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면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진다. 느낌을 숨기면 상대가 오해해 의사소통을 못 하게 된다.

자신의 욕망을 말하길 부끄럽게 여기면 안 된다. 도덕 관념에 찌들면 몸의 운동성을 인정 안 하려고 한다. 욕망을 비천하게 여기는 시선이 생겨 억압하는 일이 생긴다. 솔직하게 욕망을 드러내는 게 필요하다. 다음 단계로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숨기면 파악하느라 시간이 뺏기고 지치게 된다.

본인의 감각에 투명해지자. 내적 운동을 들여다보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미학적 활동을 이성, 도덕, 선입견으로 누르면 대화가 꼬이고 삶이 어려워진다.

 

 

관계 파괴 대화 알아차리기

비교, 평가, 책임회피 등 관계성을 파괴하는 언행들이 있다. 들을 필요 없는 이야기다. 관념에 따라 비교하고 내린 평가를 받아들이면 자신의 생명성을 축소하는 것이다. 억압을 알아차리려면 깨어있어야 한다.

자신의 기분을 표현해 관계성을 파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기 자신의 감각과 생각을 알아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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