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국가하천, 두 개의 수로가 만나는 전호산
상태바
세 개의 국가하천, 두 개의 수로가 만나는 전호산
  • 장정구
  • 승인 2021.12.23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45) 아라천과 굴포천, 한강 그리고 서부간선수로와 동부간선수로

 

전호산 위치
전호산 위치
전호야구장
전호야구장

 

“캉~”, “야, 우익수~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해! 백업 들어가야지~”


안전펜스 뒤에서 종종거리는 남녀가 눈에 들어온다. 눈은 한시도 펜스 너머 운동장을 떠나지 않는다. 남자는 몸동작 하면서 응시하고 운동장을 응시한다. 아마도 야구선수를 지망했던 예비 메이저리거의 부모인듯하다. 제법 추운 날씨이지만 야구장에는 얼피 봐도 족히 서른명은 되어 보인다. 12월 토요일 오후 김포 전호야구장 풍경이다. 전호야구장 안쪽 운동장에서는 초등학생들이, 한강 쪽에서는 사회인들로 열기가 뜨겁다.

바스락 바스락~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낙엽받는 소리가 난다. 분명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는 등산로인데 낙엽이 쌓여 발목까지 빠진다. 푹신푹신 지나온 발자국도 금새 낙엽으로 덮였다. 전호산이다. 김포 전호리에서는 아라천이 아라뱃길과 한강 그리고 굴포천이 만난다. 또 바로 옆 신곡양배수장에서 시작된 서부간선수로와 동부간선수로, 김포대수로는 부평평야와 김포평야로 이어진다. 100미터도 채 안되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전호산에서는 낙엽진 나무들 사이로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남서쪽으로는 계양산과 아라뱃길이, 서쪽으로는 굴포천과 신곡양배수장과 북쪽으로는 한강과 김포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전호산 등산로 낙엽
전호산 등산로 낙엽

 

산정상의 운동기구들은 한동안 사람이 찾지 않은 듯 낙엽이 쌓여있고 풀도 자랐다. 낙엽을 이불 삼아 누우면 파란 겨울 하늘이 선명하다. 상수리와 신갈나무 등 대부분 참나무들이고 소나무도 드문드문 보인다. 세로줄 무늬의 참나무과 구별되는 가로줄 무늬의 나무들도 보인다. 벚나무다. 한강 쪽 비탈을 내려오니 검은색 물체들이 낙엽 사이로 보인다. 군용 참호과 교통호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타이어들이다. 최근에는 정비하지 않은 듯하지만 수북하게 쌓인 낙엽 속 깊이가 대략 짐작이 간다.
 
둔치에 내려오자 멀찌감치 넝쿨을 뒤집어쓴 초소가 보인다. 자전거도로에는 간혹 자전거가 지나고 하류쪽으로는 산책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버드나무 뒤로 한강이고 김포대교다. 버드나무 가지는 머리를 풀어헤친 듯 바람에 날린다. 버드나무 사이로 갈대숲이 우거져 좀처럼 한강으로의 길을 찾기 어렵다. 갈대숲을 기웃거리며 자전거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작은 다리에 이른다. 왼쪽 멀지 않은 육지부 갑문에서부터 나 있는 물길이 오른쪽 한강으로 이어진다. 다리 옆으로 흰 밧줄로 버드나무에 묶여있는 배가 있다. 일련번호의 노란색 깃발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접경지역이라 김포한강어촌계 소속 어선은 해병대에서 빨간색, 김포한수어촌계 소속 배에는 육군에서 노란색 깃발을 부착했다고 배를 손보던 어민이 친절하게 설명한다. 한강에는 김포, 파주, 고양, 남양주, 가평, 연천, 양평까지 10개의 어촌계, 300명이 넘는 어민들이 있다. 

 

한강변 갈대와 김포대교
한강변 갈대와 김포대교

 

자전거도로를 따라 억새길 산책로가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억새 뒤로 한 길이 넘었을 단풍잎돼지풀이 쑥대밭 같다. 또 사이사이 환삼덩굴이 엉켜 있다. 한강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나아가는데 무언가 바짓단을 잡는다. 바지에 붙은 풀뭉치를 손으로 잡으니 따끔하다. 가시박이다.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빼곡한 열매는 작지만 위협적이다. 철조망 안쪽 버드나무들은 가시박덩굴을 군용위장막처럼 뒤집어쓰고 있다. 딱 트인 물가에 이르니 김포대교가 바로 앞이다. 김포대교 바로 아래 물에 떠있는 것 같은 콘크리트 시설들이 보인다. 망원경을 꺼내 자세히 보내니 가마우지가 앉은 곳도 있고 가마우지똥으로 보이는 흰색 무늬가 덕지덕지한 군 초소다. 하나둘셋, 여덟이다. 신곡수중보 중 고정보 위 시설이다. 

초소가 아니면 상류 쪽에서 바라봐서는 수중보의 존재를 알 수가 없다, 하류에서 바라볼 경우에만 수중보를 넘어 떨어지는 하얀 물거품 띠로 보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한강에 떠 있는 군초소를 보니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신곡수중보를 만들 때 한강에 유람선을 띄우기 위함과 북한의 반잠수정침투를 막기 위함이라는 이야기 있었는데 실감이 난다. 백마도를 사이에 두고 왼쪽의 가동보 위에는 수문을 들어올렸다 내렸다하는 시설의 지붕이 여섯 개 있다.

 

신곡수중보 인근 배들은 모두 깃발을 달고 있다
신곡수중보 인근 배들은 모두 깃발을 달고 있다

 

사실 굴포천은 신곡양배수장에서 한강으로 흘러들지 않는다. 하류 쪽으로 1킬로미터 더 내려간 곳에서 한강과 만난다. 그 1킬로미터 구간은 김포의 한강을 찾는 철새들에게는 참 고마운 곳이다. 김포평야에 빼곡하게 아파트가 솟아 지금 기러기와 개리, 재두루미가 안전하게 낙곡을 먹을 수 있는 곳이 한강 둔치의 논이다. 아직은 철책으로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안전한 이곳도 말똥가리나 흰꼬리수리가 날면 긴장감이 감돈다.

우리나라 대표 국가하천인 한강, 2011년 국가하천이 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인공하천이며 운하인 아라천, 그리고 2016년 지역의 지속적인 요구로 국가하천이 된 굴포천, 부평과 김포평야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했던 농수로였는데 평야가 도시로 바뀌면서 도시하천으로의 기능이 더욱 중요해진 서부간선수로와 동부간선수로, 김포대수로. 김포공항 옆 개화산, 행주산성의 덕양산과 함께 전호산은 서울의 관문이고 물길의 요충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