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곽현숙 배다리를 가꾸는 시민모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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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곽현숙 배다리를 가꾸는 시민모임 위원장
  • 김도연
  • 승인 2009.12.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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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는 무형의 문화가 숨쉬는 곳
배다리를 가꾸는 시민모임 곽현숙 위원장 

 "몇 년 만에 생각하지 마시고 10년을 고민하고 10년을 계획해서 진행해주십시오."
 
 최근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계획'을 시행하는 인천시 공무원들에게 '배다리를 가꾸는 시민모임'의 곽현숙 위원장(59·여)이 던지는 부탁이다.
 
 곽 위원장은 지난해 7월부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피케팅 시위를 벌인다.
 
 그의 주장은 지역 개발의 원천적인 반대가 아니다. 다만 헌책방 골목을 포함한 배다리 지역을 지금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는 범위에서 개발해 달라는 부탁이다.

 "배다리는 지역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 있는 곳이에요. 1960~70년대부터 조성된 헌책방들과 창영초등학교 등 역사성을 갖고 있는 유형의 문화재산 말고도 무형의 문화적 가치가 숨을 쉬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 곳을 없앤다는 것은 말도 안 돼요."
 
 그는 본인이 살며 느껴온 배다리 지역 자체의 풍부한 유·무형적 문화 자산이 사라지는 것에 반대한다. 따라서 현재 인천시가 추진하는 개발 방향이 잘못됐음을 지적한다.
 
 "인천시의 도시재생사업에 따른 공원화 계획은 아파트와 복합상가 등이 들어서는 주변으로 녹지 공간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마당 있는 집에 정원을 만드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게 무슨 공원입니까?"
 
 그는 시행정의 잘못을 꼬집기보단, 길게 보고 깊이 생각하는 행정을 펼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의 개발 사업을 지적하고 있다.
 
 "불과 몇 천 원 하는 헌책을 팔아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겠어요. 단지 지금도 10년 전에 헌책을 구입하기 위해 들렀던 손님들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그런 무형의 문화가 지속되는 곳이니 그걸 지켜달라는 얘기지요."
 
 그의 지적에는 크진 않지만 길게 이어지고 있는 배다리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훼손하지 말라는 간곡함이 배어 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주변에서 누가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칼날 같은 추위에도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피케팅 시위를 이어간다.

 "인천시의 도시재생 의지를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시민들은 집 하나를 고쳐도 이 고민 저 고민하며 이리 재고 저리 재는데, 하물며 시에 계신 분들이 그러면 안 되죠. 제발 부탁이니 깊이 고민하고 그 지역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곽 위원장은 시 행정가들에게 앞을 내다보는 고민을 하며 단순하게 좋은 것, 새 것만을 고집하지 말고, 진정으로 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금의 인천시 계획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합니다.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보장해 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빠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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