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 영화 '창끝'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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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 영화 '창끝'을 보고
  • 안태엽
  • 승인 2022.06.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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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안태엽 / 자유기고가

                                                                     

얼마 전 실화로 만들어진 ‘창끝’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인종으로 아마존 정글 부족 ‘와오다니’족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족을 접촉해 살아남은 백인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짐 엘리엇 외 네 명의 선교사는 그곳에 선교 전진기지를 세우기 위해 들어간다. 이들은 미국 명문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교수들의 추천으로 대학교수를 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마다하고 에콰도르로 떠난다. 그들은 그곳에 도착하여 먼저 눈에 잘 띄는 노란 비행기를 타고 친해지기 위해 원주민이 거주하는 상공을 맴돌며 생필품을 낙하산으로 계속 보내주었다. 하지만 와오다니 족은 자신들을 죽이러 온 사람들로 오해하고 다섯 명의 선교사 모두를 창끝으로 찔러 죽인다. 선교사들은 총이 있었음에도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면서 앞에 있는 원주민을 향해 쏘지 않고 허공에다 쏜다.

부인들은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슬퍼하며 간호학을 공부해 의약품을 가지고 남편이 이루지 못한 뜻을 이루기 위해 다시 그 부족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부족들은 어린아이와 여자는 죽이지 않는 습성이 있다. 다섯 명의 부인들은 그곳에서 그들을 섬겼다. 태어나는 아이들을 위해 조산부가 되어주고 원주민들이 병이 들면 치료하고 새로운 농사법도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육 년을 헌신하며 살다가 칠 년 안식년을 맞아 본국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부족은 그녀들에게 ‘하얀 천사’라고 불렀다. 육 년을 지켜본 추장이 그녀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요? 우리가 어렵고 힘들 때 우리를 위로하고 병이 들면 같이 아파하며 고쳐주는 당신들은 누구요?”라고 재차 물었다.

한 부인은 육 년 만에 자기 신분을 밝히며 “나는 당신들이 죽인 짐 엘리엇의 부인”이라고 말했다. “내 남편은 당신의 친구였고 당신들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나는 내 남편이 전하고자 하는 말을 하기 위해 지난 이 년 동안 부족의 말을 배우며 헌신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 남편보다 당신들을 더 사랑하는 이가 있다.”고 하자 추장은 동공이 보일 정도로 눈을 크게 뜨며 “그게 누구냐”고 물었다. “그분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했다. “추장은 그런 분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며 그때부터 “예수그리스도를 믿지 않을 사람은 이곳을 떠나라”고 원주민들에게 말했다. 그 후로 그녀의 말을 믿기 시작했고 추장을 비롯한 원주민들 중, 네 명의 선교사가 나왔다.

영화 '창끝'
영화 '창끝'

연리지는 땅 아래 뿌리는 둘이지만 지상으로 줄기와 꽃잎이 한 몸이 서로 기대어 가지를 뻗어간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다가 부부라는 인연으로 묶여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같다. 남편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랑해 주면 아내도 그 마음을 알고 남편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감정이 상하고 말다툼이 격렬해지면 교육수준의 교양과 인격은 온데간데 없고 인간의 탈을 벗어버리고 싸우게 된다.

필자는 몇 해 전 매스컴을 통해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금강산에서 52년 만에 남편을 만난 할머니가 짧은 2박 3일의 만남을 마치고 하는 말이 “신혼생활 일 년을 했어요”.였다. 51년을 헤어져 살았으면서 가슴에 복받치는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애틋한 그리움을 말하는 모습에 나는 ‘부부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며 영화 속 선교사들과 부인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남편들은 부인들에게 어떤 존재였기에 이토록 남편의 뜻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동안 부부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진정으로 아내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는지, 아내를 위해 한 일은 무엇이었었는지... 아내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모르고 있었고, 한 일도 별로 없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관점과 성격이 다른 아내를 내 마음에 맞게 바꾸려 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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