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예쁜 빨간 산수유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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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예쁜 빨간 산수유의 겨울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2.01.11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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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도시 산책길에서 만난 산수유

 

잎 넓은 겨울나무가 옷을 홀랑 벗었습니다. 그 무성하던 이파리를 죄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습니다.

겨울나무가 이파리를 떨구는 이유는 뭘까요? 언 땅에 수분은 부족하고 혹한의 겨울을 견디기 위해 단출한 몸매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들 나름의 생존전략이 필요한 것이지요. 칼바람과 오롯이 맞서는 겨울나무를 보면 왠지 쓸쓸하고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죽은 것 같은 메마른 나뭇가지지만 가까이 가보면 작은 눈을 키워내면서 따스한 봄을 기다립니다.

문학경기장 주변 산책길. 앙상한 겨울나무에 빨간 열매가 숱하게 달려 있네요. 자잘한 산수유 열매입니다.

 

한겨울의 산수유 열매.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다닥다닥 달린 산수유 열매.

엄동설한 한복판인 이때, 어찌 이리 고운 색깔의 열매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파리 없는 나뭇가지마다 줄줄이 달려 있는 빨간 열매가 꽃처럼 예쁩니다. 잎은 떨쳐내었어도 주인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의연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이른 봄 화사하게 피는 산수유꽃. 봄소식을 일찍 알려줍니다.

산수유의 화려한 시절은 이른 봄이었습니다. 봄기운이 돌면 산수유는 잎이 나오기도 전에 꽃부터 피웁니다. 노랗고 화사한 산수유꽃은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합니다.

산수유 꽃망울이 불러일으킨 봄바람은 나무들의 겨울잠을 깨웁니다. 벚나무는 금세 신호를 받아 꽃망울을 터트리고 개나리, 진달래도 화사한 얼굴로 손을 흔듭니다. 풀린 땅 여기저기서 들썩들썩! 풀꽃들도 고개를 내밀고,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서 꽃은 만발합니다. 봄의 꽃잔치에 덩달아 사람들도 활기를 되찾고 농사일이 시작됩니다

산수유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보일 듯 말 듯 푸른 열매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선 녹음과 함께 쉼 없이 달려 가을이면 꽃처럼 예쁜 빨간 열매로 얼굴을 내밉니다. 산수유는 화려한 봄 못지않게 다닥다닥 달린 빨간 가을도 사람들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앙증맞은 열매는 색깔이 참 곱습니다.

겨울철, 작은 새들의 먹이가 되는 도심속의 산수유의 열매입니다.

겨울철 도시 공원길에서 만난 고운 빛깔의 산수유 열매. 파란 하늘 사이로 사계절을 다 담아서 박제하듯 매달려 있습니다.

붉은 산수유 열매를 보고 사람들은 무심코 그냥 지나칩니다. 이 열매의 주인은 누구일까? 어디서 작은 새 몇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사람 몫이었을 열매를 작은 새들이 슬쩍슬쩍 건드리며 쪼아먹습니다. 어떤 손님들일까 하고 휴대폰을 들이대자 어느새 '삐이익, 삐익' 시끄럽게 떠들며 줄행랑을 칩니다. 녀석들 소리를 들으니 직박구리가 맞습니다.

녀석들, 한번 날아간 뒤 한참을 기다리는데 다시 오지 않네요. 아껴두고 먹을 셈인가 봅니다. 먹을 게 부족한 겨울을 나야 하는 새들한테 이 열매는 얼마나 고마운 식량일까 싶습니다. 자기의 살점을 조금씩 나누며 새와 함께 사는 섭리가 경이롭습니다. 자연은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

산수유의 열매는 한방에서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해주는 보석 같은 열매입니다.

작은 새들의 겨우살이가 되는 도심 속 열매이지만, 산수유는 한방에서 귀한 보석 같은 열매로 여깁니다. 씨를 발라 말려서 차로 마시면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알려졌습니다. 신맛과 함께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겨울철 원기회복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혹독한 겨울 산수유 나무도 눈을 만들어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빨간 열매로 새들을 불러모으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겨울철 산수유. 그 가지 끝에도 꽃망울을 달고 새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란 꽃물결의 화사한 봄이 기다려집니다.

 

산수유 / 자작시
 
화사했던 봄날 노란 꽃 미소
붉은 열매로 이어가고
모진 풍파 걸어온 길에서
서로 나누며 살라 얘기합니다
 
누가 흔들었는가 파란 하늘을
모두 떠난 자리에서
오롯이 입술 깨물며
! 찬란한 봄을 기다린다오
 
씨 박힌 시큼한 살 냄새
여전히 고운 자태 숨기며
직박구리 애틋한 입맞춤에
예쁜 사랑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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