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공짜 있고 '추억의 도시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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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공짜 있고 '추억의 도시락'까지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2.03.27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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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장사는 뭔가 색다른 아이템이 있어야 대박!

인천 원인재역은 수인분당선과 인천지하철 1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이다.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 그런지 인근에 소문난 음식점이 즐비하다. 이른바 먹자골목이 있다. 여긴 '음식문화거리'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고깃집, 국밥집, 횟집, 빵집, 커피전문점 등 다양한 음식점이 거리를 이루고 있다. 비교적 값도 싸고 맛있는 이른바 가성비 좋은 곳이 많다.

인천 원인재역과 연수역 사이 '음식문화거리'. 

아내와 나는 뭘 먹을까 이곳저곳을 기웃기웃하다 '착한 고깃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착한 고깃집이라? 거기다가 1등급 고기 숯불구이라는 간판도 그럴싸하다. 보통 '착한 음식점'이란 타이틀은 미식가들이 소문을 내어주는데, 여긴 스스로 대놓고 상호 자체를 '착한 고깃집'이라 했다.

우리가 찾아간 '착한고깃집'. 손님이 참 많았습니다.

어떤 자신감의 발로에서 나온 걸까? 얼마나 착하게 장사를 할까? 차림표에 나온 가격을 보니 여느 집과 별반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주인장이 손님을 받는다.

"여긴, 뭐가 제일 맛이 있나요?"
"우리 집은요. 다 맛있는데, 돼지 왕갈비를 손님들이 많이 찾아요."
 
돼지왕갈비. 칼집을 넣어 손질한 고기에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맛이 좋았습니다.
셀프코너에서 반찬을 손님이 먹을 만큼 가져다 먹습니다.

주인장이 추천한 메뉴이니 맛있겠다 싶어 우린 양념돼지갈비 2인분을 주문했다. 메뉴판을 보니 1인분 300g으로 13000원이라 했다. 그 정도면.

주인장은 고개를 꾸벅 숙인다. 돌아서면서 뭔가 빠트린 듯 말을 꺼낸다.

"된장찌개는 기본으로 나오고요. 채소랑 밑반찬은 필요한 만큼 셀프코너에서 가져 드세요. 소주는 무제한, 맥주는 1인당 한 병까지 공짜예요. 추가 메뉴는 말씀하시면 맛있게 해드릴게요."

메뉴판입니다. 소주는 무제한, 맥주는 1인당 두 병까지 공짜!

음식점은 맛도 맛이지만 친절해야 다시 찾게 된다. 주인장이 손님 대하는 태도가 아주 싹싹하다.

주문한 돼지갈비가 정갈하게 도르르 말려 나왔다. 갈비 한 대가 한 사람이 먹기에 딱 알맞은 양인 것 같다. 상추에 싸서 양파 양념 소스를 찍어 먹는데, 정말 부드럽고 입에 착 붙는다. 고기 맛이 술을 부른다.

"당신, 막걸리 한 잔 안 해?"
"글쎄, 막걸리 공짜는 아닌 모양인데."
"그럼, 나랑 맥주 마실까? 맥준 그냥 준대잖아!"
"두 병 가져올까?"
 
셀프코너에서 정갈한 반찬을 손님이 맘껏 가져다 먹습니다.
냉장고에는 소주와 맥주와 가득 차 있습니다.

술을 보관하는 냉장고에는 소주와 맥주가 꽉꽉 차 있다. 손님들은 눈치 보지 않고 알아서 가져간다. 술값은 따로 계산하지 않으니 주당들의 천국인 것 같다.

우리도 맥주를 가져다 건배를 하였다. 공짜라서 그런가? 오늘따라 시원한 맥주가 맛있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아내는 자기가 마시다 남은 잔을 내게 내민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한 병을 들고 냉장고에 다시 갖다 놓는다.

사장님이 아내를 봤다.

"맥주는 두 병까진 그냥 드셔도 되는데."
"우린 한 병이면 충분해요. 그런데요, 여긴 과음하는 손님이 있겠어요?"
"혹 그런 분도 없지 않지만, 자기 주량만큼 드시는 분이 대부분이에요."
 
식사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하니 손님들은 알아서 적당히 술을 먹는다고 합니다.

공짜라고 곤드레만드레 취한 분들이 많으면 장사가 곤란할 것 같지만, 생각보단 무턱대고 드시지는 않는다고 한다. 술을 더 마시면 다른 메뉴를 찾게 되며 매상이 오른다고 웃는다. 그리고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고 한다. '식사 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한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장사를 하니 적당히 드신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불판에 고기가 떨어질 무렵, 아내는 색다른 메뉴를 발견한 듯 내게 묻는다.

"여기 '추억의 도시락'이란 것도 있네! 3,000원인데, 이것 하나에 공깃밥 하나 시킬까?"

색다른 메뉴. '추억의 도시락'입니다. 옛 생각이 났습니다.

'추억의 도시락'이란 메뉴가 뭔가 궁금하다. 학창시절 어머니가 싸주신 양은 도시락과 똑같다. 뚜껑을 열어보니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 이 벤또, 부잣집 도시락이네! 소풍 갈 때나 싸주시던 거!"

아내 입에서 나온 벤또라는 일본 말, 오랜만에 들어본다. 하얀 쌀밥에 소시지에 김치 볶음, 콩나물, 콩자반 그리고 밥 위에 올려진 달걀부침까지! 아내 말마따나 부잣집 친구들이나 싸 들고 와 먹었던 도시락이다.

예전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정성 들여 싸주셨다. 반찬은 국물이 흐르지 않는 단무지나 장아찌가 단골손님이었지만.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는 방법은 특별했다. 까만 보리밥은 밑에 넣고, 흰 쌀밥은 위에 덮어 누가 보면 쌀밥을 싸 온 줄 알게끔 했다. 그래도 소풍 가는 날이나 학교 운동회 때는 여느 때와 달랐다. 그날은 하얀 쌀밥에다 달걀부침도 올려놓고, 멸치볶음에 사이다도 한 병 넣어주셨다. 그날 먹는 도시락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오랜만에 맛보는 양은 도시락에 담긴 음식을 보니 추억이 새롭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불고기에 공짜 맥주, 추억의 도시락을 맛나게 저녁을 먹었다.

장사가 잘되는 음식점은 뭔가가 있다. 가격이 싸면 좋겠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좋은 식자재로 맛나게 요리하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집은 대박이 난다.

계산하면서 주인장에게 물었다.

"소줏값이 올라 다른 데는 5,000원씩 받던데..."
"오르긴 했어도 저흰 그대로 나갈 참이에요. 진심이 통하면 단골손님은 더 많아지지 않겠어요?"
 

돈벌이 장사도 장사지만, 손님들이 만족하고 행복하게 드시면 주인장은 그것으로도 보람이 있다고 한다. 장사에 대한 어떤 깊은 속내가 숨어 있음이 느껴진다.

어찌 되었건 색다른 도시락까지 까먹으면서 즐거운 식사를 했다. 자신만의 노하우로 나름 대박을 터트린 음식점 주인의 넉넉한 인심도 맛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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