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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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담는 그릇
  • 최원영
  • 승인 2022.08.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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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63화

몇 차례의 방송에 이어 오늘 방송도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엄청난 아픔과 좌절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을 만나보기는 힘듭니다. 그만큼 고통은 우리 삶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짊어진 고통의 무게에 짓눌려 무너지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고통을 딛고 다시 창공을 비상하는 힘을 얻기도 합니다.

오늘은 정호승 시인의 글을 통해 고통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에 대해 생각해볼까 합니다.

다음은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입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맞습니다. 눈물을 흘려본 사람만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안아줄 수 있습니다. 눈물이라는 고통의 흔적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기적이 바로 고통이 주는 놀라운 선물입니다.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에서 정호승 시인은 불행과 절망, 눈물과 비극을 이겨내는 마음의 힘이나 크기가 ‘인격’이라고 말합니다.

신은 인간에게 크기가 같은 인격이란 그릇을 하나씩 품고 태어나게 했다. 신은 그 그릇에 기쁨보다는 슬픔을, 행복보다는 불행을, 웃음보다는 비극을 담으라고 그 그릇을 주었다.

인격이란 결국 참고 견디기 어려운 눈물을 평생 담으라고 준 그릇이다. 그릇이 클수록 눈물이 담기는 양도 많고, 적을수록 그 양이 적으리라. 그러니 눈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가 바로 인격의 척도다.

불행을 얼마나 잘 견뎌냈는지에 따라 사람의 척도가 달라진다. 비극과 눈물 없이 지낸 인생은 편안한 인생은 되겠지만 훌륭한 인생은 되지 못한다. 인생의 반쪽은 눈물이니까.

인간은 그릇에 넘치는 물을 담을 수 없다. 그릇이 작아 물이 넘치는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젊은 날에 그릇을 크게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릇은 모두에게 주었지만, 그 그릇의 크기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의 문제다.

나는 내 눈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직 신이 주신 그대로의 크기다. 살아갈수록 눈물은 많은데 그걸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그릇을 지니고 있어 항상 흘러넘친다. 그렇게 흘러넘친 눈물은 늘 남을 괴롭힌다.

맞습니다. 좋을 때는 누구나 관대해집니다. 친절도 선뜻 베풀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쁠 때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쁠 때의 태도에 따라 ‘인격’의 질이 결정됩니다.

고난이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곧 인격이고, 그 인격에 따라 삶의 질이 갈립니다.

고통은 어쩔 수 없이 삶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모두 압니다. 그 절반까지도 안아주어야 한다는 점과 그래야 나머지 절반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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