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신조어, 우리 시대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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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신조어, 우리 시대 슬픈 자화상
  • 전갑남
  • 승인 2022.01.0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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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전갑남 / 전 인천당하중학교 교장

'코로나 19' 언제 우리 곁을 떠나려나? 모두의 소망이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살갑게 지낼 수 있었던 때가 그립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2년 넘게 우리 사는 세상을 온통 뒤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이 너무나도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도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신조어도 얼마나 생뚱맞습니까? 그것은 결국, '사람을 만나지 말라'라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사람끼리 만나면 비말에 의해 전염병에 걸리게 되니 거리 두기라는 고육지책이 나올 수밖에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신조어뿐만 아니라, 많은 말들이 새로 생겨났습니다. '위드 코로나', '집관', '산스장', '마기꾼', '결송합니다.', '돌밥돌밥' 등등. 좀처럼 쉽게 알아듣기 힘든 말들이 새롭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몇몇 코로나 신조어를 살펴볼까요?

'집관'은 스포츠나 공연을 집에서 비대면으로 관람한다는 뜻이라네요. '집관'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기반의 영상제공서비스(OTT) 시장은 점점 커졌다고 합니다.

'산스장'이란 말도 재미있습니다. 산과 헬스장의 합성어라 합니다. "헬스장 대신, '산스장'에 다녀왔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기꾼'은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쓴 상태에서 상상한 얼굴과 완전히 다르다는 의미로 새로 생긴 말입니다. 마스크에 가려 상대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을 빗대어 만들어냈습니다.

'결송합니다'라는 말도 웃지 못할 신조어입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결혼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이라니! 평생 한 번 치르는 결혼식에 일가친척과 지인들을 초대하여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미안함을 표시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신조어 중 '돌밥돌밥'이란 말도 많이 쓰입니다.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을 줄인 말입니다. 여름 장마철에 무성하게 풀 자라는 걸 보고 '돌아서면 풀, 돌아서면 풀'이라 하는데, 이를 본 따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으로 갖다 붙인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남편은 재택근무, 애들은 비대면 수업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삼시 세끼 집밥을 하는 주부들의 푸념이 '돌밥돌밥'이란 신조어를 등장시킨 모양입니다.

해 짧은 겨울 들어서는 밥하는 간격은 더욱 빨라졌습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또 금세 점심 먹고, 오후 5시 조금 넘으면 해가 떨어지니 이른 저녁을 먹게 됩니다. 그야말로 '돌밥돌밥'인 셈입니다.

재택근무하는 부모님들에게는 아이들 돌봄과 집안 살림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숨 가쁘게 돌아갑니다.

어찌 되었건 끼니만큼은 잘 챙겨 먹어야 코로나도 이겨내겠지요. 예방 백신도 맞고 마스크를 잘 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세끼 밥 잘 먹는 게 제일일 겁니다.

예전 우리 아버지 말씀 가운데 이런 게 있었습니다.

"고봉밥 세 끄니 잘 먹는 놈한텐 오는 감기도 도망치는 거여!“

삼시 세끼 거르지 말고 건강 잘 지켜내야겠습니다. 건강만큼 소중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염려되는 신조어 가운데 '위드 코로나'가 그것입니다. 코로나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우리 곁에서 맴도는지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완전히 퇴치하지 못하고 독감처럼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지금 우리는 그동안 인류 발전이란 명분 아래 자연을 무참히 훼손한 죗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 며칠 코로나 확산세가 좀 꺾였다고 하지만, 그 끝은 아직 멀었다고 합니다. , 언제 대유행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질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확진자 수, 사망자 수, 위 중증환자 수가 전파를 타고 전해집니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꼭 챙겨야 합니다. 일하지 않아도 지치고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임인년 호랑이해가 밝았습니다. 올해에는 제발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정상적인 일상이 되찾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언어는 그 시대와 사회의 거울이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신조어가 생겨나고 그것이 일상 언어처럼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코로나 종식과 더불어 그 신조어도 우리 기억 속에서 자연스레 사라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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