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 위에 올려진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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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 위에 올려진 짐
  • 최원영
  • 승인 2022.06.1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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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56화

 

누구나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진 짐이 가장 무겁다고 느끼곤 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고통을 겪어야만 하며 그것이 곧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자신의 고통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릅니다. 오늘은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류시화)에서 저자는 인도 여행 중 겪은 일화를 전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종종 가는 형제가 운영하는 찻집이었는데, 그곳을 들른 어느 날 아침, 찻집 안을 응시하는 인도인 남자를 보았습니다.

“나는 차를 건네며 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턱으로 찻집 안을 가리켜 보인다. 찻집 안 맞은편 벽에 걸린 작은 액자에 담긴 그림이다. 가게 주인의 동생이 그린 평범한 작품이다.

사리를 입은 여인이 두 팔로 갓난아이를 공중에 들어 올리며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다. 그걸 보는 남자의 눈에 물기가 어려 있다.

자신에게도 저 여인 같은 아내와 아이가 있었다고. 일 년 전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고. 충격을 받은 그는 그때부터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고. 그러다가 우연히 그 그림을 본 것이다. 자신의 아내가 아이를 공중으로 들어 올리며 행복하게 쳐다보는 모습을.”

저자는 그때의 느낌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아프다. 고통은 한계를 넘을 때 스스로 치유제가 된다고 하는데,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어쩌면 우리는 신의 존재를 믿는 게 아니라 다만 신에게 의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요. 누군가에게는 기쁜 일이 누군가에게는 악몽 같은 과거를 떠올리게 할지도 모릅니다.

한창 더울 때,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걷는 나를 보며 굶주린 누군가는 자괴감에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삶은 이렇게 하나가 기쁘면 다른 하나는 슬픈가 봅니다.

저자는 이슬람 사회에서 전해지는 우화를 들려줍니다.

“한 남자가 매일 밤 신에게 기도했다.

‘제 부탁을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저보다 불행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누구의 삶도 저보다는 나을 거예요. 저는 축복을 바라지 않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제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과 바꿀 기회를 주세요.’

마침내 하늘에서 큰 음성이 모든 사람에게 말했다.

‘그대들 각자가 겪은 불행한 일들을 보자기에 싸서 사원 마당으로 가지고 오라.’

잠이 깬 사람들은 자신의 불행한 일들을 보자기에 싸기 시작했다. 남자는 매우 기뻤다.

‘이제 드디어 다른 삶을 선택할 기회가 왔군.’

그도 자신의 보자기를 들고 서둘러 사원으로 향했다. 사원이 가까워질수록 겁이 났다. 사람들이 그의 것보다 더 큰 보자기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웃던 사람들, 언제나 좋은 옷을 입고 항상 밝은 얘기만 하던 사람들이 더 큰 보자기를 어깨에 지고 있었던 거다.

망설이던 남자는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하늘의 음성이 들렸다. ‘그대들의 보자기를 모두 펼쳐 놓으라.’

모두 펼쳐 놓자 다시 음성이 들렸다. ‘이제 서로의 내용물을 살펴보고 각자 원하는 보자기를 선택하라.’

다른 사람의 불행한 일들을 알게 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모두가 자신의 보자기를 향해 달려간 거다. 이 남자 역시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불행을 고를까 봐 서둘러 자기 보자기를 향해 달렸다.

타인의 삶에 어떤 큰 고통이 있는지 알 수 없고, 적어도 자신의 불행에는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남자는 불평하는 기도를 멈췄다.”

그렇습니다. 자기 어깨 위에 올려진 짐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고 여겼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평상시에는 아무런 걱정도 없고 아무런 아픔도 없던 것처럼 살아가던 사람들이 자기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았다는 사실입니다.

맞습니다. 누구나 아파하는 게 있지만 그걸 말하진 않습니다. 살아야 하니까요.

언제까지 슬픔에 눌려 울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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