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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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 최원영
  • 승인 2022.07.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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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61화

 

때로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고통이 영원히 지속할 거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힘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 ‘고통’이 아니라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즉, 그것은 ‘생각’ 때문에 힘든 것이지 고통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란 것이지요.

《내 영혼의 산책》(박원종)에서 저자는 그런 생각에 젖어있는 사람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어떤 상황에 놓여있냐 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삶의 의욕이 없이 나태하고 무기력한 삶, 절망과 좌절감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삶일 거다. 자포자기해 매일 술로 보낸다면 더 큰 문제다. 이런 삶이 곧 사막이 아닐까.”

“나병(한센병)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신체의 일부가 계속 썩어 가는데도 환자 자신은 그 통증이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병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치료를 소홀히 하고 방치하다가 나중엔 심각해진다. 의욕이나 희망 없이 그냥 하루하루 보낸다면 결국 영혼이 병들고 썩어가고 있음에도 그걸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맞습니다.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면, 고통이 훗날 나에게 어떤 의미로 부활할지를 모르면 절망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 수 있을 겁니다. 고통은 반드시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것을요.

《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최운규)에 TV에 나온 어느 여인의 삶을 조명하는 글이 있습니다. 그녀는 남편과 사별한 후, 일곱 살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물었다.

“생계는 막막한데 왜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않나요?”

그녀의 말이다.

“아들 때문이에요. 아직 어려서 계속 엄마를 찾기 때문에 정상적인 월급을 받는 일자리는 구할 수 없어요. 그러다 보니 생활은 계속 어려워지고.”

그렇다면 그녀에게서 아들을 빼앗아 버리면 그녀의 생활이 나아질까? 아니다. 그녀의 생활을 힘들게 하는 아이가 그녀에겐 살아갈 이유가 되고 있다. 현재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고통, 어려움, 갈등 등이 혹시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아닐까?

이 여성의 경우처럼 고통이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는 열심히 살게 하는 힘이 되어주고 있었던 겁니다. 어린 아들에게 지금은 배부르게 해주는 것보다는 엄마의 한없는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 모성! 그래서 그녀는 막막한 ‘생계’라는 고통을 당당히 받아들인 겁니다.

엄마의 그 당당함에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겁니다.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를 통해 이야기 속 어머니의 삶처럼 아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해줍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 시가 그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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