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책방, 공유하는 책방... '나비날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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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있는 책방, 공유하는 책방... '나비날다책방'
  • 김민경 기자
  • 승인 2022.07.1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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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를 수놓은 책방들]
(5) 공유공간 및 무인서점 - 나비날다책방
서점 주인 '반달이'

“마을 사람들을 위한 공유책방 마련”

배다리에 고양이 ‘반달이’가 주인인 무인서점이 있다. 바로 헌책방거리에 위치한 ‘문화상점 동성한의원(창영동 8-2) 안에 있는 '나비날다책방'. 동성한의원은 간판의 이름처럼 치료 목적의 한의원이 아닌 책방, 뜨개공방, 제로웨스트샵, 식물 가게가 함께 운영되는 공유공간이다. 이 공간을 기획한 이는 ‘나비날다책방’의 주인 ‘청산별곡’이다.

마을활동가이자 문화예술기획자, 책방지기인 청산별곡은 마을공동체를 만들고자 13년 전 배다리에 들어오게 된다. 나비날다책방의 이름은 ‘나’눔과 ‘비’움, 오래된 책집에 날아들다를 줄인 말이자, 서점에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오게 되면서 고양이를 부르는 ‘나비’라는 표현이 함께 담기게 됐다. 2009년 ‘오래된 책집’을 물려받은 것을 시작으로 근대 역사를 간직한 조흥상회 건물을 무인 서점 형태로 운영했고, 현재 '문화상점 동성한의원'에서 세 번째로 책방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처음 책방을 시작했을 때 배다리에 찾아온 손님들이 책을 보며 쉬어가는 형태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판매하지 않는 ‘책 쉼터’로 공간을 운영했다. 그 뒤 "주인이 없어도 스스로 돌아가는 책방. 다른 손님이 오면 기존에 와 있던 손님이 주인이 되는 책방"을 차리고 싶어 무인 형태의 헌책방을 운영했으며, 현재 '문화상점 동성한의원'에서 오랜시간 그가 꿈꿔왔던 공유공간 형태로 새책방을 운영하게 된다. 

"다른 책방은 헌책방하면 헌책방만 지속해서 운영 해오셨잖아요. 그런 헌책방을 하려면 지금 사장님들 같은 내공이 있어야 하거든요. 저는 하나만 지속하려는 마음으로 배다리에 들어온 게 아니라 이곳에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사람들이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 실험을 해보고 싶어서 왔어요. 그래서 하나의 형태에 머무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게 다른 책방과 다른 점이죠.

공유책장
공유책장

나비날다책방은 고양이가 서점 주인인 '고양이 책방'으로 고양이 관련 책들을 비롯해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은 생태, 환경, 여성주의, 인권 관련 책들로 구성됐다. 또한 네 개의 가게가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는 만큼 다른 가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을 비치해 놨다.

"동성한의원으로 이사 오니까 ‘가게들이 함께 사는 공간’에 맞춰 책을 구성했어요. 책은 모든 것이 다 되잖아요.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들어오니까 제로웨이스트를 소개할 수 있는 책이나 뜨개 관련 책을, 식물가게에 어울리는 책 등 우선 여기에 입점해 있는 가게와 어울리는 책들을 비치해놓고 있어요"

현재 나비날다책방 내부에는 공유책장이 설치돼 있다. 공유책장에서는 자유롭게 책장 안의 책을 꺼내서 읽을 수 있고, 자신의 책을 꽂아두고 갈 수 있다.

그는 무인으로 책방을 운영하면 가게 물건을 잃어버리는 걱정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잃어버리는 것도 있고, 누군가 물건을 두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물건 하나가 없어졌다고 내 삶이 바뀌는게 아니니까 없어지면 또 다른 걸로 채워지는 거죠”라고 담담히 말한다.

나비날다책방에서 진행했던 문화프로그램

그는 “책방은 저의 기획 활동의 매개”라고 설명한다. 나비날다책방에서는 지역작가 및 책과 마을을 연계하는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책축제, 헌책잔치, 저자와의 만남, 시낭송회, 문화예술교육을 비롯해 현재는 심야책방 및 짧은소설 공모전이 진행되고 있다.

"책은 모든 것을 다 품고 있잖아요. 그래서 놓칠 수 없는 하나의 커다란 중심인 거죠. 책을 통해서 말을 걸고, 문화를 이야기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배다리가 책의 중심지가 되고, 작가들이 계속 배다리에 상주해서 같이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책방과 책방을 서로 이어주고, 책방과 손님들이 찾아올 수 있는 역할을 이어가고 싶어요"

앞으로 고양이, 지역주민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책방으로 꾸며가고 싶다는 그.

"저는 책방을 옮길 때마다 부족했던 것을 더하고 채워서 옮겨왔어요. 그래서 이 공간이 소중해요. 배다리에 있는 동안 가장 하고 싶고, 필요했던 것들을 다 채워 넣을 생각으로 동성한의원을 차렸거든요. 이제 여기서 정착할지, 아니면 나아갈지는 저도 몰라요. 나비는 언제든 날아갈 수 있잖아요."

서점 내부
서점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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