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미운 사람, 미워서 좋은 사람
상태바
좋아서 미운 사람, 미워서 좋은 사람
  • 최원영
  • 승인 2021.12.14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원영의 책갈피] 제30화

 

대부분의 갈등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런 갈등을 해결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현자들의 철학 우화》(한상현)에 나오는 사례 중에 갈등의 원인 중 하나를 알 수 있는 사례가 나옵니다.

“유대인의 계율 중에 돼지고기와 이교도 앞에서 붉은 포도주를 마셔선 안 된다는 것이 있다. 유대인 남자가 기차여행을 했다. 옆자리 군인이 햄 샌드위치를 먹다가 혼자 먹기 미안한지 하나를 권했다. 감사를 표하며 사양하자, 이번엔 붉은 포도주를 꺼내 마시더니 말을 걸었다.

‘장시간 여행하는데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나요?’

‘성의는 고맙지만, 저희 계율이 워낙 엄해서요.’

‘그 계율은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겁니까?’

‘꼭 그렇진 않아요.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는 예외가 인정됩니다.’

이때 군인이 갑자기 권총을 들이대고는 위협했다.

‘이 포도주를 마셔요. 그렇지 않으면 방아쇠를 당길 테니까.’

유대인은 못이기는 척하며 받아마셨다.

군인이 말했다.

‘제 장난이 너무 지나쳤나요? 죄송해요.’

‘천만에요. 그런데 기왕이면 아까 햄 샌드위치 먹을 때 위협해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재밌는 우화입니다.

저자는 이 글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계율이 그대를 구속한다면, 계율에서 자유로운 것은 용기다.’라고요.

계율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지키며 살아가면 됩니다. 그러나 나의 계율을 남에게 강요하면 다툼이 생깁니다. 내가 등산을 좋아한다고 남에게도 강요하면 사이가 틀어지는 것처럼요. 그저 각자가 좋아하는 대로 살아가면 됩니다.

《배꼽 철학》(임숙경)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마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 다툼이 있을 때, 당신이 옳다든지 틀렸다든지 잘라서 결정하지 마라. 이때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냉전 상태를 완화 시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둘의 주장을 모두 인정해줌으로써 서로가 냉정함을 찾아 서서히 화해의 실마리를 찾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

시계추가 한쪽 끝에 머문다고 믿으면 다른 한쪽을 전혀 헤아리지 못합니다. 이것을 ‘지향성’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길만이 옳다고 믿는 겁니다. 그것이 완벽하다고 착각하는 겁니다.

이렇게 자신이 믿는 것을 완벽하다고 여기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위의 책에서 그것을 알 수 있는 사례가 나옵니다.

“사내는 세계 여행을 다녔습니다. ‘완벽한’ 여성을 찾으려고요. 귀국하니 친구가 물었습니다.

‘완벽한 여자를 찾는데 평생을 허비했군. 자네 벌써 나이도 60인데 말이야. 그런데 완벽한 여자가 단 한 명도 없던가?’

‘꼭 한 명 있었어. 우연히 만났지.’

‘그래서 어찌 됐나?’

‘그녀 역시 완벽한 남성을 찾고 있더군. 그래서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맞습니다. 완벽한 여자, 완벽한 남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완벽함은 시계추의 한쪽 끝에 고정될 때 가능합니다. 늘 그 모습 그대로일 테니까요. 그러나 그 시계는 죽은 시계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살라고 연인이 되고 결혼하는 게 아니겠어요?

오늘 우리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상대에게 요구할 때 갈등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내가 믿고 있는 것과 상대가 믿고 있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너그럽게 생각하는 태도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지혜를 서태양 교수의 시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시를 읽어드리면서 오늘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만나/질펀하게/사랑하며 미워하며/쌓아 올린 세월의 더께//벽을 문이라 한들/문을 벽이라 한들/용서 못 할 잘못이 무엇이랴!//편안하게/마실 와서 걸터앉을 평상처럼/단단한 바위처럼/늘 그 자리에 있어만 주오//좋아서 미운 사람/미워서 좋은 사람’

, <좋아서 미운 사람, 미워서 좋은 사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