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드레스 입은 버섯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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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드레스 입은 버섯 보셨나요?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2.08.0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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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구리 둘레길에서 만난 망태버섯... 버섯의 여왕답게 아름다움을 뽐내다

길이 예쁘다. 참 아름답다. 호젓한 산길은 더욱 그렇다.

누군가 말했다. 길은 열 명이 걸어서 흔적을 남기고, 백 명이 지나면 오솔길이 생겨나고 천 명이 지나가면 탄탄한 길이 난다고.

원래 산에는 길이 없었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이 다니다가 길이 생겼다. 길은 하나지만 누가 다니냐에 따라 이름이 변하고 달라지는 것이다. ()은 인간의 도()와 맞닿아있다. 길을 걸으며 깊게 생각하면 아는 것만큼 보인다 했다.

구리시에 있는 갈매구릉산자락길. 무장애나눔길로 걷기 편안한 산길이다.

경춘선 갈매역에서 내려 구리시 갈매 구룡산자락에 들어섰다. 1.4km 무장애나눔길로 잘 닦아놓았다. 보행 약자들을 위한 장애인, 노인, 아이들이 맘껏 거닐 수 있는 숲길이다. 데크길이 700m, 마사토 포장길이 700m. 누구나 다닐 수 있게 맞춰진 호젓한 산길이 안전하고 편안하다.

간밤에 내린 비로 숲이 젖어있었다. 좀 눅눅하지만, 뙤약볕보다 걷는 게 한결 낫다. 어디선가 들리는 새소리는 악다구니를 쓰며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묻혔다. 요즘 여름 산의 주인은 매미인 듯싶다.

가파르지 않은 길을 오르락내리락. 오를 땐 숨이 조금 숨이 가쁘지만 내릴 땐 쉽다. 우리 인생길처럼.

이정표가 보인다. 구리 둘레길 2코스를 안내한다. 무장애길은 좀 짧다는 생각이 들어 둘레길로 들어섰다. 나지막한 야산 오르막길이지만 숨이 가쁘다.

! 망태버섯이 눈앞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듯 아름다움을 뽐내는 노란 망태버섯.

비온 뒤끝이라 그런지 이름 모를 버섯이 많이 피어났다. 영지버섯같이 생겨 예쁜 색을 자랑하는 것도 눈에 띄고, 느타리버섯 모양의 삿갓버섯도 있다. 자잘한 버섯도 많다. 이름을 모르니 참 답답하다.

한참을 걷다 나무 밑 황금빛으로 빛나는 버섯! 와 이게 망태버섯 아닌가? 여기저기 화려한 노란 치마를 두르고 머리에는 모자를 쓴 듯 멋진 자태를 뽐낸다. 산행을 하다 몇 번 망태버섯을 보기는 했는데, 이렇게 완성된 성체의 모습은 흔하지 않다.

 

두 송이가 나란히 피었다. 다정한 부부처럼.

사람의 손길로 뜨개질을 한다고 해도 이렇게 아름답게 뜨개질을 할 수 있을까? 한올 한올 정교하게 수놓은 자연의 손길이 예술이다. 샛노랑색은 황금빛으로 눈부시다.

특히 두 개체가 손잡은 듯 나란히 피어나기도 했다. 어깨를 맞댄 모습이 마치 금슬 좋은 부부처럼 다정하다. 색깔이며 망사 그물이 완벽하다.

망태버섯이란 이름은 예전 시골 할아버지가 꼴 벨 때 썼던 꼴망태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름이 그럴듯하다.

 

군데군데 여러 곳에 피어있었다.
나무 밑에 피어있는 망태버섯.
일찍 피어난 놈은 벌써 사르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오후에는 짧은 생을 마감할 것이다.

망태버섯은 습한 여름철 숲속에서 이른 새벽에 피어나 오후가 되면 사르르 녹아버린다. 일찍 피어난 놈들은 벌써 화려한 모습을 망가뜨렸다. 숲속에 햇빛이 팔락이며 들이닥치면 노란 드레스가 조심스레 접히면서 햇살에 녹아내려 짧고 강렬한 생을 마감한다.

습한 숲에서 7월부터 초가을까지 귀하게 눈에 띄는 망태버섯. 10cm~20cm 정도 솟아나면서 속은 비어 있고 머리 부분은 까맣다. 화려한 색에 비해 냄새는 별로이다. 냄새를 퍼트려 벌레를 유인하고 포자가 퍼져나간다.

망태버섯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알려졌다. 보통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노란 망태버섯은 독성이 있고, 식용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대나무밭에서 자라는 흰 망태버섯은 식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아직 흰 망태버섯은 보지 못했는데, 한방에서 안면 마비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화려한 노란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는 멋을 부리는 망태버섯! 시집가기 전,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새신부 같다.

호젓한 산길에서 화려한 모습의 망태버섯을 보니 산길에서 흘린 땀방울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파인 김동환의 <아무도 모르라고>라는 시가 생각난다.

 

떡갈나무 숲속에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이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나 혼자 마시곤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는
이 기쁨이여

 

, 망태버섯이 보여준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 이보다 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행운은 가끔 우연찮게 찾아오기도 한다. 내가 혼자 누린 이 기쁨! 도로 덮고 내려오고 싶다. 아무도 모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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