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맞아 깨어나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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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맞아 깨어나는 봄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2.03.15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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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촉촉이 내리는 비. 봄을 재촉합니다.

 

봄비 / 자작시

처마 밑엔 또닥또닥
논 바닥엔 차박차박
 
비단결 같은 마음 담아 조곤조곤 속삭입니다
파랑새 월계수 이파리 물고 오듯 다가옵니다
 
봄비는 여시비
 
명자나무 꽃망울
봉긋한 가슴 주체할 수가 없네요
빠알간 입술을 엽니다
 

홍매화, 산수유가 봄소식을 전합니다

봄비가 한차례 지나갔습니다. 오랜 겨울 가뭄 끝에 내린 단비입니다. 특히, 이번 비는 며칠째 경상북도 울진과 강원도 동해·삼척 지역을 훑고 지나가는 산불을 잠재웠습니다. 고맙고 고마운 비였습니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습니다.

봄비는 산천초목을 깨웁니다. 그래서 봄비를 단비라 하여 반깁니다. 어느새 파릇파릇 풀들이 돋아납니다. 물오른 나뭇가지도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비 갠 오후, 가벼운 산책에 나섰습니다. 아파트 화단 나무에 빨간 꽃이 피었습니다. 홍매화입니다. 몰라본 사이 90% 정도 만개한 듯싶습니다.

할머니의 설레는 봄 마중.

반가운 마음에 휴대폰을 들이대며 연신 사진을 찍는데,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왔습니다.

"와따! 요 녀석들 봐라! 언제 꽃망울을 터트렸다냐!"
"할머니, 이 꽃나무 아세요?"
"알다마다요. 홍매화 아니에요?"
 
활짝 꽃망울을 터트린 홍매화. 봄을 실감하게 합니다.
홍매화를 바라보고 있는 마음은 청춘입니다.

처음 뵙는 할머니가 살갑게 대합니다. 당신도 휴대폰에다 홍매화를 담으려고 까치발을 딛고 사진을 찍습니다.

"근디, 꽃잎을 찍으려는데 초점이 잘 안 맞네요!"
"좀 가까이 대고, 선명하게 보일 때 찰칵 누르세요."
"오오, 그러네."
 

할머니는 요리조리 찍어 보다 맘에 들게 찍혔는지 만면에 미소를 짓습니다. 바로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며 "어때 잘 찍었어요?"하고 확인시켜 줍니다.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할머니, 저쪽 청매실은 이것보단 꽃이 늦는 것 같아요?"
"그렇죠. 요놈들도 형님 동생 하면서 먼저 피고 늦게 피고 그럴 거요."
 
막 꽃망울을 터트리려는 매화.
향기를 내뿜는 매화. 며칠 내로 활짝 피어날 것입니다.

일찍 피는 녀석은 형님일 거고, 지각하고 피는 녀석은 동생일 거라고 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여기 홍매화는 봄소식을 남보다 먼저 알려주려는 마음 급한 형님 꽃이 아니겠냐 합니다. 애들도 발육이 빠른 애가 있고, 더디 자라는 애가 있듯이 매화도 제각각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필 것입니다. 결국은 다 피면서요.

할머니께서 코끝에 꽃을 가까이 대봅니다. 그윽한 매화 향기를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향기도 향기지만 홍매화의 붉은 꽃잎이 매혹적이라고 말합니다.

할머니의 시선이 막 피어나는 산수유나무로 옮겨갑니다.

"산수유 꽃망울 좀 봐요. 봄 아가씨 가슴처럼 몽글몽글 잔뜩 부풀었네! 요 녀석들도 일주일 정도면 팝콘 터지듯 터질 것 같어. 반짝반짝 빛나는 노란 산수유꽃은 또 얼마나 이쁠까!"

산수유꽃도 막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산수유꽃의 우아한 자태.

할머니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 시처럼 아름답습니다. 오랜 삶에서 나오는 감탄사입니다.

할머니는 산수유도 찰칵찰칵 연신 휴대폰 카메라를 누릅니다.

"할머니, 꽃을 사진에 담아 뭐 하시게요?"
"뭐 하기는? 공부하느라 정신없는 우리 손주들한테 보여 주려고요."
"손주들이 꽃을 보면 되게 좋아하겠어요!“
 

몸은 늙었지만, 마음만은 꽃과 같은 할머니의 고운 미소가 봄꽃처럼 아름답습니다.

세상은 변해도 꽃과 계절은 늘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꽃은 계절과 함께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깨어나는 자연에서 우리도 맑은 정신을 가다듬고 봄을 맞이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때맞춰 비를 맞고서 봄소식을 전해준 꽃들이 반갑고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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