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닮은 색 '보라' - 겨울의 작업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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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닮은 색 '보라' - 겨울의 작업일지
  • 고진이
  • 승인 2022.01.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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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칼럼] (1) 보라 -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중간지대의 색
2022년 '인천in 갤러리'를 현대미술을 전공한 고진이 작가의 [컬러 칼럼]으로 시작합니다. 격월로 연재되는 [컬러 칼럼] 은 그 시기에 어울리는 색을 작가가 선정하고, 그와 관련된 작가의 작품과 함께 이야기를 엮어갑니다. 새해 첫 문을 여는 1월 [컬러 칼럼]의 색은 ‘보라’색입니다.

 

그림3, 현재 진행 중인 고진이 작가의 보라색 작품
현재 고진이 작가가 진행하고 있는 보라색 작품(그림3)

 

어릴 적에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하면 ‘4차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종종 듣곤 했다. 당시에는 그 말에 의아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보라색이 주는 중의적인 늬앙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과 그림 수업을 하다 보면, 어떻게 색을 만드는지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색을 섞다 주로 헤매게 되는 색이 ‘보라’ 색이다. 보라를 만들고 싶으면 ‘빨강’색과 ‘파랑’색을 섞으시라고 알려드리는데 막상 섞어보면 너무 붉어져서 자주색이 되거나 너무 푸른 쪽으로 넘어가 버리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색의 3원색 중 두 가지 색인 빨강과 파랑을 섞다 보니 너무 색이 진해져, 흰색을 좀 섞거나 물을 더 섞어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보라색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간 맞추기 어려운 색이 보라색인데, 기가 막히게 간이 맞춰지면 비교할 수 없이 매력적인 색이 보라색이기도 하다.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중간지대의 색, 보라. 나는 그 보라색이 꼭 한해가 넘어갈 때 거치는 겨울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1년을 열심히 살아내고 또 새로운 해를 맞이함에 앞서 불투명한 내일이 겁이 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겨울을 거치면 어김없이 또 봄이 찾아옴을 알기에 그 겨울을 담대히 나게 된다.

 

그림1.고진이, Margin of time,108x171cm, oil on canvas, 2017
그림1.고진이, Margin of time,108x171cm, oil on canvas, 2017

 

그러한 겨울을 닮은 보라색 작업을 겨울에 하게 된다. 한해 한해 보라색 작품들이 쌓여갔다. 2017년 Margin of Time(그림1)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여백과 같은 공간을 염원하며 유화물감을 얇게 쌓아 화면을 구성했다. 나의 작업은 주로 기억 속 공간을 회상해 어스름한 그 시절의 빛과 온도를 담는데, 그림 속으로 공간을 연장해 영원히 존재하는 공간을 화면에 재현한다.

2020년 신작인 Memory of Morning(그림2)은 이른 아침이면 늘 창문에 들이치는 빛에 희망을 투영해 공간을 표현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보라색 작품은(그림3) 아직 제목도 완성된 모습도 정해지지 않았다. 과연 어떻게 완성될지 기대가 된다.

 

그림2, 고진이, Memory of Morning, 80.2x80.2cm, oil on canvas, 2020
그림2, 고진이, Memory of Morning, 80.2x80.2cm, oil on canvas, 2020

 

바이러스와 보이지 않는 전쟁이 꼬박 2년이 넘어간다. 새해를 맞이함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새해를 맞이할 것이다. 늘 그래왔듯 담대한 보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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