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이 챙겼던 백령도 뽕나무 꼬리겨우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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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이 챙겼던 백령도 뽕나무 꼬리겨우살이
  • 박정운
  • 승인 2022.06.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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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15) 백령도 고마운 뽕나무
백령도 뽕나무 잎과 열매

백령도에서 맞이했던 첫 번째 봄엔 백령도에 막 도착한 봄철 이동철새를 찾아 섬의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보냈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백령도에 뽕나무가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진촌리 마을에 뽕나무가 유독 많았다. 마을로 이어지는 길 주변, 산자락 주변, 농가의 울타리, 성당 가는 길 울타리, 옛 성곽터 아래 마을 주변, 밭과 숲의 경계, 하늬 바닷가 등에서 크고 작은 뽕나무를 볼 수 있었다. 그 중에 백령성당을 가는 오르막 길 옆에는 줄기가 꽤 굵고 큰 뽕나무가 있고, 옛 백령진의 흔적이 남아있는 성곽터(토성터) 주변의 경작지 경계에는 뽕나무 군락이 숲처럼 우거져 있었다.

마을 길에서 자라는 뽕나무
마을 길에서 자라는 뽕나무
하늬바닷가에서 자라는 뽕나무
하늬바닷가에서 자라는 뽕나무

백령도에 뽕나무가 왜 이렇게 많을까? 궁금해 하던 중에 백령도 총서에 실린 「전통시대의 백령도(서영대, 2021)」편에서 재밌는 내용을 발견했다. 글에 보면, ‘1825년(순조25) 백령도 주민이 올린 진정서에 “고기 잡고 나무하는 것을 업으로 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전체 섬을 통틀어 백금(百金)을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중략)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백령도의 자원 중에는 조정의 관심을 끈 것들도 몇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 상기생(桑寄生)이고, 둘째 소금, 셋째 목재였다.’는 내용이 있다.

이 중 첫 번째로 언급된 상기생은 오래된 뽕나무에 붙어 사는 겨우살이로 뽕나무가 수백 년이 되어야 나는 것이기 때문에 ‘(천하에) 얻기 어려운 중요한 약제(難得之要藥)’라 하여 구하는 대로 나라에 바치도록 할 정도로 중요시했으며, 상기생을 채취한 뽕나무는 표시하여 보호하고, 다음에 또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한다.

상기생은 1431년(세종13)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나무의 세계1(박상진, 2011」’에서는 이것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겨우살이와 다른 종류인 ‘꼬리겨우살이’로 짐작된다며, 다른 데서도 자라지만 백령도와 대청도가 특산지라고 했다.

농가의 울타리가 된 뽕나무
농가의 울타리가 된 뽕나무
백령성당 가는 길의 오래된 뽕나무
백령성당 가는 길의 오래된 뽕나무

이런 자료들을 보니 오래전부터 백령도에는 뽕나무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관리되어 왔던 것 같았다. 자료들 속에는 귀하게 여겨진 상기생과 얽힌 임금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광해군은 상기생을 중히 여겨 (백령)진을 설치한 초기부터 내의감을 파견하여 상기생을 채취하게 했으며, 백령도 등지의 상기생을 보호하라는 교지를 내리는가 하면, 뽕나무 남벌을 금지하고 이를 어겼던 백령첨사를 처벌했다고도 한다. 인조 역시 내의원의 인원을 파견하여 백령첨사와 함께 상기생을 찾도록 했다 하니 대단한 약제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후 백령도의 상기생에 대한 기록은 더 이상 찾아지지 않고 있어, 남벌 등으로 말미암아 어느 시점에서 멸종된 것이 아닌가 라고들 하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상기생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게 되면서 임금을 비롯한 고관대작의 관심에서는 멀어졌겠지만, 누에치기부터, 뿌리껍질, 가지, 잎, 오디, 겨우살이, 누에, 누에 똥, 버섯, 사마귀 알둥지, 이끼, 좀벌레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고 알려진 뽕나무가 오늘날까지 마을 주변에서 흔하게 살아남아 평범한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백령도에 찾아와 봄과 여름 동안 머물며 번식하는 새들에게도 정말 좋은 먹이를 제공해 주고 있으니 정말 고마운 나무이다.

뽕나무에서 자라고 있는 목이버섯
뽕나무에서 자라고 있는 목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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