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는 삶 -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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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는 삶 -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 안태엽
  • 승인 2022.04.19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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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안태엽 / 자유기고가
장애인의 날(20일) 및 장애인 주간을 맞아 18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따뜻한 기술' 개회식.
장애인의 날(20일) 및 장애인 주간을 맞아 18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따뜻한 기술' 개회식.(사진=연합뉴스)

 

몇 해 전 TV에서 이경규 코미디언이 자정이 되는 한밤중에 교통 신호를 잘 지키는 첫 번째 운전자에게 ‘양심냉장고’를 주는 프로가 있었다. 아주 깊은 밤에 인적이 드문 조그마한 시골길 건널목에서 빨간불이 들어오면 신호를 지키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하여 나도 그 프로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산기슭 조그마한 건널목에 PD와 이경규는 드문드문 다니는 차량들을 숨어서 지켜보았다. 건널목에 건너는 사람이 없으니까 빨간불인데도 멈추지 않고 차들은 마구 달렸다. 밤 12시가 지나 새벽 2시가 지나도 멈추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숨어서 보던 그들은 지쳐 가는데 새벽 4시경 프라이드 차량 한 대가 빨간불이 켜지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횡단보도에 섰다. 이경규와 PD는 놀라며 차량 쪽으로 뛰어갔다. “어디를 다녀오시는 거냐고” 물었더니 부인과 함께 인형을 팔고 온다고 했다. 부부는 둘 다 뇌성마비였다. 이경규는 교통법규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얼얼한 말투로 “우리는 누가 보든지 안 보든지 교통법규를 지킨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담당자와 이경규는 부부에게 ‘양심’ 냉장고를 기증했다.

미국 어느 항공사 간부는 비행기 부품 나사 끼우는 작업에 IQ 80 이상 되는 사람은 안 뽑는다고 했다. 그 이상이 되면 작업하는 도중 순간적으로 자신의 생각이 끼어들고 그것이 실수로 이어져 불량품이 생기기 때문에 단순한 사람을 뽑는다고 한다.

얼마 전 업무 스트레스로 필자에게 뇌경색이 왔다. 처음, 나는 잠을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자 더 심해져 아내는 발을 동동 굴렸고 나는 결국 일주일간 입원하게 되었다. 퇴원 후에 나는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글씨도, 수저도 못 드는 장애자가 되었지만 다행히 재활 치료 덕에 한 달 만에 호전될 수 있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머나먼 남의 일인 줄만 알고 살아왔던 장애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가까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장애자로 살면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실제 체험하게 되었다.

2017년 우리의 사회를 뜨겁게 달군 장애학생 부모가 강서지역 특수학교 신설에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TV를 통해 알려졌다. 장애자 부모들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무릎까지 꿇으며 사죄를 하는데 주민들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서슴지 않았다.

“엄마가 목숨 걸고 지켜줄게”라는 말에 장애자 부모들이 든 피켓을 보면서 가슴이 며지며 눈물을 쏟았다. 이들도 각자의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고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음에도 죄인처럼 이렇게 고개를 떨구어야 하나. 장애자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공동체에 의미 있는 존재들인데....

송명희는 뇌성마비 작가로 ‘나’라는 시를 쓰고, 곡을 붙어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가운데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이다.

 

      나 남이 가진 재물 없으나 나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이 있으니

      나 남이 못 보는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을 깨달았네

      나 가진 것 없지만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

 

자신이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평하다는 그녀의 표현이 휠씬 좋은 조건을 가진 내가 매사 감사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했다.

우리는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잘 보이지 않아 돋보기에 의지해야 하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아 청각 장애자처럼 살게 된다. 인간으로 태어나 장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건 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 인구는 250만 명이라고 한다. 장애인 10중 8명은 원래 비장애인이고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는 경우는 13.3%이다.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환 등으로 후천적 장애가 70.8%라는 통계가 있다. 그중 장애자 17%는 작은 보수로 일하지만 83%가 실업자들이다.

매년 4월 20일은 장애자의 날이다. 사람들은 이날 만큼은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그날이 지나면 다시 무관심하며 살아간다. 이젠 장애인에 대한 문제를 개인이나 가족 내에서 해결해야 할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사회에 대한 기여나 업적도 중요하고 능률과 효율이 얼마나 있느냐도 중요하다. 하지만 장애자 처우 개선에 힘쓰는 사회와 국가이길 바란다. 이것을 통해 모두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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