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놓고 악기 든 을왕리 사람들 "코로나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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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놓고 악기 든 을왕리 사람들 "코로나 물렀거라"
  • 김정형 시민기자
  • 승인 2022.02.0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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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그룹사운드 'again 2' 조직
"코로나로 잃은 세상, 음악으로 찾아보자"

전염병이 만연하여 세상이 혼돈에 빠지는 요즈음, 코로나에 질려 일손까지 놓아버린 사람들이 모였다.

기타 치며 아카디온에 드럼을 두드리고 소리 지르는 그룹사운드다. 놀랍게도 젊은이가 아닌 노년의 인생 2막 그룹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을왕리 해변에서 일하던 이들이다. 단지 코로나 장기화되면서 일을 놓고 악기를 집어들고 모여 그룹사운드를 조직한 것이다.

왼쪽부터 드럼:정지영씨, 싱어:김세곤씨, 기타:임채성씨, 아카디온:조덕연씨
왼쪽부터 드럼 정지영씨, 싱어 김세곤씨, 기타 임채성씨, 아카디온 조덕연씨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만드려 한다.

세상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그저 음악에 빠져 살아가련다.

아니 세월을 기다리련다.

언젠가 사라질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우리의 노래를 마음껏 부르리라."

< Again 2 악단 메모 중에서 ... >

 

연세가 지긋 하신 분들의 모임이다. 환갑은 최소한 넘어야 하고

칠순은 기본으로 지난 분들이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 동네에 모여 음악을 한다.

하얀 모래가 유명한 을왕리 해수욕장
하얀 모래가 유명한 을왕리 해수욕장

을왕리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하얀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해변이다.

젊은이들이 모이고 바다를 보고 싶은 이들이 모이는 곳.

2년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요즘 조용해진 바닷가에 코로나로 무기력해져 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실버 세대가 모였다.

악단명은 'again 2' (한국명 인생 2).

을왕리에서 하던 사업을 잠시 쉬더라도 한때 좋아하던 음악에 빠져보련다.

식당으로 쓰이던 곳을 Again 2 악단 연습장으로 활용
식당으로 쓰이던 곳을 Again 2 악단 연습장으로 활용한다.

악단의 멤버들을 살펴본다.

악단장 : 조덕연 (73)

좌우명 : 음악은 화음이다.

자연의 소리를 연출하고자 하는 철학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

큰 악단에서 지휘를 했지만 요즘 그는 작은 트럭에 악기를 싣고 다니며 연주를 한다. 복잡한 것이 싫고 음악이 좋으니 자유롭게 살며 음악을 하자는 주의다. 아카디온, 섹스폰, 앰프, 스피커 등이 차에 실려있다.

트럭이 가다가 서는 곳은 음악을 연출하는 곳이다버스킹을 한다그러나 요즘 자유로운 삶을 살던 그의 생활이 멈추었다코로나 시국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사람들이, 모여드는 인파가 싫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경찰 신고로 버스킹은 진행될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쉽게 연주되는 섹스 폰은 그의 친구이다.
쉽게 연주되는 섹스 폰은 그의 친구이다.

‘Again 2’와 조 악단장과의 인연은 2년 전 영종도 교회의 성가대를 지휘할 때 시작되었다.

작은 교회에서 만나 이들의 음악지도자가 되었다.

일주일에 몇 번씩 그들은 연습장에서 만난다.

그는 이론적인 강의보다 음악의 흐름을 가르친다.

아마추어들의 모임이지만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고 악단으로서의 조직을 이루는 데는 임채성  회장(기타 리스트)의 역할이 컸다.

롱비치 하우스 운영 임채성회장
롱비치 하우스를 운영하는 임채성 회장

그는 17년 전부터 을왕리에서 롱비치 하우스 호스텔(T.032-747-0066)을 운영한다. 친절하고 깨끗하기로 유명해서 잘 되던 사업이 코로나 시국을 만나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더욱이 호스텔 운영을 하며 재작년부터 식당을 시작했으나 손님이 없으니 정말로 힘들어졌다. 이왕 힘들어진 사업, 잠시 접기로 했다. 식당의 도구를 한쪽으로 몰아두고 음악 악단 연습장으로 사용하자는 생각이었다.

동네에서 모이는 악단의 멤버는 7-8명에 달했다. 모두 코로나로 지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일하는 환갑을 지난 세대들이었다. 인생의 한 주기를 60년으로 본다면, 인생 2막 후반기를 음악으로 연주하며 보내자는 마음에 의견이 모아졌다. 기타와 드럼. 아카디 온, 섹스폰 등의 악기와 음악에 대한 열정들이 을왕리 골목에서 뭉쳤다.

정지영씨는 을왕리에 온 지 20년째 펜션을 운영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중단하고 현재는 을왕리 해수욕장 조개구이 집 직원으로 일한다. 악단에서 드럼 주자로 일하고 있다.

 

드럼주자 정지영씨
드럼주자 정지영씨

김세곤 (71) 씨 젊은 시절 무역 회사를 운영하였다. 20년 전 을왕리에 정착하여 숙박 사업을 했다. 고교 시절 국악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회장을 했으며 사물놀이 패 김덕수씨 동창이다. 현재 Again 2 의 싱어를 하고 있다. 국악에서 이 전문 분야이다.

김세곤씨 악단의 싱어역할을 함.
김세곤씨. 악단의 싱어역할을 한다.

그들의 꿈은 훗날 코로나의 종식이 이루어 지는 날, 을왕리에 오는 손님들을 위한 음악회를 여는 것이다. 을왕리라는 멋진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것이다. 미국의 뉴키즈 온더 블럭도 작은 지역에서 탄생하지 않았는가. 아픈 기억이지만 코로나는 Aagin 2의 모태가 되는 것이지... 하지만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깝다는 말처럼, 가까운 시일내에 코로나는 떠날 것이다.

을왕리 해수욕장 식당가
을왕리 해수욕장 식당가

 

비행기가 붕붕 날아다니는 영종의 하늘 아래, 을왕리 해변은 그들의 연주로 붕붕 나는 세계적인 해수욕장이 되기를 그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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