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를 건너 온 검은턱오목눈이, 백령도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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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를 건너 온 검은턱오목눈이, 백령도에서 만나다
  • 박정운
  • 승인 2022.06.0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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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14) 흰머리오목눈이부터 검은턱오목눈이까지 한번에

6월 4일, 일출시간 5시 19분. 해가 뜨기 전 5시부터 새를 관찰하러 나섰다. 4~5월에 이동하며 들렀던 봄 철새들은 거의 떠났는지 해 뜰 무렵의 새소리가 단조로워졌다. 게다가 며칠째 지속되는 짙은 안개로 해도 잘 드러나지 않아 섬 전체가 눅눅하다. 오전의 관찰지역인 저수지 근처로 가는 중에 멀찍이서 들려 온 알락해오라기의 소리, 트럼본 악기의 소리 같은 낮은 울림으로 올해도 백령도에 찾아왔다는 반가운 신호를 보냈다.

도착한 저수지 주변도 안개가 짙었다. 새들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은 탓에 새소리를 듣고 새들을 찾아야 하는 데, 이런 탐조 방법은 새 전문가들이나 가능한 영역이다. 마침 어린이 저어새생태학교의 강의를 위해 백령도를 방문한 이기섭 박사님(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 덕분에 새소리로 새를 찾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오목눈이
오목눈이1(사진 = 백령도, 박정운)
오목눈이2(사진 = 백령도, 박정운)
오목눈이 어린개체(사진 = 백령도 박정운)
오목눈이 어린개체(사진 = 백령도, 박정운)

관목층 사이에서 오목눈이 몇 마리와 솔새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며칠째 이어진 짙은 안개와 새벽이슬로 새들의 깃털상태는 물기가 서려 부스스했다.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는 무리들 중에는 오목눈이의 아종인 흰머리오목눈이 어린 개체들이 있었다. 흰머리오목눈이는 우리나라에는 매우 드물게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겨울철새로 알려져 있는데, 백령도에서는 번식한 기록이 있다고 했다. 얼굴을 비롯해 하얀색을 띈 흰머리오목눈이는 생김새가 귀엽고 예뻐서 인형 캐릭터로도 많이 제작될 정도인데, 안개에 젖은 흰머리오목눈이의 모습은 살짝 안쓰러워 보였다.

흰머리목눈이1(백령도, 박정운)
흰머리오목눈이1(백령도, 박정운)
흰머리목눈이2(백령도, 박정운)
흰머리오목눈이2(백령도, 박정운)
흰머리오목눈이3(백령도, 박정운)
흰머리오목눈이3(백령도, 박정운)

오목눈이와 흰머리오목눈이 가족들을 자세히 살펴보던 중에 무리들과 다른 특징을 가진 새 한 마리가 관찰됐다. 턱에 검은색 점이 있는 오목눈이가 있었다. 검은턱오목눈이(Silver-throated Tit)!!!

털 상태가 고르지 않아서 설마 했다. 검은턱오목눈이는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발견된 종이다. 지난 3월 7일 소청도에서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에 의해 2마리가 처음 발견됐고, 백령도에서는 5월 30일 Nial Moores 박사가 관찰한 기록이 전부였다.

소청도에서 처음 관찰된 검은턱오목눈이(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소청도에서 처음 관찰된 검은턱오목눈이(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검은턱오목눈이 2마리가 최초 발견된 위치(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검은턱오목눈이 2마리가 최초 발견된 위치(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환경부소속 국립생물자원관 보도자료(2022.3.29.)에 따르면, 검은턱오목눈이(Silver-throated Tit)는 국내 미기록종으로 전 세계에서 중국에만 분포하고 계절에 따라 이동을 거의 하지 않는 텃새로 알려져 있다. 주로 중국 양쯔강 북부에서 산둥성, 허베이성, 랴오닝성, 내몽골 자치구 등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분포지역은 산둥반도이다.

텃새는 계절적 이동을 하지 않고 일정 지역에서 연중 살면서 번식도 하고 월동도 하는 새들을 말한다. 그런데 중국에서만 분포하는 텃새 검은턱오목눈이가 산둥반도와 서해바다를 사이로 약 185km 떨어져 있는 소청도에서 관찰된 사례는 매우 독특한 장거리 이동사례로 주목된다고 했다. 또한 이번 검은턱오목눈이 관찰로 지금까지의 국내 오목눈이과(Family Aegithalidae)의 조류는 오목눈이(Aegithalos caudatus) 1종에서 2종으로 증가하게 됐다. 이처럼 미기록종 발견은 국가 생물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며, 미기록종을 발견할 가능성이 다소 희박한 조류 분야에서는 학술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고 한다.

백령도에서 관찰된 검은턱오목눈이1(박정운)
백령도에서 관찰된 검은턱오목눈이1(박정운)
백령도에서 관찰된 검은턱오목눈이(박정운)
백령도에서 관찰된 검은턱오목눈이2(박정운)
백령도에서 관찰된 검은턱오목눈이3(박정운)
백령도에서 관찰된 검은턱오목눈이3(박정운)
백령도에서 관찰된 검은턱오목눈이4(박정운)
백령도에서 관찰된 검은턱오목눈이4(박정운)

이번에 흰머리오목눈이도 처음 본 나로서는 검은턱오목눈이까지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새 전문가인 이기섭 박사님 덕분이었다. 검은턱오목눈이 관찰 소식을 SNS에 공유하자 전국의 새(Bird) 탐조인들의 부러움과 축하인사를 받았을 정도였다. 이미 검은턱오목눈이의 발견소식은 새 탐조인들 사이에 많이 확산되고 있었던 것 같다. 백령도가 아닌 내륙의 어느 곳이나 내륙에서 가까운 섬 지역이었으면 전국의 탐조인들과 새 사진가들이 검은턱오목눈이를 보러 대거 몰렸을 것이다.

한편, SNS 상에서는 ‘백령도에서 관찰된 검은턱오목눈이 개체가 소청도에서 이틀만 보였다는 그 개체와 동일한 개체인지 아니면 여러 개체가 온 것인지’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국가철새연구센터 관계자는 ‘바다를 자유롭게 건널만한 비행능력이 없으니 소청도에서 관찰된 후 다시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 보다 국내 어딘가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국내에)눌러앉은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현재까지는 눌러앉은 곳이 백령도인 셈인데, 이 곳에서 검은턱오목눈이가 잘 적응하고 머물기를 바래본다.

 

<참고자료>

* 환경부 보도자료(2022.3.29) - 중국 텃새 검은턱오목눈이 소청도에서 최초 발견

* 야생조류필드가이드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20XX35400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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