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미끄러울 뿐이지 아직 낭떠러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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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미끄러울 뿐이지 아직 낭떠러지는 아니다
  • 최원영
  • 승인 2022.07.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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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62화

 

지난 61화에서 전해드린 어린아이를 홀로 돌봐야 했던 엄마를 기억하시지요?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무척 어렵게 살아가던 엄마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환경에서도 아이를 키우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강한 어머니의 모습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비록 삶이 무척이나 힘들지라도 우리는 압니다. 아이가 훌륭하게 자란 다음, 엄마는 그제야 눈물을 흘릴 겁니다. 그것도 감동의 눈물을 말입니다.

《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최운규)에도 그녀와 같은 힘겨운 삶을 살던 사람들 얘기가 나옵니다.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가수 인순이 얘기입니다.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인순이에게 기자가 물었다.

‘이제 수면 위로 올라오셨군요.’

그녀가 말했다.

‘사실은 내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게 아니라

수면이 다시 내려왔을 뿐입니다.’

스스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인기가 다시 상승했다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나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는 팬들이 찾아가게 마련이다.”

링컨 대통령의 생각도 인순이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상원의원 선거에 패배한 후 링컨이 말했다.

‘내가 걷는 길은 언제나 험하고 미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미끄러져 길 밖으로 곤두박질치곤 했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 기운을 차리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길이 미끄러울 뿐이지 아직 낭떠러지는 아니라고.”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우연히 그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나곤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려고 해야 보이기 때문입니다. 발버둥을 쳐야 합니다. 벗어나려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때 보입니다.

《위대한 굴욕》(김민조)에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어떻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 그 계기를 알 수 있는 사례가 나옵니다.

“애송이 시절, 세일즈맨으로 있었을 때다. 상사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이어서 늘 꾸중을 들었다.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말이다.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런 장점이 있다고 자신 있게 설명해야지. 이번엔 정말 잘하자.’

이런 다짐을 하던 중에 한 노인의 집을 방문했다. 자리에 앉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그림 한 점이 있었다. 큰 나룻배가 모래사장에 정박한 그림이다. 그림 아래쪽에 적힌 글이 눈에 들어왔다. ‘반드시 밀물 때가 오리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지금은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언젠간 밀물이 밀려올 때가 있어. 나룻배가 밀물을 만나 물 위를 힘차게 항해하는 것처럼 내 인생도 도약할 거야. 틀림없이.’

그래서 노인에게 그 그림을 줄 것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찾아갔다. 마침내 수락을 받았다. 단, 노인이 돌아가신 후에 가져가라고.

이 그림은 훗날 카네기 회장의 사무실 한쪽에 걸린다.”

철강왕이 되기까지 사무실에서 겪은 상사의 꾸중 정도만 있었겠습니까? 아픔이 크든 작든 그 아픔에서 깨달은 것들이 그의 삶에 고스란히 배였을 겁니다.

또한 링컨 역시 대통령이 되기까지 엄청난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때마다 그는 그 고난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마음을 이렇게 고쳐먹었습니다. “나는 늘 길 밖으로 곤두박질치곤 했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 기운을 차리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길이 미끄러울 뿐이지 아직 낭떠러지는 아니야.”라고요.

가수 인순이 역시 같았습니다. 혼혈아로서의 삶, 그때 겪은 슬픈 아픔들을 그녀는 오히려 “사실은 내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게 아니라 수면이 다시 내려왔을 뿐입니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고통은 곧 성장의 씨앗을 의미합니다. 고통이 없었다면 성장도 멈출 테니까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우리에게도 우리를 살려낼 ‘그림’ 한 장이 눈에 들어올 날이 곧 올 겁니다. 그림은 곳곳에 이미 있지만, 우리가 이제까지 보지 못한 그 그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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