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 아냐'... 왕릉뷰 아파트 사태 대규모 소송전 비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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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 아냐'... 왕릉뷰 아파트 사태 대규모 소송전 비화 조짐
  • 윤성문 기자
  • 승인 2021.11.24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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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인천도시공사, 문화재청 서로 "네 탓"
3개 건설사는 로펌 선임, 소송 채비 마쳐
철거 결정시 피해규모 1조원대 전망...
건설사, 허가기관 얽힌 소송전 불가피
김포 장릉 능침 전경. (사진=문화재청)
김포 장릉 능침 전경 (사진=문화재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김포 장릉 인근에 지어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일부가 철거 위기에 놓인 가운데 사태의 원인을 두고 책임 공방이 길어지며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사태의 중심에 있는 문화재청과 인천 서구청, 건설사 간에 실타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상호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사태 해결은 커녕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인천 서구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가 중지된 해당 아파트는 2014년 문화재 보호법상 ‘현상변경 등 허가’를 완료했다”며 ”무허가 아파트라는 표현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2014년 8월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가 현상변경 등 허가를 완료했고, 이를 적법하게 승계받은 건설사가 아파트 건축을 진행한 사안”이라며 “이미 허가가 완료된 사안에 2017년 ‘강화된 고시’를 적용하는 것은 소급 금지 원칙과 어긋난다”고 문화재청을 비판했다.

인허가 관청인 서구가 왕릉뷰 아파트 논란이 불거진 이후 석달여 만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서구가 밝힌 공식 입장은 해당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문화재 관련 허가를 받았으므로 아파트 건설은 적법하다는 건설사 측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서구의 공식 입장 표명을 두고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내부에서 소송을 대비해 법리적 검토를 어느 정도 마친 뒤 공식 입장을 밝힌 게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구 관계자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가짜뉴스나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아 구의 입장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아직 소송이 제기된 것은 없지만 소송에 대비한 준비는 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인천 서구청 전경. (사진=인천 서구청)
인천 서구청 전경 (사진=인천 서구청)

이에 앞서 왕릉뷰 아파트를 짓고 있는 3개 건설사는 문화재청이 아파트 건물 철거 처분을 내릴 경우 사업 부지를 공급한 인천도시공사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인천도시공사가 용적률과 최고층수 등을 명기해 부지를 판매한 만큼 아파트가 철거될 경우 공사에 책임을 물어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이들 건설사들은 별도 로펌을 선임해 소송 채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도시공사는 관련 허가 절차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돼 더 이상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도 “관련 허가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3개 건설사가 인천도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공사 또한 문화재청을 상대로 한 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천도시공사가 허가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손실을 떠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문화재청은 인천 서구와 건설사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관련 고시를 지자체에 통보해줄 의무가 없으며 해당 아파트가 건설된 지역이 이미 2003년부터 문화재 500m 안쪽 영향권 내에 있었으므로 지자체와 건설사들이 착공 전 문화재 관련 규제가 변동됐는지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9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해당 지역에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 3곳을 경찰에 고발하고 공사 중지를 명령한 상태다. 현재 3400여가구 규모 44개동 가운데 12개동의 공사가 중단됐다.

 

김포 장릉 인근에 건립 중인 검단신도시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문화재청
김포 장릉 인근에 건립 중인 검단신도시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허회숙 시민기자 제공)

문제의 1차적인 결론은 문화재 보존·관리·활용을 심의하는 문화재위원회가 내린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열린 회의에서 건설사가 제출한 개선안이 미흡한 걸로 판단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개선안에는 아파트 외벽 색깔 변경, 아파트 지하 및 지하주차장 벽면에 옥경원 비석, 문인석 패턴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으나 이번 사태의 근본 문제인 아파트 높이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방안 등도 제안됐으나 아파트를 가리기 위해서는 30~58m의 나무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의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한 행정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만을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문화재청이 철거 명령을 내릴 경우 피해 규모가 1조원 대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책임지지 않기 위한 인천 서구와 문화재청, 건설사, 인천도시공사, 입주예정자 등의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한 배경이다.

소송이 진행되면 관계기관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한 데다 전례가 없는 사안인 만큼 최종 판결까지 상당 기간 필요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입주 예정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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