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개산 아래로 행복을 여는, 부평6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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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개산 아래로 행복을 여는, 부평6동
  • 유광식
  • 승인 2022.01.0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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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71) 부평6동 인천성모병원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천주교 부평2동 교회 부근 주택가에서, 2021ⓒ유광식
천주교 부평2동 교회 부근 주택가에서, 2021ⓒ유광식

 

또 한 해를 선물 받았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범띠 해다. 제야의 종소리로 시작한 정월 초하루 아침에 귀뚜라미 울음을 듣는다. 큰 화재로 보일러 공장이 전소된 것이다. 자나 깨나 연말연시 불조심! 때가 때인지라 방역패스 탓에 마찰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활화산인 후지산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소식도 새해 출발선에서 짊어질 짐이었다. 바깥소식은 거창하지만, 사실 일상은 평온하다. 눈발이 조금 날리는 것에 찬 겨울의 오싹함을 느껴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31일 마지막 날에는 차들이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건지 아닌지 자동차 경적이 심해 보도를 걷는 이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코로나의 그림자에 숨어 넘어갔을 월북 소식도 놀랍다. 

 

육동로8번길 골목(비슷한 시기의 옛 주택들), 2021ⓒ유광식
육동로8번길 골목(비슷한 시기의 옛 주택들), 2021ⓒ유광식

 

만월산 터널 북측 출입구 양옆으로 펼쳐진 장소를 걸었다. 부평6동 지역으로 가톨릭병원 인천성모병원이 중심에 자리한 공간이다. 그 옆은 지난 2009년 충남 아산으로 이전한 부평종합경찰학교 부지다. 부지 활용과 건설로 뜨거운 공간이 되었다. 이에 편승해 성모병원은 몸집을 키웠다. 병원 뒷산은 부개산이다. 산 아래 경사면으로 쭉 내려가면 부평 남부역이 나온다. 경찰학교 부지 활용과 부평4구역 아파트 건설로 이 일대가 매우 혼잡하다. 병원 앞 동수로는 피난 행렬을 연상시키며 차량과 사람이 길게 꼬리에 꼬리를 문다.     

 

부평4구역 주택재개발정비구역 입구, 2021ⓒ유광식
부평4구역 주택재개발정비구역 입구, 2021ⓒ유광식
동수역 인근 부일여중, 2021ⓒ유광식
동수역 인근 부일여중, 2021ⓒ유광식

 

좁은 골목과 상가, 대중 이용 시설 등을 살핀다. 병원 주변으로는 초고층 아파트와 매머드급 병원 건물이 있지만, 맞은편 아래로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견뎌 왔을 주택들이 오밀조밀하다. 이곳에서 조금만 걷다 보면 종교 관련 시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자애, 인애, 소망, 은혜, 반석, 임마누엘 등의 이름처럼, 낮은 자들의 안식처라도 되는 건지 아니면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로 좋은 곳인가 싶을 정도로 유관 시설이 많다. 일반 주택의 반지하를 예배당으로 쓰기도 하고, 60년이 넘은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부평교회와 부평2동 성당도 있으며, 부속 시설이 주택가와 도로를 따라 자리한다. 한편 검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도 가끔 눈에 띄는데, 그 세월감에 움찔하게 된다. 시절의 축축함도 느낄 수 있었고 현대의 개발로 인한 건조함도 조금씩 묻어난다. 조만간 철거를 예견한 주택들은 겨울 날씨와도 겹쳐 바들바들 떤다.

 

잘 마른 벽돌이 인상적인 부평교회(인천성모병원 정문 정류장), 2021ⓒ유광식
잘 마른 벽돌이 인상적인 부평교회(인천성모병원 정문 정류장), 2021ⓒ유광식
천주교 부평2동 교회 교육관, 2021ⓒ유광식
천주교 부평2동 교회 교육관, 2021ⓒ유광식
단정한 관리가 돋보이는 삼흥연립, 2021ⓒ유광식
단정한 관리가 돋보이는 삼흥연립, 2021ⓒ유광식

 

성모병원 정문의 문구를 읽다 고개 떨군다. 떨군 자리에는 대형 주사기 모형이 이목을 집중한다. 병원 옆에는 행정복지센터도 있고 공사장도 있어 연말의 이야기가 복잡다단하다. 경찰이 떠난 마당에 이게 자유인가 모르겠다. 토속적인 상가들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겨울을 겪는 풍경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김포, 호남, 충남, 해남, 강릉, 영주 등 지역을 떠나 생활하는 이력을 내보이는 간판들이 아직은 쌩쌩해 보인다. 잠잠한 공간에 도깨비시장이 열리는 것처럼도 생각된다.

 

인천성모병원 정문, 2021ⓒ유광식
인천성모병원 정문, 2021ⓒ유광식
어느 빌라와 앞을 지나는 주민, 2021ⓒ유광식
어느 빌라와 앞을 지나는 주민, 2021ⓒ유광식
세탁소와 야채 가게, 2021ⓒ유광식
세탁소와 야채 가게, 2021ⓒ유광식

 

터널 옆에는 인천예림학교가 있다. 인천 지역의 장애 학생들의 온기를 책임지는 학교이다. 학교 앞에는 좁은 부지에 무척 크게 지은 아파트가 있다. 산 너머 햇볕을 탐냈는지 장신이다. 이름은 화성이다. 화가 난 성처럼 느낌은 차갑기 그지없다. 터널을 기준으로 화성파크드림 건너편에는 부평LH단지와 동수초교가 있다. 부평한국전력 옆 대원연립은 보고 있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자태다. 한 때 폼 나는 시절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노쇠하고 이름조차 페인트 덧칠로 가려진 판국이다. 바뀜과 소멸의 시대라 해도 건물이나 인간이나 끝이 아름다울 순 없을까 싶다.

 

동수초교와 대원연립 주택, 2021ⓒ유광식
동수초교와 대원연립 주택, 2021ⓒ유광식
옅게 칠한 나머지 살짝 비치는 대원연립, 2021ⓒ유광식
옅게 칠한 나머지 살짝 비치는 대원연립, 2021ⓒ유광식

 

대형마트가 곧 방역패스를 도입한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식량을 구하러 대형 장소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 전선에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끝나지 않은 전 세계 방역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한 해의 계획과 실천을 준비한다. 예전만큼은 바라지도 않지만, 무엇보다도 사회 안에서 차별을 유발하는 행위가 없었으면 한다. 2022년은 검은 호랑이해라고 한다. 조금 을씨년스럽지만 그런 분위기라 해도 더없이 어둡고 그늘진 삶의 장소에서도 많은 사람이 살고 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친구 맺기 3년 차다. 싸우며 코피 내던 시절을 뛰어넘어 공존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부평6동은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볕이 모여 따스해지려 한다. 새벽녘 걷어찬 이불을 덮어 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수레에 쌓은 파지 더미와 덮개, 2021ⓒ유광식
수레에 쌓은 파지 더미와 덮개, 2021ⓒ유광식
빈 주택의 녹색 대문, 2021ⓒ김주혜
빈 주택의 녹색 대문, 2021ⓒ김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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