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의 봄... 봄까치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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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속의 봄... 봄까치꽃이 피었습니다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2.01.2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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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승기천변을 걸으며- 벌써 봄의 소리가 들리는 듯싶습니다

계절은 겨울의 한복판입니다.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다음 절기가 봄의 길목이라는 입춘(立春)이니 추위도 이제 바닥을 치고 노루꼬리만큼 조금씩 따스해지리라 봅니다.

양지쪽 햇살은 찬바람 속에도 제법 포근합니다.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콧바람이나 쐴 겸 밖으로 나왔습니다.

인천시 연수구와 남동구 사이를 끼고 있는 승기천변은 하천을 따라 조용히 걷거나 자전거 타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하천길 옆에는 숲이 우거진 연수둘레길이 함께 있어 많은 사람이 나와 운동을 합니다. 승기천과 연수둘레길은 사시사철 우거진 녹음과 솔숲이 품어내는 풍광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연수둘레길 승기천코스는 아름다운 숲길이 있습니다. 걷기에 참 좋습니다.
연수둘레길 승기천코스는 아름다운 숲길이 있습니다. 걷기에 참 좋습니다.
승기천변을 따라 산책길과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많은 사람이 운동을 즐깁니다.
승기천변을 따라 산책길과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많은 사람이 운동을 즐깁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봄소식

원인재역에서 선학역까지의 코스를 걷습니다. 왕복 4km로 쉬엄쉬엄 걸으면 한 시간 남짓 걸립니다. 둘레길 숲에 들어서자 맑은 공기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밖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직박구리 녀석들이 나무 위에서 "삐이삑 삐익!" 시끄럽게 떠듭니다. 도심 속에서 듣는 새소리가 싫지 않습니다.

연수둘레길에서 만난 직박구리. 좀 시끄럽게 떠들지만 도심에서 듣는 새소리가 싫지 않았습니다.
연수둘레길에서 만난 직박구리. 좀 시끄럽게 떠들지만 도심에서 듣는 새소리가 싫지 않았습니다.

직박구리는 도회지 공원 숲이나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나무 위에서 주로 생활을 하고 좀처럼 땅 위에 내려오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의심이 많은지 가까이 가면 어느새 줄행랑을 칩니다. 순간적으로 한 녀석을 휴대폰에 담게 되어 오늘은 운이 좋습니다.

직박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 텃새로 귀엽고 예쁩니다. 비둘기보다는 작고 참새보다는 상당히 커 보입니다. 가을에 거두지 않은 홍시나 구기자, 산수유와 같은 나무 열매를 좋아합니다. 수확을 앞둔 사과, , 감 등의 과일에 생채기를 내서 농부들 미움을 사기도 합니다.

승기천은 남동구와 연수구 사이에 흐르는 하천입니다.
승기천은 남동구와 연수구 사이에 흐르는 하천입니다. 옛 수인선 폐협궤열차가 다니던 다리가 보입니다.
이곳에는 수인분당선 전철이 지나갑니다. 옛 수인선 폐 협궤열차가 지나간 다리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수인분당선 전철이 지나갑니다.

직박구리 소리를 뒤로 숲속을 벗어나 승기천변길로 내려왔습니다. 얼음이 녹은 하천에서 물오리가 유유히 헤엄치며 먹이를 찾습니다. 차가운 물 속에서 맨발로 헤엄치는 오리들은 흐르는 물이 좋은 듯싶습니다.

군데군데 앙상한 능수버들 나무가 눈에 띕니다. 죄다 이파리 떨궜는데도 가느다란 가지에는 생기가 돕니다. 가만히 보아하니 눈이 포동포동 살이 쪘습니다. 추욱 늘어진 가지에서 봄을 기다리는 신비가 보입니다.

승기천 천변길을 따라 걷기운동을 하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승기천 천변길을 따라 걷기운동을 하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추욱 늘어진 능수버들. 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추욱 늘어진 능수버들. 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 벌써 앙증맞은 봄까치꽃은...

볕이 잘 든 계단에서 나이 드신 할머니 두 분이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눕니다. 버드나무 가지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 한 할머니가 부릅니다.

"봄을 찍으려면 여기로 와! 여기 풀꽃이 꽃을 폈다구!"
"뭔 꽃이 피었다구요?"
"그렇다니까! 여기 자잘한 꽃이 피었잖아!"
"! 이거 봄까치꽃인데..."
"무슨 꽃?"
"봄까치꽃이요."
 

할머니들은 이른 봄에 많이 본 것 같은데, 이름은 처음 듣는다며 꽃도 꽃 이름도 이쁘다고 합니다. 어느새 봄소식을 전하려는 꽃이 신통방통하다며 보고 또 봅니다.

봄까치꽃이 피어 봄소식을 미리 전하고 있습니다.
봄까치꽃이 피어 봄소식을 미리 전하고 있습니다.

광대나물 사이 듬성듬성 끼어 꽃이 핀 봄까치꽃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일러야 2월 초순쯤 보는 꽃을 1월 하순에 보기는 처음입니다.

봄까치꽃은 그 크기가 앙증맞습니다. 하도 작아 한두 개 필 땐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아직 추운 겨울 푸른빛이 도는 연보라색 꽃이 가냘파 보입니다.

"할머니들, 이 꽃 원래 이름은 큰개불알꽃이래요."

내 말끝에 "아이구 망칙해라!"라며 민망해합니다. 꽃이 지고 난 후 씨앗이 개불알을 닮았다 하여 그렇게 불렸다고 하니까 웃음보를 터뜨립니다.

봄까치꽃이란 이름이 정겹습니다. 까치가 울면 좋은 일이 있다고 해 봄소식을 먼저 준 꽃에 까치 이름을 넣어 새 이름을 붙여준 것 같습니다. 꽃과 이름이 잘 어울립니다.

봄까치꽃! 어떻게 작고 가냘픈 몸으로 매서운 겨울을 났을까? 그리고 먼저 꽃을 피워 남보다 일찍 새봄을 알려줄 생각을 했을까?

우리 인생도 꽃피는 좋은 시절이 있지만, 고난 속에서 시련을 겪기도 합니다. 고난 없는 삶도 없고 견디지 못할 고난 또한 없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희망의 봄소식을 전해준 봄까치꽃이 고맙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여기저기 수많은 꽃이 모여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봄 노래를 들려줄 것 같습니다. 그 봄날이 기다려집니다.

봄까치꽃은 두해살이풀로 귀화식물인 큰개불알풀입니다. 이름이 민망하다 하여 봄까치꽃으로 많이 불립니다.
봄까치꽃은 두해살이풀로 귀화식물인 큰개불알풀입니다. 이름이 민망하다 하여 봄까치꽃으로 많이 불립니다.

 

봄까치꽃 / 자작시

따사한 해가 드는 아침
보랏빛 작은 꽃들이 입 모아 인사합니다.
얼굴 가득 수줍어 보입니다.
새봄 먼저 꽃 피우려고
설레는 가슴 누르며 언 땅에서 얼마를 기다렸을까요?
따사로운 봄바람에 부끄러움 벗어던지고
화사한 웃음보 터뜨립니다.
꽃 한 송이 버티는 건 하루뿐
형님 꽃 지면 다음 날 아우 꽃 피고...
꽃이 친구끼리 말합니다.
"우리 살아 있어 행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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