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인천 양키시장… 디오라마로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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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인천 양키시장… 디오라마로 기록하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2.01.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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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사람들] 이주용 작가 - 미림극장에서 '양키극장-디오라마'를 펼치다
이주용 작가

 

동인천역 북광장 쪽에 자리잡고 있는 양키시장은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과 그로 인한 이주 역사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재개발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 얼키고 설킨 양키시장의 뿌리를 추적하고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상당한 내공을 요한다.

어린시절을 인천에서 보낸 이주용 작가(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의 ‘극장 디오라마_환대의 장소’ 디오라마(diorama) 전시가 오는 11일(화)까지 인천 동구 송현동 미림극장에서 열린다. 디오라마(소형 입체 모형에 의한 실경(實景)) 설치는 이번주부터 관람할 수 있으며, 11일에는 오후 5시부터 영상과 나래이션 등 퍼포먼스와 함께 진행된다.

이주용 작가는 시간과 장소가 교차하는 역사성에 주목하며 최근 압록강, 두만강 등 접경지역 일제 강점기 이주민 마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발굴해낸 과거를 이 작가는 사진,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현재로 복원시킨다.

양키시장도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평안도와 황해도 등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이 미군 군수 물품을 팔며 자리를 잡은 '이주의 역사성'이 깊는 장소다.

현재 양키시장은 인천, 동두천, 대구, 군산 등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인천 양키시장은 곧 사라질 예정이다. 노후된 상가를 리모델링하는 ‘동인천역 2030 역전 프로젝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속할 곳이 없던 이주민들이 모이고, 머물렀고, 번성했던 장소가 마침내 상실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새로운 방식의 예술작업으로 놀라움을 주는 이주용 작가와 디오라마로 재탄생시킨 ‘양키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양키시장이라는 장소가 지닌 의미는?

인천 양키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나의 어린 시절과 관련 있다. 한 때, 인천 용현동에서 살았지만 국민학교를 졸업 후 서울로 가족이 이주했다. 아직도 나에게는 인천에서 살았던 당시의 기억들이 남아있다. 자유공원에서 진행한 그림 사생대회에도 참가했고 미림극장에서 친구들과 영화를 보기도 했다. 또한 인천과 서울의 철로는 어린 시절 즐거운 여행 반경이었다. 아마도 인천 양키시장도 그 시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을 것이다.

양키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평안도와 황해도로부터 피난 온 사람들이 항구·부두로부터 이동해 찾았던 삶의 터전이었다. 부대에서 유출된 미국 물건들을 거래했던 특별한 장소, 앞섰던 타국문화와의 설레이는 충돌을 경험할 수 있었다.

양키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뿐만이 아닌 삶의 정서와 생활, 기억을 새롭게 창출해내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건축 안전도 검사에서 인천 양키시장은 D등급을 받아 재개발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양키시장이 사라진 이후, 양키시장의 잠긴 철문들과 유령 같은 비밀의 통로를 경험할 수 있도록 VR 360도 영상을 촬영했다.

 

 

- 디오라마와 미림극장을 선택한 이유

디오라마는 무대 위에 사물과 사진처럼 정교한 그림을 설치하고 나열해 연극적인 환경을 만들어 가상세계를 재현하는 장치다.

디오라마 작업 동기는 작은 목선에서 시작한다. 중국의 작은 마을 동강에서 본 북한으로부터 떠내려온 작은 목선이었다. 중국 땅 위에 있는 북한 배를 통해 북한의 비단섬 배경의 디오라마를 상상하게 됐다.

전시 장소로 양키시장과 인접한 미림극장을 택했다. 두 장소의 상호이해 관계적 연결점을 보여주며 관념적으로 양키시장을 극장 안으로 개입시키는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극장이 디오라마 구현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2019년 서울 청계천의 바다극장과 광장시장에서 유사한 유형의 극장 디오라마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바다극장에서는 배경으로 그림을 사용했지만 미림극장의 전시는 사진과 LED 라이트 패널을 사용했다.

 

 

-‘극장 디오라마_환대의 장소’ 작품 소개

이번 전시는 곧 사라질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인천 양키시장 사람들, 마을의 장소를 갖지 못한 사람들, 자신들이 속한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 머물러도 좋을 자리와 점유할 수 있는 위치를 이 지역 안에서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장소 상실이라는 위협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영상(VR포함), 사진, 입체물 설치, 아카이브 사진 등 복합적인 매체를 전시에 사용했다. 물론 전공은 사진, 홀로그래피, 그림이지만 오브제, 퍼포먼스 등 필요에 따라서 전문가들과 협업해 발전시켜나가는 편이다.

이번 전시 작품은 총 6점이다.  △2편의 싱글 채널 영상 작품 △360도 싱글채널 VR 작품 △배 설치 작품을 포함한 유춘랑 선생의 서도소리_배따라기 공연 △대형 LED 사진 설치 작품 (16작품 △대형 회화 작품 △아카이브 사진이 그것이다.

 

아래는 작품의 자세한 설명이다.

△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장소_양키시장 (Single channel 13분28초),

사라진 장소_소환되는 사람들 (Single channel 7분14초), (미림극장 스크린 상영).

△ 유령의 통로 _ 기록과 기억, 환한 빛을 기다린다.

헤드셋 VR (360도 Single channel 7분)

△ 붉은 배 (극장 스크린 무대 위에 설치작품)_서도소리(유춘랑_배따라기)

△ 극장 디오라마_장소, 사물의 기념비 (미림극장 2층 관람석)

206cmx 153cm, 206cmx 310cm, 240cmx120cm, 160cmx120cm, LED 라이트 패널

백릿 위의 피그먼트 프린트 (16작품), 커튼 설치

△ 호랑이를 죽여라_극장 간판 5.4mx 3.6m (양키시장 내)

△ 유예된 시간_ 아카이브 사진 (미림극장 1층)

 

 

-전시 준비 과정에 대해

작품 제작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장소의 역사성을 중요시하며 현장성을 위해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 작업 과정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개입하는 다학제 연구가 수행됐다.

문학적이면서 정서적 관점을 드러내 줄 수 있는 이세기 시인과 오래 전부터 양키시장을 사진 다큐멘터리 기록 중인 김보섭 작가, 한국 극장 역사와 지역의 특성을 연구하는 위경혜 박사,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나의 작업을 조망하는 이창현 교수, 최연하 사진 비평기획자, 북한 연구가 강동완 교수, 근현대 건축학 전공 안창모 교수 등이 오래 전부터 이번 프로젝트에 개입해 다양한 논의와 글을 써 주었다.

프로젝트 수행에 가장 최적의 매체가 무엇인지 준비할 때마다 고민한다.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를 가장 잘 전달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디오라마를 선택한 이유도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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