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새 가족과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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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새 가족과 함께 살기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2.06.25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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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우편함에 입주한 딱새, 새 가족을 탄생시키다

우리 집 우편함. 얼마 전부터 작은 새가 우편함에 들락날락해서 수상쩍다 했는데, 우편함 깊숙이 집을 지었습니다. 이틀 뒤 다시 보니 아늑한 보금자리에 새 한 마리가 쏘옥 들어앉아 있습니다. 알을 품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녀석은 얼굴을 마주하면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다 어느새 푸드덕 날아갑니다. 집주인이 누굴까 궁금했는데, 붉은 꼬리를 보니 딱새였습니다.

우리 집 우편함에 딱새가 새끼를 기르고 있습니다.

아내는 혹시나 우체부 아저씨가 멋모르고 우편물을 넣다가 새집이 망가질까 메모를 남겼습니다.

'새가 알을 품고 있습니다. 우편물은 대문 아래에 꽂아주세요.'

메모를 본 우체부 아저씨는 신기한 듯, 텃밭에서 일하는 나를 보고 직접 우편물을 전해주러 왔습니다.

 

"길가 우편함에 새가 알을 까는 일은 흔하지 않을 텐데, 신비스럽네요."
"다른 집에서도 종종 이런 일이 있나요?"
"전 처음 경험하는데요!"
"그래요? 우리 우편함도 20여 년 동안 처음이에요!"
 

아저씨는 집안에 새 식구가 늘게 생겼으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덕담을 건넵니다. 덕담에 공연히 기분이 좋습니다.

어제는 외출하려고 대문을 나서는데, 어디서 새소리가 들립니다. 우편함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그새 부화를 했나?' 아뿔싸! 새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네 마리일까, 다섯 마리일까? 인기척에 어린 생명들이 노오란 입을 쩍쩍 벌리고 있습니다. 자연의 위대함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딱새 새끼들이 입을 벌리고 먹이를 달라고 합니다. 자연의 신비를 가까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딱새 새끼들이 입을 벌리고 먹이를 달라고 합니다. 자연의 신비를 가까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새끼들은 꾸물꾸물거리며 먹이를 물고 올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듯싶습니다. 크게 벌린 주둥이를 보니 모두 건강해 보입니다. ​​

그동안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 사진으로 기록해두고 싶었는데, 우편함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아 사진 찍기가 만만찮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미가 알을 품는 데 방해가 될까 조심스러웠기도 했구요. 오늘은 어미가 집을 비운 사이 새끼들 얼굴을 살짝 찍을 수 있었습니다.

딱새는 흔히 보는 텃새입니다. 단독 생활을 하며 나뭇가지에 앉아 꼬리를 까딱까딱 상하로 흔드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암컷과 수컷의 몸 색깔이 다른데, 붉은 꼬리를 갖은 예쁜 새입니다. 좀처럼 곁을 주지 않아 녀석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 겨울 만난 딱새. 흔한 텃새입니다.
지난 겨울 만난 딱새. 흔한 텃새입니다.

암수가 쓰러진 나무 밑이나 바위틈에 함께 둥지를 만드는데, 우리 집 우편함처럼 사람이 만들어놓은 곳에 새끼를 치기도 합니다. 보통 오뉴월에 대여섯 개의 알을 까서 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포란 기간은 12~13일이고, 새끼를 기르는 기간은 한 2주 정도입니다.

새끼를 부화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며칠 동안 울안에서 딱새 가족과 함께 지낼 것 같습니다.

오후에 우체부 아저씨 오토바이 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얼른 뛰어나가 아저씨를 맞이하며 말했습니다.

 

"! 드디어 새끼가 태어났어요!"
"! 경사네요, 경사!"
 

아저씨는 신통방통하다며 입을 벌리며 소리 지르는 새끼들을 확인합니다. 올 때와 달리 오토바이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지나갑니다.

사실, 딱새가 새끼를 기르는데 사람이 도울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관심을 끊고 내버려 두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자연은 스스로 알아서 자기 생존방식대로 제 할 일을 다 하기 때문이죠.

아무튼, 우리 집에 태어난 소중한 생명들이 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서 무사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면 좋겠어요.

 

딱새 가족

어미 배가 아프단다
마음 급한 낭군이
여기저기 알아보다
좋은 소식 기다리는 우편함에
슬그머니 둥지를 틀었다
 
포근한 보금자리
더 바랄 게 없다
우편함에 넘치는
새 가족의 행복한 웃음소리
세상 속으로 퍼져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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