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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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의 힘
  • 황명숙
  • 승인 2011.07.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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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황명숙 / 인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이사


지리한 장마와 무더위로 지쳐 있는 우리에게 얼마 전 한국 젊은 음악가들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5명이나 수상을 했다는 낭보는 무더위를 잊을 만한 행복한 '사건'이었다.

행복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개개인의 차이를 보이지만,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는 학문과의 융합을 중시하기 때문에 예술이 다양한 학문에 영향을 준다. 페이스북 창시자 쥬커 버그는 컴퓨터 공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그의 동업자 크리스 휴스는 하버드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했고 ,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경제학 전공자이다. 이들이 모두 공학도였다면 과연 페이스북이 탄생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학문 간 교류와 융합에 의하여 더 높은 가치를 지닌 학문과 새로운 기술이 탄생되는 것이다.

여고시절 추억을 펼쳐보면 교실에서 공부를 했던 기억도 떠오르지만, 국화꽃이 만발한 늦가을에 덕수궁 미술관에서 국전 작품을 관람하며 친구들과 작품 비평을 열띠게 했던 일, 세실극장에서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라는 연극을 관람했던 일, 오마샤리프와 줄리 크리스티가 주연을 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러시아 혁명기 문학을 영화로 만든 '닥터 지바고'가 생각난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에서 로뎅의 '빈사의 노예'라는 작품을 만났을 때 소름이 끼치는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한 감동들이 내 인격에 스며들어서 지적 능력과 사고력과 감성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학창시절 학업만큼 중요한 게 미술전시회를 관람하거나 공연을 접하면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예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술의 발전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메세나' 는 문화예술과 스포츠를 원조하고 사회적 인도적 공익사업지원을 뜻하는 프랑스어로서 문화예술보호에 헌신한 로마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메세나' 하면 역사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프랑스의 루이 15세의 총애를 받았던 서민출신의 '퐁파드르 부인'이다. 20여년에 걸쳐 국왕과 프랑스와 유럽에 군림한 이 여인은 프랑스의 학문과 예술을 진흥시킨 업적을 남겼으며, 그의 묘비명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20년간 처녀로서, 15년간은 창부로서, 7년간은 뚜쟁이로서 지낸 여자 여기 잠들다"

그 당시 부르봉왕조 국왕들의 재산은 대단했으며, 연 수입은 5억 루블 정도이었는데, 우리 화폐로 환산하면 3,000억원 정도이었고, 퐁파드르 부인은 이 돈을 자유주의자들의 살롱(Salon)문화와 철학자, 미술가, 문학가들과 교류해서 재정적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 루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많은 그림들과 전시품 중에는 상당한 부분이 퐁파드르 부인이 왕실 재정으로 매입한 작품이다. 볼테르나 부셰가 세상에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과 계몽철학자들의 노력이 집대성된 백과전서가 분서(焚書)되지 않았던 것도 퐁파드르 부인의 용기 있는 비호 덕택이다. 프랑스 예술의 세련되고 화사한 전통미는 루이14세의 베르사이유 궁전 창건에서 비롯되어 퐁파드르 부인의 학예장려(學藝奬勵)와 미술보호 노력에 의해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를 유럽의 학예와 미술의 중심지로 만들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재래(再來)'를 방불케 한 것도 그의 절대적인 노력에 기인한 것이었다. 오늘날 프랑스 후손들이 그의 안목 있는 사치 덕분에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고가 미술작품을 소장할 수 있었다.

그러한 역사적인 '메세나'가 현대에 와서 기업 '메세나'로 발전되어서 한국 젊은 음악가들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석권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였다. 수상자 5명 중 4명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10년 이상 발굴·지원해온 음악계의 보석이라고 한다. 여자 성악 1위 서선영, 남자 성악 1위 박종민, 피아노 2위 손열음, 피아노 3위 조성진, 바이올린 3위 이지혜님께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그러므로 메세나 운동이 더욱 확대되고 발전되어서 어떠한 걸림돌에도 위축되지 않고 엘리트 예술가들에게도 많은 지원을 하며, 아울러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소외 계층에도 메세나를 통해서 삶의 행복과 품격을 높일 수 있는 문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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