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에 펼쳐지는 서래섬 유채꽃 물결... 힐링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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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에 펼쳐지는 서래섬 유채꽃 물결... 힐링이 따로 없다!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2.05.18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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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도심 속에 핀 노란 꽃의 향연에 반했습니다

5월의 신록이 싱그럽다 못해 눈이 부십니다. 연둣빛 녹음으로 푸르름이 한창입니다. 소나무는 순을 키워 송홧가루를 날리고 노랑 민들레가 여름을 맞이하는 듯 여기저기 피어났습니다. 아카시아꽃 진한 향기가 산들바람에 실려 코끝을 간질입니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서래섬에 유채꽃이 만발하였습니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서래섬에 유채꽃이 만발하였습니다.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을 더 아름답게 수놓은 꽃이 있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어 황금물결을 이룬 유채꽃밭이 바로 그것입니다.
유채꽃 하면 봄소식과 함께 이곳저곳 화려하게 수놓은 제주도를 먼저 떠올립니다. 유채꽃은 제주도의 내로라하는 유명 관광상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여러 지자체에서 유채꽃 단지를 조성하여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유채꽃 보러 서래섬으로

유채꽃이 넘실대는 푸른 한강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유채꽃이 넘실대는 푸른 한강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부드러운 바람결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유채꽃밭이 있는 가까운 곳을 찾았습니다. 서울 반포 한강시민공원에는 이름도 생소한 작은 섬, 서래섬이 있습니다. 이곳 서래섬은 지금 온통 노란 꽃물결로 물들인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서래섬 입구 다리. 피튜니아 꽃 화분이 반깁니다.
서래섬 입구 다리. 피튜니아 꽃 화분이 반깁니다.
서래섬은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중간에 있는 섬인데, 올림픽대로 건설 및 한강종합개발시 조성한 인공섬이라 합니다. 작은 샛강을 사이에 두고 3개의 다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하철 4호선과 9호선이 지나는 동작역 2번 출구에서 서래섬으로 향하였습니다. 동작역 아래 흐르는 맑은 반포천에는 금방 물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잉어 떼가 반깁니다. 반포천과 한강이 합수하는 지점에서 약간 돌아 걸으면 서래섬이 눈앞에 보입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룬 유채꽃밭. 꽃은 함께 피어야 아름답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룬 유채꽃밭. 꽃은 함께 피어야 아름답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노란 꽃물결이 바람에 넘실대고 있습니다.
노란 꽃물결이 바람에 넘실대고 있습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노란 유채꽃밭. 가늘고 여린 줄기들이 한강에서 불어오는 살랑바람에 가늘게 흔들립니다. 춤추는 듯 노란 꽃물결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노랗다 못해 샛노랗게 피어 저리도 눈부시게 화려할 수가 있을까요? 봄바람에 살랑이는 유채꽃 물결이 사르르 뒤로 넘어가며 출렁입니다. 마음마저 사르르 넘어갑니다. 힐링이 따로 없습니다.

한강의 푸른 물결과 노랑 꽃물결의 조화가 그림 한 폭을 그려놨습니다. 물살을 가르는 요트의 물결까지 늦봄의 정취가 물씬 풍겨 나옵니다.
이곳에는 인근 지역에 사는 나들이객들도 많지만, 자전거 주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우연찮게 들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강 자전거길에서 리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한강 자전거길에서 리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사람들은 유채꽃의 매력에 쏙 빠졌습니다. 작품을 남기려는 전문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습니다.
 
라이딩 차림의 젊은 부부도 서로 번갈아 포즈를 취하다 이번에는 둘이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듯 내게 한방을 부탁합니다.
 
건강미 넘치는 부부가 부럽습니다. 내가 유채꽃망울을 꺾어 먹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말을 걸어옵니다.
 
"유채 대궁도 먹나요?"
"그럼요. 유채는 꽃 피기 전, 어린 순을 나물로도 먹어요."
"무슨 맛인가요?"
 
내가 유채 어린 순을 꺾어주자 여자는 질겅질겅 먹어봅니다. 의외의 반응이 나옵니다.
 
"약한 겨자 맛이 들어있네요. 끝맛은 약간 달기도 하구요. 이걸로 샐러드 하면 신선할 것 같은데요!"
 
젊은 부부는 유채 맛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연한 대궁 하나를 더 꺾어 맛을 음미합니다. 유채는 무잎과 비슷하지만, 맛은 부드럽고 색다릅니다.
 
 
의외로 쓸모가 많은 유채
 
유채는 봄이면 들판에 꽃을 보기 위해 가꾸는 관상용으로만 알고 있는데, 알고 보면 참 유용한 작물입니다.
 
어린 순은 쌈과 겉절이를 하면 일품요리가 됩니다. 잎과 줄기를 데쳐 나물로, 또 된장국에 넣으면 구수한 맛이 납니다. 여문 유채씨는 아주 오래전부터 기름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유채기름은 식용으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공업용 윤활유로도 이용합니다. 예전 유채기름으로 호롱불을 밝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식용윳값이 비싼 요즘 관광상품으로 가꾼 광활한 유채밭에서 거둔 씨를 채유하여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유채는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는 가축사료나 비료로도 쓰입니다. 그러니까 유채는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유용한 작물인 셈입니다. 꽃 필 때는 꿀벌들의 밀원이 되기도 하구요.

십자화꽃에 속하는 유채꽃의 화려한 자태.
십자화꽃에 속하는 유채꽃의 화려한 자태.

유채꽃은 십자화꽃에 속하는 무꽃과 거의 비슷합니다. 유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신기합니다. 줄기는 위로 갈수록 잎자루가 짧아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잎은 가운데가 갈라지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습니다. 3월에서 5월경에 피는 꽃은 꽃 전체가 하나의 꽃처럼 보이는 총상꽃차례인데, 줄기나 가지 끝 밑에서부터 위 끝까지 숱하게 달립니다. 4장의 노란 꽃잎이 참 아름답습니다. 꽃이 진자리에는 긴 꼬투리에 자잘한 씨가 숱하게 달립니다.

유채꽃밭에 듬성듬성 메밀꽃이 피었습니다.
유채꽃밭에 듬성듬성 메밀꽃이 피었습니다.
남자는 유채밭에 듬성듬성 핀 하얀 꽃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근데, 유채꽃도 하얗게 피기도 하나요? 흰 꽃이 보여요! 잎은 좀 다른데..."
"그건요, 메밀꽃이에요. 유채를 거두고선 이곳에다 다시 메밀을 가꾸나 봐요. 가을에는 메밀꽃이 하얗게 피겠죠!"
 
서래섬은 봄에는 유채꽃으로 노랑 꽃물결이 넘실대고, 가을에는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것 같습니다. 부부는 가을에 또 들려야겠다며 자전거에 오릅니다.
 

꽃을 키우고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땅 위에 시를 쓰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꽃은 최선을 다해서 피어납니다. 마치 대지에서 웃는 것처럼요. 그러고 보면 흙은 꽃을 통해서 웃는 것 같습니다.

유채꽃에 수많은 꿀벌이 찾아왔습니다. 다리에 꽃가루를 모았습니다.
유채꽃에 수많은 꿀벌이 찾아왔습니다. 다리에 꽃가루를 모았습니다.

 

유채꽃 / 자작시

5월의 태양
초록밭에 앉았다
빛이 초록에 말을 걸자
온통 노랗게 변했다
 
빛을 잃은 낮달
유채꽃 색깔에 반했을까
별이 총총 뜨는 밤
노랑 꽃물이 들었다
 
달빛 어린 유채꽃 향연
잿빛 같은 내 마음도
노랑노랑
환하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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