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을 향기로 표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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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을 향기로 표현하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2.03.04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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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고흐, 향기를 만나다' 전시회 4월 3일까지 서구문화회관에서 열려
대표작 8점 작품 별로 향기 조향... 향으로 느끼는 고흐의 삶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차가운 숲의 향이 난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의 레플리카 작품 전시회가 3월 4일부터 4월 3일까지 서구문화회관 아트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보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작품이 더욱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프루스트 효과’를 이용한 체험형 전시로 기획됐다.

프루스트 효과란 후각(향기)을 통한 자극으로 기억을 재생해내는 현상이다. 후각을 이용하면 더욱 강렬하고 인상 깊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은 고흐의 생애와 연관 지어 진열했다. 우중충한 색감의 초창기 작품부터 자살하기 전 마지막 작품까지 순서대로 감상 할 수 있다.

고흐의 삶과 작품에 대한 설명은 감상의 깊이를 더해준다. 설명 아래에는 동생 테오와 고갱 등 주변 인물과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이 짤막하게 적혀 있어 관람객의 흥미를 돋운다.

 

고흐가 그림을 그릴 떄 사용한 색을 향으로 표현했다.

전시장 입구부터 향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고흐가 실제 그림 그릴 때 사용했던 색과 매치된향이 진열됐다. 마스크를 낀 상태로 직접 향을 맡을 수 있다.

로즈, 자몽, 바닐라, 화이트 머스크, 피오니, 라일락, 마린, 카시스, 샌들우드 향이다.

옆에는 고흐가 27세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사진, 작품과 함께 설명돼 있다.

고흐는 1886년 파리로 떠나 코르몽의 스튜디오에 합류해 젊은 예술가들과 교류한다. 인상주의를 접하며 빠른 속도로 화풍과 색채를 흡수해 우중충했던 고흐의 색채가 1년 만에 화려하게 피어난다.

 

시향지와 '해바라기'

고흐의 단짝이었던 고갱과의 일화와 이와 관련된 대표작 ‘해바라기’도 전시됐다. 고갱이 아를로 와서 고흐와 함께 지내기로 결정하자 고흐는 환영과 우정의 의미로 ‘해바라기’ 연작을 완성한다.

‘해바라기’는 고흐의 설렘을 닮은 향으로 마치 갓 꺾어온 해바라기처럼 푸릇하고 달콤했다.

고갱과 고흐의 인연은 길게 이어갈 수 없었다. 둘은 예술에 대한 시각과 성격이 매우 달랐고 많은 싸움이 발생했다. 결국 고갱은 1889년 12월 말다툼 끝에 고흐를 떠났다. 절망에 빠진 고흐는 자신의 왼쪽 귀를 절단한다.

 

'별이 빛나는 밤'

고흐는 이후 정신 요양원에 스스로 입원해 1년 동안 약 150점의 작품을 완성했으며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도 이때 탄생했다.

‘별이 빛나는 밤’은 단순히 실제 창문 밖 풍경을 옮겨낸 것이 아니라 상상과 결합한 풍경화다. 당시 고흐의 심리 상태처럼 그림 속 밤하늘은 소용돌이치고 있다.

‘별이 빛나는 밤’의 향을 맡자 홀로 우두커니 숲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차가운 밤을 연상시키는 향이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듯이, 우리는 별에 다다르기 위해 죽는다”고 고흐는 표현했다. 그만큼 밤하늘은 고흐에게 무한함과 애정의 대상이었다.

 

3D 프린팅으로 재현한 '아이리스'

만져보는 작품도 준비돼 있다. 캐나다 국립 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작품을 대여해 3D 프린팅으로 재현한 것이다. 마련된 손소독제를 손에 바른 후 작품 ‘아이리스’를 직접 만져보며 고흐의 붓터치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조향사들이 고흐의 작품과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조향한 향수가 사용됐다. 고흐의 대표작 ‘밤의 카페테라스’, ‘반 고흐의 침실’, ‘해바라기’, ‘아이리스’, ‘별이 빛나는 밤’, ‘꽃 피는 아몬드 나무’, ‘도비니의 정원’, ‘까마귀가 있는 밀밭’ 등 8점의 전시작품 옆 선반에는 시향지가 놓여있다.

톱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 등 향에 대한 설명이 함께 있어 이해를 돕는다. 관람객은 각 작품의 특색을 살린 향을 맡으며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네이버 예약, 엔티켓을 통해 무료로 예약 가능하다. 1일 8회 회차당 50명씩 입장할 수 있다.

주말에는 ‘나만의 고흐 섬유향수 만들기’ 체험도 진행되지만, 현재 전 회차 매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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