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적도 가을여행 - 영혼의 양식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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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도 가을여행 - 영혼의 양식이 되다
  • 안태엽 시민기자
  • 승인 2021.11.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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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기획] 선단여, 곰바위, 적송숲... 눈길 닿는 곳마다 절경
- 안태엽 시민기자

 

덕적도를 찾았다. 늦가을 바람이 건네주는 바다 내음에 발걸음이 가벼워 닺는 순간 답답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인 덕적도는 산과 바다 등산로와 산책로 그리고 캠핑장이 있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섬이다. 덕적도의 앞바다는 눈길 닿는 곳마다 절경이다. ‘선단여’를 비롯해 ‘곰바위’ 같은 상징물들이 덕적도임을 알린다. 곰 바위는 곰의 모양을 하고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꾸부정한 모습으로 두 손을 모아 마치 기도하는 사람처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고기 잡으러 나간 어부들이 사고 없이 돌아올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 같다.

이곳은 섬이지만 숲이 울창하고 암초와 갯바위가 많아 우럭과 놀래미가 많이 잡혀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선단여
선단여
곰바위
곰바위

 

덕적도의 해수욕장 다섯 곳 중, 밧지름 해변은 황금빛 모래사장과 수백 년 된 적송 숲으로 이루어져 있고 편의시설도 잘 되어있어 캠핑하기 좋은 곳이다. 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마음으로부터 오는 소·확·행이다.

서포리 해변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으뜸해수욕장으로 손꼽힌다. 30만 평의 끝없이 펼쳐지는 고운 모래 백사장과 해송 숲으로 어우러져 있다. 바다가 섬을 휘감아 돌아 해변 뒤편에는 소나무 산책로가 있어 잠깐의 산책으로도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처음 만난 사람도 살아온 환경과 하는 일도 다르지만 금방 친숙해져 서로를 챙겨주며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져 마음을 나눈다.

 

밧지름 해변
밧지름 해변
밧지름 숲
밧지름 숲

 

잉크를 풀어놓은 것 같은 푸른 바다의 전경을 둘러보며 둘레길을 걷다 보니 짙푸른 지중해 바다가 부럽지 않다. 항아리 모양으로 섬을 두르고 있는 바다는 등산로와 웰빙 산림욕 산책로가 있어 트레킹 코스로 손색이 없다.

서포리 웰빙 산책로

 

비조봉 등산로는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한 시간 정도 걸다보면 정자가 있는 정상에 이른다. 바다가 사람들을 불러 모아 마을을 이루어 사는 덕적도의 모습,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까지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갯벌은 하루에 두 번 바다가 육지로 변해 물이 빠지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갯벌로 이루어져 주민들의 곳간이 되었다. 이 섬에는 진말 해안 갯벌과 밧 지름 해안, 이개 해안, 굴 업해안, 문갑 해안 등 가난한 어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지난 칠월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되었다. 지구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 위기 철새들의 기착지로 가치가 크다는 사실이 인정받았다. 세계 생태학자들은 갯벌이 농경지보다 100배 이상 경제적 가치가 있을뿐더러 방대한 양의 탄소를 흡수하며, 흡수 속도도 숲보다 50배나 빠르다고 한다. 새들과 더불어 사람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풍요로운 곳이다.

서포 우포마을 갯벌(좌), 서포리 해변

 

80세 가량의 원주민 송OO 어르신에게 덕적도의 유래를 물어보았다. “옛날부터 타인에게 덕을 많이 베푼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해서 덕적도라 불렀다”고 한다. “이 마을에 서재송 선생이 계셨는데 그분은 성당을 다니며 6.25 사변이 끝나고 고아들을 거두었다"고 말씀하신다. "고단하고 척박한 섬 주민들이 먹고 살기위해 낡은 배로 바다로 나가는데, 풍랑을 만나 돌아올 수 없게 되자 어려운 환경에 처한 어린아이들을 돌보며 평생을 사신 분”이라고 말했다. “바다에서 부모를 잃은 고아들과 전쟁 고아들을 거두어 친자식들과 함께 키우며 입양까지 주선해 미국에만 1,600명의 고아들을 입양시켰다”고 말했다. 환경 관리자 최OO씨는 “그분은 덕적도의 별”이라고 표현했다.

서재송 선생이 다니던 서포리 성당
서재송 선생이 다니던 덕적도 성당

 

서재송 선생의 집

진정한 어른으로 사는 삶이란 어떠한 삶일까? 나이가 많고 흰머리가 있으면 어른일까?아니면 직위가 높으면 어른일까? 나는 늙은이가 아닌 어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무수한 종류의 어른들이 있다. 그러면 과연 누가 어른이며 무엇이 어른으로 만드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인생을 살아가며 타인을 위해 살며 덕스러움을 배워가는 과정이 어른이 되는 과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석 같은 삶에 걸음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자녀들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일깨워 주신 분이기도 하다. 환경 관리자 최씨의 도움을 받으며 나는 덕적도에서 받은 기운으로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의 양식까지 얻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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