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정원이 황폐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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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정원이 황폐해진 이유
  • 최원영
  • 승인 2021.12.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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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32화

 

 

하나만을 옳다고 믿으면 그 결과는 참혹할 정도로 불행해집니다.

《지혜의 한 줄》(리민)에 아름다웠던 정원이 황폐해진 이유를 알 수 있는 글이 있습니다.

벨 아줌마는 부자다. 집 근처에 자신만을 위한 화원을 지어둘 정도로 꽃과 나무를 사랑했다.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했다. 벨 아줌마의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또는 연인들의 명소가 됐다. 노인들은 호수에 앉아 낚시하고,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기도 한다. 벨 아줌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입구에 ‘화원 출입금지’란 팻말을 세웠지만 소용없었다. 입구에 ‘공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원 안에 뱀이 있으니 안전을 위해서 화원 출입을 삼가해 주세요. 사고 발생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팻말을 세웠다. 이게 효과가 있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으니까.

몇 년 후, 한 관광객이 그 화원을 다시 찾았다. 놀란다. 예전에 그렇게 아름답던 화원은 어느새 수풀이 우거지고, 잡초가 무성히 자라 황량하고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했다.

벨 아줌마는 문득 외로운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들려오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그립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정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의 화원을 보호하고자 붙인 팻말이 결국 자신을 긴 외로움 속에 가두는 울타리가 되고 말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그녀의 인생은 그렇게 행복에서 멀어졌다.

내가 땀 흘려 만든 정원에 아무런 수고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얼마나 속상할까요? 그것도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말입니다. 그래서 봉쇄를 했고, 그래서 한때는 평화로웠을 겁니다. 그러나 그 끝은 황폐해진 정원만큼이나 외로움으로 행복을 도난당하고 말았습니다.

맞습니다. 시계추는 이렇게 극과 극으로 오갑니다. 한쪽 끝에 있을 때는 그 자리에서 영원히 내가 머물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는 것이 삶입니다. 그래서 반대편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상대의 처지를 헤아려야 합니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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