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 '서구 민중의 집' - "더 가까이, 더 자주, 더 많이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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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차 '서구 민중의 집' - "더 가까이, 더 자주, 더 많이 만나요"
  • 강영희
  • 승인 2022.05.10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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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문화공간] (7)
서구 민중의집 - 나눔과 연대를 통한 생활문화사랑방

 언제나 서구의 길들은 익숙한 듯 낯설다. 서구 공단지역인데 주-욱 뻗은 길을 중심으로 야트막한 건물에 작고 다양한 가게들이 늘어서있다. 이곳은 언제나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큰 프랜차이즈나 대형마트, 고층 아파트보다 생기 있고, 활기차 보인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출발해 그 가게들을 찍어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2013년 4월 문을 열었던 1층공간@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주요 구성원일 이곳 서구에서  ‘서구 민중의 집’은 2013년 4월 건지로249번길 1층에서 ‘우리동네 사랑방’이라는 공간과 함께 문을 열었다. 2015년 길 건너 석남로75, 2층 지금의 공간으로 이전해 운영되고 있다. 올해로 9년차다. 어떤 활동들을 해왔을까?

 ‘민중의 집’은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하고 1인가구도 늘어나면서 다른 사람과 편안하고 안전하게 무엇인가 나누기가 어려워진 도시에서 공간과 다양한 활동(각종 프로그램)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의 ‘관계맺기’를 시작하고 또 지속하여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프로그램도 그 자체의 의미보다 관계맺기를 위한 매개체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강사고 참여자고 다 흩어지고 멈춰지는 상황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를 지속하고자 하는 이들이 계속 다양한 계기를 통해 만날 수 있도록 한다. 지속적인 만남으로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모자라고 남는 것을 서로 나누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라고 이애향 대표는 설명한다.

 초등학교 입구라 낮시간에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들어와서 물도 마시고, 와이파이도 쓰고, 친구도 만나는 등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동네 주민들이 프로그램을 짜서 운영해주시기도 한다. 학원 안가고 못가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 전교조 선생님들과 연계해 방학때는 돌봄교실을 열기도 했다.

 4년 전부터는 매일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돌봄교실 역시 주민들이 미술, 목공, 요리 등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와서 봉사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들 역시 지역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다.

 

 이주노동자가 많았던 서구 공단지역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실과 함께 서로의 문화를 가르치고 배우면서 다문화 관련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한 ‘꿈꾸는 교실’, ‘인천 문화예술아카데미’ 마을교육 등을 시작으로 미술, 기타, 풍물, 목공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공간을 처음 열었을 때 열정과 의욕으로 특별한 의미의 무엇, 히트치는 무엇을 하려고 애썼는데 이제는 3인 이상이 재미있어하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고, 프로그램을 기획해주는 등의 지원활동을 하고있다. 

 참여자들의 필요에 의해 활동하니 자연스럽게 가늘고 긴 – 느슨한 관계맺기가 형성되고, 성장한다.  ‘민중의 집’은 그 관계들이 힘이 빠지지 않도록 응원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데 공간중심의 관계맺기를 지향하는 ‘민중의 집’의 장점이라고 이애향 대표는 말한다.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이 7-8년 지나니 성인이 되면서 ‘한길공동체’라는 자조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고, 목공모임은 마을기업으로 새 공간을 마련해 운영중이다. 또 인천문화재단 문화다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서로물듬’은 3년째 계속되며 비장애 청년들과 만나고 활동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이제 지구도 생각하자며 매년 봄 1주일 정도 나눔장터도 하고, ‘배다리의 <돌고>’처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물건을 갖다 두고 필요한 이들이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텃밭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감자 등을 캐서 갖다 두면 욕심껏 가져갔지만 이제는 가져가면 또 다른 걸 내어놓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시간은 걸렸지만 공유하고 소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

