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기후위기 대응 의지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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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기후위기 대응 의지가 있나
  • 박병상
  • 승인 2022.03.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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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송도에 건설될 예정인 103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 '인천타워'
송도 해변에 건설될 예정인 103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 '인천타워' 조감도

 

울진 산불이 열흘을 넘어간다. 심각한 겨울 가뭄이 퍼뜨린 산불은 산림청과 군 인력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쉽사리 종식되지 않는다. 대지를 충분히 적시는 봄비는 언제 내리려나.

울창한 숲에 불이 붙으면 대지와 나무에서 증발하는 수분이 구름을 만들어 한바탕 비를 퍼부었는데, 기후위기는 이맘때 산록을 바싹 말렸다. 미국과 유럽, 호주와 인도에서 들리는 기상이변 소식이 우리나라에 들리지 않았던 건 다분히 운이 좋았을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하는데, 이번 산불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의미일까?

섬지방에 마실 물이 부족하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도시 아파트단지는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하늘을 더럽히는 미세먼지가 짜증스럽지만, 한바탕 샤워로 개운해진다. 내 몸에 맞는 온도로 따뜻해진 수돗물로 땀에 젖은 몸을 금세 씻을 수 있는데, 이런 호강은 언제 시작되었고 언제까지 계속될까?

다른 나라의 일로 여겼던 기후위기가 다가온다. 울진 산불이 시작일지 모른다. 21세기에 집중된 최고의 기온이 한반도까지 엄습하지 않았지만, 닥친다면 우리는 견딜 수 있을까? 에어컨이 준비돼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바다의 파고를 막아주던 맹그로브 숲을 투기 자본이 제거한 뒤 세계 최고의 휴양도시로 변신한 미국 플로리다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물리 몰려든다》를 펴낸 미국의 환경운동가는 거듭되는 해수면 상승과 거세지는 허리케인으로 도로와 호텔뿐 아니라 화려함을 유지 보수하는 가난한 계층의 저지대 주거지가 침수하는 실상을 전한다.

정작 환경운동가의 걱정은 다른 데 있다. 침수되는 건물의 유지 비용 증가로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 도시 쇠락으로 이어질 텐데, 이권을 노리는 막대한 부동산 자본은 오히려 더 화려한 건물을 궁리한다고 한다.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 빠져나갈 요량이라는데, 정작 진행되는 문제는 저지대의 침수다. 정화조가 넘쳐 해변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건만, 관광객 감소를 염려하는 시 당국은 실상을 한사코 감추려 한다는 게 아닌가.

태풍의 힘과 횟수를 키우는 기후위기는 플로리다만 위협하는 게 아니다. 《물이 몰려든다》 저자는 뉴욕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위기도 전하는데, 최근 6차 보고서를 채택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배출 추이를 통제하지 못하면 해수면이 금세기 말까지 2m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동해안의 상당한 지역이 바다 아래로 잠긴다는데, 런던과 동경도 가라앉을 것이다. 세계 최고 밀도의 화력발전소가 위치하는 인천은 온전할까?

팔당에서 수돗물 원수를 가져오는 인천은 기후위기의 피해를 실감하지 못한다. 이번 겨울 가뭄이 일상으로 변한다면 핵발전소와 춘양목까지 위협하는 산불은 울진에서 끝날 가능성은 없다. 빗물과 지하수가 팔당댐을 채울까? 산불 끄려고 낙엽을 모조리 긁어내면 보습력을 잃은 산은 댐 수량을 채우지 못할 것이다. 고밀도 아파트단지인 수도권은 물 부족이 심해질 텐데, 상수원에서 먼 인천은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파고 완충하던 갯벌을 매립한 자리에 초고층 빌딩을 채워 하늘을 좁힌 인천은 해수면 상승에 몹시 취약하다. 상하이와 플로리다가 가라앉을 때, 인천은 멀쩡할 수 없다.

매립지의 초고층 빌딩들이 해수면 상승을 걱정하지 않으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멈춰야 할 텐데, IPCC 6차 보고서 작성에 참석한 우리나라의 전문가는 다르게 이야기한다. 정부가 선포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위기가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방치해 파국에 빠지지 않으려면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빨리 회복될 수 있는 ‘회복 탄력성’ 높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갯벌 대부분을 없앤 인천은 어떤 ‘회복 탄력성’을 모색해야 할까?

IPCC 보고서를 분석한 전문가는 온실가스를 진정시키지 못하면 50년 뒤 인천은 5조 원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예견했다. 50년 뒤 5조 원? 한참 뒤의 이야기일까? 아무 일이 생기지 않다가 2070년 무렵부터 난리가 난다는 의미일 리 없는데, 인천시는 여태 조용하다. 50년 후에 5조 정도는 무난히 준비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걸까?

송도국제도시는 103층 빌딩과 주변에 초고층 빌딩 숲을 추가할 거라고 자랑한다. 그런 빌딩들을 언제 완공하며 자축할까? 건설 과정에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완공된 빌딩들은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추가 배출할까? 해수면은 얼마나 상승할까? 수온 상승은 태풍의 규모와 횟수를 늘린다는데, 파고는 얼마나 높게 자주 103층으로 닥칠 것인가? 거액을 챙길 부동산 자본은 언제 빠져나갈까? 한가한 소리다. 송도국제도시의 명성은 그 전에 갯벌에 처박힐지 모른다.

IPCC는 회복 탄력성을 누차 강조하는데, '환경특별시'를 되뇌는 인천시는 회복 탄력성이 궁금하지 않은가 보다. 투자비 회수에 목숨 거는 플로리다의 건설자본은 온난화 이후에 벌어질 파국을 외면하며 철수 시기를 저울질한다. 송도신도시를 비롯해 인천시 전역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단지의 건설자본은 아니 그럴까? 그런 아파트에 터전을 정할 시민은 입주 뒤 어떤 처지에 내몰릴까? 인천시의 대책이 궁금하다. 회복 탄력성은 미래세대를 위한 최소의 대책일 텐데. 남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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