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의 산골짜기에 깃든 봄빛, 희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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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의 산골짜기에 깃든 봄빛, 희망천
  • 유광식
  • 승인 2022.03.0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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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75) 부평2동 희망천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희망천입구 버스정류장 간판, 2022ⓒ유광식
희망천입구 버스정류장 간판, 2022ⓒ유광식

 

산 너머 마을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 매서운 일들이 이곳저곳에서 전해져 온다. 동해안의 큰 산불이 염려되고 대선 정국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우려되던 전쟁이 발발해 너무 끔찍하다. 그 와중에 우주쓰레기가 달 표면에 충돌하는 등 난리다. 방역패스는 일시 멈춤인데 내 생활 물가는 전진한다. 커피 400원, 커트 2,000원, 필름현상 600원, 메밀우동 500원이 올라 있었다. 어려운 시국에는 그저 어렵게 지내야만 정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총지출을 줄여도 건별 단가가 높으니 기분은 좋지 않다. 엘리베이터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거늘, 천천히 사다리 오르다 가로대 하나 부러지는 상황처럼 느껴진다. 조금 나아지겠거니 하는 기대 아닌 희망을 품기는 하나, 투표를 앞둔 상황에 사뭇 긴장된다. 

 

앞산에서 내려다본 마을 풍경, 2022ⓒ유광식
앞산에서 내려다본 마을 풍경, 2022ⓒ유광식
빌라와 차량으로 빼곡한 모습, 2022ⓒ유광식
빌라와 차량으로 빼곡한 모습, 2022ⓒ유광식

 

부평삼거리역에서 동수역 방향으로 가다 보면 우측 골짜기에 빼곡한 빌라촌을 볼 수 있다. 앞산 아래의 골짜기 따라 주택들이 마치 피난해 있듯 길게 자리하고 있다. 북서면으로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처음 보면 심히 그늘진 감이 깊은 공간이다. 희망천(希望泉) 마을이다. 마을 앞을 지나는 왕복 6차로 경인로는 작은 원통이 고개다. 1960년경부터 몇 가구가 전부였던 이곳에 점점 사람들이 몰리고 어느새 꽉 찬 골짜기가 되었다. 전쟁과 가난으로 어렵던 처지가 전부였을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달 조각 같은 단어에 의지하며 삶을 일구게 된다. 초창기 판잣집과 블록 슬레이트 지붕 주택, 진입로의 협소함이 그려지는 달동네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기존 주택이 헐리고 빌라 주택으로 신축되면서 주거환경과 골목이 정비되었다. 2000년도가 넘어 마을 외곽 우회도로와 공영주차장이 마련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희망천 주 생활도로(오르막 방향), 2022ⓒ유광식
희망천 주 생활도로(오르막 방향), 2022ⓒ유광식
희망천 주 생활도로(내리막 방향), 2022ⓒ유광식
희망천 주 생활도로(내리막 방향), 2022ⓒ유광식

 

마을 앞 경인국도에는 561번, 557번 마을버스가 희망천 입구에서 부평시장을 오가며 주민들의 발 노릇을 한다. 대신 마을 안쪽으로는 버스가 들어오지 못하는 것 같다. 초행 운전에 마을로 한 번 들어서면 끝자락 중턱을 시계방향으로 돌아 나오게끔 된다. 그래도 전보다 나아진 결과다. 경인로 건너에 희망근린공원이 있지만 바로 옆 배수지인 희망체육공원이 좀 더 가깝고 친근하다. 까치가 많다. 한편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마을 입구에는 비석 하나가 인도에 설치되어 있다.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빗돌이라고 하는 돌 비석이다. 누구도 눈여겨보진 않지만, 빗돌이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을의 위상을 생각하게 된다. 희망천이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굴포천에 의미를 보태는 중요한 시점은 아니었나 싶다. 

 

희망천입구 버스정류장, 2022ⓒ유광식
희망천입구 버스정류장, 2022ⓒ유광식
희망천입구 인도에 자리한 추진위원비(1970.11.29), 2022ⓒ유광식
희망천입구 인도에 자리한 추진위원비(1970.11.29), 2022ⓒ유광식
배수지인 희망체육공원(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2022ⓒ유광식
배수지인 희망체육공원(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2022ⓒ유광식

 

희망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지만, 이곳에 좀 더 많았으면 했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지워진 것도 같다. 이전부터 살던 주민들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도 모르고, 초기와는 달라진 주거 양식이 낯선 느낌도 든다. 마을의 주도로는 정겨운 풍경이 가득하다. 그래도 오르막길은 이곳의 척박함을 증언해 주기는 한다. 주택들이 조밀한 이유로 겨울엔 그늘진 곳에 빙판이 걱정스러웠을 터이다. 또한 차량 없는 집이 없는 시대인데 통행에 주의가 필요했을 것이다.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마을의 꼭대기 마지막 슈퍼(주택? 상가? 창고인지 아리송하다), 2022ⓒ유광식
마을의 꼭대기 마지막 슈퍼(주택? 상가? 창고인지 아리송하다), 2022ⓒ유광식
희망교회 입구(오르고 올라야 나오는 주택들), 2022ⓒ유광식
희망교회 입구(오르고 올라야 나오는 주택들), 2022ⓒ유광식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들(배기구에 고드름?), 2022ⓒ유광식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들(배기구에 고드름?), 2022ⓒ유광식

 

어엿한 마을로 부평의 한 곳이 된 희망천. 이름답게 희망이 무한히 샘솟을 것도 같다. 한편 마을 옆 산 너머는 부평가족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쓸쓸함도 번져 온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조금만 올랐더니 펼쳐지는 공원묘지를 보며 숙연해졌다. 무엇이든지 한 끗 차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골 하나 부여잡고 삶을 일궈온 시간이 있고, 오늘은 꿈만 같고 내일도 희망인 희망천이다. 비록 마을 길이 단조롭지만 그렇게 다듬어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은 줄로 안다. 몸소 겪진 않았지만, 자취를 살피며 되새겨 보는 것만으로도 크게 깨닫는다. 마을 도로가 시내가 되고 경로당과 도서관이 마을 삶의 배수지가 되어 희망의 기운이 막힘없이 계속 흘러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려워 보여도 희망 부동산이다. 

 

마을 꼭대기 능선 너머의 부평가족공원, 2022ⓒ유광식
마을 꼭대기 능선 너머의 부평가족공원, 2022ⓒ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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