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보기만 해도 설레는 휴양지를 닮은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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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보기만 해도 설레는 휴양지를 닮은 색
  • 고진이
  • 승인 2022.07.01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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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칼럼]
(4) 7월의 색, 파랑
그림1_고진이, Flowing ,162x130 + 162x97 cm, oil on canvas, 2021_컬러칼럼7월
그림1_고진이, Flowing ,162x130 + 162x97 cm, oil on canvas, 2021_컬러칼럼7월

‘휴가’라는 단어를 보면 자연히 ‘여름’이 떠오른다. 잠시 자연을 찾아 쉬어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여름 무더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촌 뉴스를 접하면 이번 여름 더위를 각오하게 된다. 그런 여름날 보기만 해도 설레는 휴양지를 닮은 7월의 색은 파랑이다.

작년 여름 이른 휴가로 강릉을 찾았다. 동해의 힘찬 파랑을 좋아해서 날씨가 더워지면 동쪽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바다 앞 카페나 음식점을 가면 늘 창가 자리부터 찾는데, 바다가 보이는 자리는 인기가 좋아 매진이 빠르다. 어쩔 수 없이 창가에서 좀 떨어진 자리에 앉아 땀을 식히며 파란 여름 하늘과 바다를 보면 행복감이 차오른다. 밖에 있을 때는 무더위에 파란 하늘도, 바다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시원한 실내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니 낙원이 따로 없었다. 창가 앞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문득, 여름 바다가 보이는 창문이 갖고 싶어졌다. 그래서 휴가 내내 바다가 보이는 창문 자리를 찾아다니며 유심히 창문에 비친 풍광을 관찰하고 마음에 담았다.

작업실로 돌아와서 대범히 큰 크기의 캔버스 두 개를 꺼내 마음에 담아온 파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온 여름 내내 작업해서 Flowing (그림 1)을 완성했다. 창에 비치는 바다와 하늘의 파란 풍광은 끊임없이 변화했다. 뭉게구름이 있던 하늘이 어두워지며 비바람이 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지는 창. 아직 남아있는 비 자국에 비치는 여름 햇살의 반짝임, 모래사장과 부딪치며 변화하는 경계와 날씨에 따라 흐려졌다 선명해지는 수평선. 그 모든 변화를 만들어내는 대기에 감동하며, 경이로운 변화를 작품에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파란 터치들을 부딪치고 겹치며 창에 흐르던 시간을 함축해 담았다.

그렇게 완성한 한 쌍의 그림을 잘 보관해 뒀다, 올해 6월에 열린 2인 전시에 걸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과 마주하니 작년 여름 바다에서 느꼈던 행복감이 다시금 느껴졌다. 그림은 단순히 이미지를 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창이다. 내가 느꼈던 파랑이 그림을 통해 관객에게도 전해지길, 또 다른 공간을 그림 속에서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림2_고진이, Light Room.2, 130.3 x 97 cm, oil on canvas, 2022_컬러칼럼7월
그림2_고진이, Light Room.2, 130.3 x 97 cm, oil on canvas, 2022_컬러칼럼7월

6월 전시에 함께 발표한 Light Room 2 (그림 2) 은 빛으로 가득 찬 공간을 추상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보는 이의 맘을 설레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란색과 대비되는 파란색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시원해 보이기도, 차가워 보이기는 파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고요한 평온을 느끼게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허용해준 안정적인 힘이 파랑에 있다. 작품 속 색은 명확한 경계 없이 일렁이는 듯 보이는데,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본다고 생각하는 세계 너머를 표현한 작품이다. 보이는 세계는 빛의 서로 다른 파장이 눈을 통과해 색과 형으로 보게 하는 세계이다. 빛의 주는 정보를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보는 작용으로 늘 ‘보이는 것’에 의문을 품어 왔다. 그러다 보니 시각 외에 공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다. 물감을 중첩해 보이는 세계를 허물고 색의 관계를 조율해 화면을 재구성했다. 선과 점이 존재하지 않는 색의 번짐으로 구성되는 공간이 나의 회화 작업이라 생각한다. 노란색과 파란색이 뭉그러지는 모호한 경계처럼 작품과 관객 사이 경계도 허물어지길. 작품 속 공간에 포함되어 색의 리듬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6월에 ‘공간루트’ 에서 진행된 고진이, 우단비 작가의 Dancing withe me 전시 전경을 공유하며 7월 컬러칼럼을 마무리한다. (그림 3)

그림3_22. 06 공간루트 [댄싱위드미] 전시 전경, 고진이 작가 Flowing
그림3_22. 06 공간루트 [댄싱위드미] 전시 전경, 고진이 작가 Flo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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