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호박김치와 꺽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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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호박김치와 꺽주기
  • 박정운
  • 승인 2021.12.3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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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9) 박정운 /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호박김치 재료
백령도 호박김치 재료

 

장산곶과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섬, 백령도는 해방 이전까지 황해도 장연군에 속했던 곳이다. 분단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고 인천지역의 생활권에 편입되었지만, 황해도의 음식 맛이 아직 남아 있다. 간이 짜지도 맵지도 않은 슴슴하고, 기교도 없는 소박한 맛이라고들 한다. 슴슴한 음식의 맛은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북부 지방은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길어서 음식의 간이 남쪽에 비하여 싱거운 편이고 매운 맛이 덜한 것이다.

백령도 호박김치찌개
백령도 호박김치찌개

그 중 하나가 호박김치 이다. 호박김치를 먹을 줄 알아야 백령도 사람이라 할 정도로 이곳 주민들에겐 익숙한 겨울음식이다. 그런데 황해도 호박김치와 달리 백령도 호박김치에는 향이 독특한 분지열매(산초라고 알려진)와 꺽주기 알이 들어간다. 김장철이 시작되는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 시기에 백령도 주민들은 김장 배추뿐만 아니라 분지와 꺽주기 알을 구하느라 여기저기에 연락하는 등 분주하다. 특히, 요즘엔 꺽주기 알을 구하기가 어려워 일찌감치 부탁을 해 놔야 한다. 예전에는 꺽주기가 흔했었는데 많이 줄어든 까닭이다.

백령도에서 꺽주기라 부르는 이 물고기의 정식명칭은 ‘삼세기’이다. 쏨뱅이목(Scorpaeniformes) 삼세기과 (Hemitripteridae)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이다. 삼세기라는 정식명칭보다는 삼식이(전라도 등 서해안 지역), 삼숙이(강원도) 등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꺽지(경기도), 꺽쟁이(충청도), 꺽주기(전라도), 수베기(경상도), 쑹치(북쪽) 등지역별로 불리는 등 다양한 명칭을 갖고 있다. 영어권이나 일본에서는 삼세기의 생김새가 털벌레처럼 못생기고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듯하다며 'sea raven(바다 갈가마귀)'나 '케무시가지까(ケムシカジカ)'라고 부르는데, 생김새와 달리 아주 순하고 느리다고 한다.

삼세기
삼세기 알

 

삼세기는 우리나라 전 연안과 일본 중부 이북과 훗카이도, 오호츠크해, 베링해 등의 북태평양에 많이 분포한다. 비교적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종이며, 50~200m의 깊은 바다의 모래나 개펄 바닥에 웅크리고 살다가 겨울이 다가올 무렵 알을 낳으러 얕은 바다를 찾아 나온다. 산란장소는 주로 자갈이나 돌로 이루어진 섬으로, 수심 5~10m 전후의 바닥이 암반이나 돌이 많은 연안의 조간대를 이용한다.

이렇게 얕은 조간대의 바위나 돌에다 알을 4~5개의 알 덩어리 형태로 낳는데, 한 마리가 갖는 알의 수는 크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25cm급은 3,000개 전후, 30∼33cm는 5,000∼8,000개의 알을 갖는다고 한다. 알은 둥글고 알 표면의 점착 물질로 서로 붙는 침성점착난(沈性粘着卵)이고, 지름이 4.5∼5.0mm 정도로 연안에 살고 있는 물고기 알 중에는 큰 편에 속한다.

보통 10월 하순부터 12월까지 산란이 진행되는 데 겨울철 산란하는 어류들의 경우, 다른 계절에 산란하는 어류에 비해 부화시간이 길다고 한다. 삼세기의 경우 62일, 노래미 31~36일, 미거지 31.1일, 꼼치 약 20일, 뚝지 30.2일, 연어 60일 정도이다. 이 기간 동안의 바다 수온은 6.0~15.8℃, 염분은 평균 32.0psu 정도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백령도 연안은 삼세기의 산란장소로 적합해 보인다. 백령도 주변 해역은 담수의 영향이 비교적 적어 염분분포가 30.4~32.5psu분포로 비교적 안정되어 있고, 수온분포는 연중 2.8~23.0℃이며 산란기간인 12월의 경우 11.74℃(인천광역시, 2006) 정도였다. 해양 학자들은 여름철에 백령해역의 외해 쪽은 황해 저층 냉수괴가 형성되어 수심 30m 이상은 수온이 10℃ 정도로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조간대 백령도 갯바위

 

또한 백령도 주변의 수심은 섬의 남쪽과 북쪽이 수심 10m 내외로 낮으며, 서쪽 밖으로는 수심 40m 이상되는 황해 중앙수역으로 연결되어 외해 특성이 나타난다. 백령도 주변의 해저 저질은 모래와 패각질의 가는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섬의 동쪽으로 모래 갯벌이 형성되어 있고, 섬의 북쪽해안으로는 암반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남쪽으로는 자갈해안이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백령도의 해양환경이 지닌 다양한 서식환경은 해양생물들의 서식처로서 다양한 기반을 형성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섬 연안의 개발과 해양오염, 기후변화와 해양생태계 변화, 남획 등은 과거의 흔했던 해양생물들의 안정적인 서식처를 위협하고 있다. 점점 줄어들고 사라져가는 해양생물들은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섬 주민들의 식생활과 음식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겨울바람에 말리는 삼세기

 

* 참고자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향토음식(鄕土飮食)’

- 팔도음식 시리즈(6) 황해도, 1999/11/17, 매일경제

- 황해도 토속음식, 최현욱, 2010/2. 디자인하우스

- 명정구 박사의 釣魚博物誌(http://fishingseasons.co.kr/contents_view_detail.asp?b_no=1654)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25554

- 삼세기 Hemitripterus villosus의 산란생태, 난발생 및 자치어의 형태발달. 박애전 외, 2014

- 백령도의 해양환경생태와 수산, 최중기, 2021. 황해섬연구총서 ‘백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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