 이애향 대표는 민중의 집 9년을 운영하다보니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많고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도 네크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무언가 하고 싶은데 공간이 없는 사람들이 언제든 여기를 통해서 공간을 이용하고, 이 동네 사람들과 만나도록 한다. 예술가 등 자기 콘텐츠가 있는 사람들이 사람과 공간을 찾기 어려울 때 이 곳에 오면 동네사람들을 모아준다. 예술가들과 그런 관계를 맺어서 자기 활동을 하도록하고, 지역주민들이 그 내용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민중의 집’이 2015년 지금의 공간으로 이전했을 때 나무로 책장이며 의자, 책상도 짜주신 분이 이 지역에서 개척교회를 세우고 30여년 활동한 이응걸 목사다. 당시 DIY(Do It Yourself) 가구가 유행했는데, 이 과정을 보아오던 회원들이 배우고자 해서 그 기술이 있던 ‘다살림 레츠’ 회원 남편을 초청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그것을 모두 재미있어해서 공간을 얻어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제 발달장애인 청년들을 교육하고, 함께 일하는 마을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서구 공동체 라디오도 처음엔 프로그램으로 만들었고, 사람들이 연습이 되니까 노인복지회관과 연계해서 계속하게 됐다. 이분들도 이제는 따로 ‘공동체라디오 서구FM’ 공간도 얻고 회원도 가입시키고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중의 집’은 이제 뭔가 장(場)을 열어주고 그것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고, 동등한 관계맺기를 해서 네크워크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갖게 되었다.

이애향 대표와의 인터뷰를 요약한다.

서구 민중의 집 대표 이애향씨@
서구 민중의 집 대표 이애향씨@

 

 

- 9년차, 민중의 집은?

기존에 여러 단체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지만 주민 및 참여자들이 회원의 60%를 차지한다. 1만원 회비로 기본적인 운영과 상근활동가 비용은 나오지만 다양한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확보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이 하니까 잘 되든 안 되든 그만이니까 특별히 돈을 들여서 하지 않는데 주민들 대상의 문화예술교육은 비용이 든다. 돌봄교실의 경우도 주민봉사라고는 하지만 약간의 수고비라도 지급해야 하는데 그런 걸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재정확보가 여전히 어렵다. 그런 고민의 지점에 와 있다.

내년이면 10년.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데 돌봄 같은 마을의 문제를 적극 해결하려면 어느 정도의 사업적인 모델이나 모형이 있어야 하는데 가능할지, 협동조합의 모델로 목공방 경험이 있는데 좀 더 가능할지 ‘마을 공동체 생태계 조성’에 고민을 더하고 있다. 주민공동체 운동의 색깔과 내용, 활동방향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고 있고, 마을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을 해나가고 있다.

마을밥상,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런데 청년세대 참여자가 적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활동과 모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간확보와 함께 젊은 청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며 청년활동가를 영입했다. 조직 분위기를 젊게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일상의 품이 많이 들어, 문화예술을 향유할 여유가 없다

그런데 제일 고민스러운 것은 주민이 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어야 하는데 문화예술은 여전히 낯설고 생활화되지 못해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가지 생활문화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프로그램이 끝나면 스스로 모임이나 동아리를 구성해 운영하고 여기에 예술성을 더해 주변으로 확산하거나 다른 모임들과 연합하거나 하는 성장이 쉽지 않다.

일상생활에 드는 품이 너무 크다보니 하고싶은 것에 품을 들이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많이 부러워할 정도로 좋은 문화예술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회원과 지역주민들에게 먼저 열지만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외부 사람들이 참여한다.

 

일단 그냥 해보면 되는데 그게 자기 생활화되지 못한다.

사람들이 스스로의 욕구, 욕망을 좀 찾아서 가볍고 편하게 그런 ‘꺼리’들을 많이 접해 봤으면 한다. 전문적인 공연장 예술활동도 필요하지만 일상적으로 잔잔하게 시냇물처럼 다양한 문화예술을 쉽게 편하게 접해보고, 정말 좋아지면 파고들어보고, 그게 계기가 되는 생활문화들이 골목에 많아져야 된다.

서울의 경우 그런 생활문화들이 평생학습개념과 연결시켜 생활문화프로그램을 한골목에 3-40개씩 막 열어주고 활용하도록 한다. 집 가까이에 편의점이나 헬스장을 가듯이 접할수 있는 공간에 그런 공간이 있어야 한다.

