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 어울림이끌림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사회복지학 박사
대한민국은 2020년 2월을 기준하여 체류 외국인이 총 25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이 5%에 육박하면서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문화 사회’란 한 사회 안에서 다른 민족이나 인종, 문화가 다원화되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1900년대 초기에는 ‘화교(華僑)’의 이주가 있었고 부족한 국내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고용허가제’(2007년), 중국 조선족, 러시아 사할린 동포 등을 대상으로 한 ‘방문취업제’(2007년) 등의 정책으로 외국인 이주가 허용되어 증가하였다. 또 다른 이유는 국제결혼의 증가인데 1990년대 말부터 농어촌 총각의 결혼 문제가 이슈가 되어 국제결혼이 급증하고 다문화 가정이 많이 증가하였다.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의하면 향후에도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인한 외국인 노동력 증가, 국제결혼 증가로 인한 결혼이민자 증가, 외국국적 동포 유입, 유학생 증가 등으로 국내 체류외국인 수는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체류외국인의 수가 연평균 8%씩 증가를 고려해 보면 2022년은 외국인 체류 수는 300만 명을 훨씬 넘어서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과 같은 이민국가로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는 향후 5년간, 외국인과의 ‘상생과 화합’ ’국민 수용성 제고‘ ’지속 발전 가능한 체계 구축‘ ‘재한 외국인의 자립 촉진’ ‘체계적 인권 증진 및 차별 방지’ 등 외국인 정책 추진을 위한 제4차 기본계획(2023∼2027년)이 수립되는 해다. 이에 이같은 실천을 위하여 협력적 거버넌스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난 10년 간 외국인 정책을 부처별로 나눠 실행하였지만 아직도 이민자 사회 통합 및 국민의 역차별 문제, 이주배경 자녀 교육문제, 불법 체류자 증가와 범죄 문제 그리고 난민 문제까지 다양한 사회현상들이 표출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이러한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특히 이민 문제를 개별 현상, 개인의 문제로 보고 부처별로 대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엔(UN)의 이민 기준을 살펴보면 자신의 출신국을 떠나 타국에서 1년 이상 정주 할 경우 이를 이민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의 이민정책은 유엔과 같지 않다. 현재의 이민 정책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중심으로 외교통상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서 분산 관리하고 있다. 즉 이민 정책의 근간이 되는 법령은 있지만, 이민자 급증에 따른 관련 업무를 전담할 부서도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통합적 업무처리를 위해 현재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어 외국인 관련 정책을 관장하고 있으나, 재원 배분권도 없고 위원회 기능과 권한도 제한적이다. 또 간사 부처 역할을 하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 본부조차 인력 및 예산의 한계 등으로 효율적인 업무 수행은 어려운 상태이다.
위와 같은 사례를 종합해 보면 2003년부터 언급된 이민청의 설립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된다. 이민청이 설립되면 반복되는 분산·중복 정책 집행을 예방하여 예산의 낭비를 줄이고 출입국 업무, 체류 관리, 체류 외국인의 사회 통합 및 적응 문제 등의 정책을 보다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은 이민청(외국인청) 같은 부서의 설립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반복된다면 다문화 사회에 대한 역기능으로 피로도는 증가할 것이다.
응급의료와 외상치료의 선구자로 불리는 ‘아담스 카울리(R. Adams Cowley)’박사는 "삶과 죽음 사이에는 골든아워가 있다. 당신이 심각하게 부상을 당했다면, 당신에게는 살아남는데 60분보다 더 적은 시간이 주어진다. 당신은 그때 바로 죽진 않지만 3일, 2주, ... 나중이 되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라고 말했다. 이제, 2022년이야 말로 건강한 다문화 사회의 주춧돌을 쌓고 발전의 원년이 삼는 ‘골든타임’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