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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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방법
  • 최원영
  • 승인 2022.03.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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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44화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는 것을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난 몇 차례의 방송을 통해서 중도의 길이 바로 역지사지임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성공하는 삶,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중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을 갈등과 부조화에서 벗어나게 하는 중도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한 가지 깨달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옳다고 믿고 있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신의 원칙과 신념, 기준만이 옳다고 믿고 살면 절반의 삶만 사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의 삶은 ‘틀린’ 삶이라고 오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너와 나의 관계를 갈등 관계로 만들어버리곤 합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류시화)에 네 명의 제자를 둔 스승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승은 제자들에게 자신과 타인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한 명씩 차례대로 여행을 보냈다. 무엇을 보았는지 돌아와서 말하게 했다.”

“첫 제자는 겨울에 가서 보았다. 나무는 차가운 바람 속에 잎사귀도 없이 헐벗음 그 자체였다. 껍질 속 중심부까지 메말라 있었다. 돌아와 스승에게 나무가 못나고 굽었으며 아무 쓸모 없다고 설명했다. 성장을 암시하는 생명의 힘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말이다.

둘째 제자는 봄에 갔다. 가지마다 움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었다. 뿌리는 끊임없이 생명수를 길어 올리고, 마치 봄과 사랑에 빠진 무언의 몸짓처럼 움마다 봄기운을 단단히 오므려 쥐고 있었다. 앞날이 무척 기대되는 나무라고 말했다.

셋째 제자는 초여름에 갔다. 온통 흰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뿌리는 단단히 땅을 움켜쥐고 수술과 암술을 보듬어 주는 꽃들에선 감미로운 향기가 그윽했다. 그 만개한 세계에 이끌려 다른 존재들이 모여들었다.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나무라고 말했다.

넷째 제자는 가을에 갔다. 가지가 휘어질 만큼 매달린 황금빛 열매들을 봤다. 그 열매들은 태양과 비바람에 자신을 내맡긴 믿음의 결과였다. 돌아와서 그는 햇빛과 비를 당분으로 바꿔 풍요와 결실을 이뤄내는 나무의 연금술에 깊이 감동했다고 말했다.”

자, 그럼 스승은 이런 제자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을까요?

스승은 모두의 의견이 그 자체로는 틀리지 않지만, 전적으로 옳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각자가 본 것은 그 나무의 한 계절에만 해당하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스승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나무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한 계절의 모습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나무와 사람은 모든 계절을 겪은 후에야 결실을 맺기 때문이다. 가장 힘든 계절만으로 인생을 판단해선 안 된다. 한 계절의 고통으로 나머지 계절들이 가져다줄 기쁨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만 겪어보고 포기하면 봄의 약속도, 여름의 아름다움도, 가을의 결실도 놓칠 것이다.”

이 예화에서 지혜롭게 살아가려면 먼저 4계절의 변화가 어떠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알아야 눈이 내리지 않는 더운 나라에서 사는 사람도 눈이 내리는 추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야 두 사람이 친구가 되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겠지요.

이런 태도가 이야기 속의 스승처럼 전체 맥락을 파악하고 살아가는 사람의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갈등과 조화롭지 못한 삶을 행복한 삶으로 바꾸어주는 비결입니다.

그러므로 중도의 길, 즉 역지사지하는 자세를 가지려면 먼저 상대에 대해 알아야만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까지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타인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방법’이란 제목으로

역지사지하는 넓은 시각으로 남의 입장이나 형편을 헤아리는 중도의 길을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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