서구의 경우 ‘문화충전소’, 부평의 ‘부평별곳’, 시의 ‘문화오아시스’가 그런 역할을 지속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공공의 문화예술활동도 그런데 초점이 더 맞춰져야 한다.

자기 생활에 변화를 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계기가 되어주는 공공의 문화예술 활동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이 평생교육과 연결되어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더 자주’ 그리고 ‘더 가까이’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래서, 다시, 일상에서 만나야한다

어른과 아이의 관계맺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공공의 역할은 그래서 그 관계맺기가 쉽게 될 수 있는 접점을 열어주는 것, 민중의 집 같은 공동체 공간이 더 확대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안전하게 편하게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골목에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

책이 아니어도 일상의 삶에서 문제가 있을 때 가족과 이웃과 주변사람들과 구체적인 조언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그것을 풀어가는 지혜를 갖게 하는 것이 ‘문화자본’이다. 만남-관계맺기가 바로 그런 문화자본을 획득할 수 있는 책이 된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사회에서 고립되는 상황이다. 마음을 열라고 마음을 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끊임없이’ 줘야한다.

생활 속에서의 예술은 예술가들이 주민들이 갖고 있는 필요와 욕구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게끔 길잡이를 해주는 게 아닐까. 그런데 예술가가 주민을 만나기가 어렵다. 주민은 또 그런 예술가를 만나기 어렵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황새둥지’처럼 예술가들이 버려지는 양말목을 활용해 지역주민과 일거리 없는 주민들의 일거리를 만들어주고, 생활문화가 돼서 전국에 퍼뜨렸던 경우처럼 예술가와 주민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고 이를 위해 공적자금이 더 많이 쓰여야 한다. 공적자금을 따내기 위해 예술가끼리, 공간들끼리 경쟁시키는 구조가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이들이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공간지원사업은 공간을 유지하는데 역할을 주고,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는 예술가들이 하게하고, 행정은 그걸 매개해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민관협치’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들에게 보다 많은 공적자금이 투여되어야 한다.

잘 아는 작가의 경우 코로나로 작품 활동이 약화되고, 강의도 없고, 먹고 살 걱정에 농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그런 사람들이 작품 활동을 다양하게하며 주민들을 끌어내고, 똑같이 배워서 그중 재능 있는 사람이 다시 예술 강사가 되고 하는 예술적인 모델들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가 지금 많이 필요하다.

‘민중의 집’경우에도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나서 그 작가와 뭘 하고 싶은데 예산이 없을 경우 같이 하자는 말을 못한다. ‘예술인기본소득’이라든가 그런 게 있으면 조금은 적은 부담을 갖고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중의 집은 나눔과 연대를 중요한 열쇠로 생각한다. 누구든지 나눌 수 있는 게 있다. 돈이 아니어도 물건이든 재능이든 가능하다. 누구도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 원하고, 연결되면 즐거움이 늘어난다. 그러나 그것이 되려면 한 발 다가가고 한 발 다가와야 한다. 그래야 손을 잡을 수 있다. 쉽지 않지만 그것부터다. 편안하게 차 한 잔 마시며 탐색부터 필요하다.

탐색, 처음에는 나의 필요에서 오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내어줄 수 있는 그런 것은 ‘편안한 분위기’다. 그런 공간으로 ‘민중의 집’이 열려있으니 언제든 찾아오시길.

 

9년의 시간동안 참 많은 활동이 있었고, 그 과정의 고민들이 담긴 인터뷰였다. 어느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다양한 시선에서 삶의 문화를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새삼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배다리 '퍼포먼스 반지하' 그룹이 떠올랐다. 필자가 그들과 함께 하면서 고민했던 수 많은 이야기들이 누군가는 계속 쓰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새삼 가슴 한켠이 뭉클해졌다.

인터뷰를 마친 내게 텃밭에서 첫 수확한 작물들을 담뿍 담아 건네졌다. 나는 무엇을 건넬 수 있을까? 나는 손을 내밀고 있을까? 나는 한 발 다가가고 있을까? 나는 용기 내고 있을까? 그 말들을 되새김질 하며 오랜만에 사람들이 가득한 만원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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