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곶해변 쓰레기 100톤을 치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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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곶해변 쓰레기 100톤을 치우니...
  • 박정운
  • 승인 2022.08.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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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16) 아침운동과 사곶해변 줍깅
사곶해변에 밀려온 해양생물 흔적들
사곶해변에 밀려온 해양생물 흔적들

1.

백령도로 이사를 오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길다란 사곶해변을 따라 아침 조깅을 하고 멋지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 말이다. 그렇게 2019년 봄부터 백령도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으나 이런저런 핑게로 3년이 지나도록 아침 조깅은커녕 사곶해변을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백령도 점박이물범 생태관광협의체 대표와 아침운동을 시작하면서 드디어 사곶해변을 걷게 되었다.

이른 아침의 사곶해변은 근사했다. 해무를 뚫고 갓 떠오른 태양에 반짝이는 바다, 파도자락을 따라 다니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괭이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 크고 작은 모랫알을 만들며 구멍을 숭숭 뚫어 놓은 엽랑게... 또 파도에 밀려 온 바닷속 흔적들(큰구슬우렁이, 성게, 가리비, 키조개, 피조개, 굴, 비단조개, 소라, 털보집갯지렁이집, 개량조개, 피뿔고둥, 떡조개...잘피와 해조류 등등)이 빈 껍질로 해변을 따라 널려 있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사곶해변의 감상은 짧았고 잦은 한숨을 짓게 했다. 매일 매일 파도가 밀어다 놓은 해양쓰레기가 해안가를 따라 널브러져 있었다. 플라스틱 생수병, 비닐봉지, 폐어구들(스티로폼 부표, 플라스틱 부표, 각종 그물과 밧줄...), 소독약통, 빈병 등등이 그 날의 해류를 따라 사곶해변에 도착한 것이다. 폐어구들 사이를 걸어 다니는 검은머리물떼새, 끈에 걸린 괭이갈매기, 플라스틱 조각을 가져와 집을 지은 털보집갯지렁이.... 해변의 사구(모래언덕)에는 사구식물의 뿌리와 엉켜 붙은 스티로폼 부스러기가 모래보다 많은 곳도 수두룩했다.

사곶해변에 밀려온 해양쓰레기
사곶해변에 밀려온 해양쓰레기
사곶해변 아침운동과 줍깅
사곶해변 아침운동과 줍깅

2.

우리는 아침운동을 하면서 해양쓰레기 ‘줍깅’을 함께 했지만 매일매일 떠밀려 온 해양쓰레기와 부스러기가 되어가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을 보면서 근심이 커졌다. 사곶해변에 대한 대대적인 청소와 수거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무렵, 마침 사곶해변 해수욕장 개장 앞두고 7월 20일(수) 백령면사무소와 해병대(6여단)에서 환경정화활동을 진행했다. 소식을 듣고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점사모), 백령도 점박이물범 생태관광협의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에서도 함께 참여했다.

민관군 410여명이 함께 협력하여 오전 오후에 걸쳐 사곶해변의 적체된 해양쓰레기를 수거한 결과, 약 100톤 분량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행정의 공공근로 사업을 통해 수거를 계속 해 왔지만 수년 동안 매일매일 떠밀려와 쌓였던 해양쓰레기 양이 많았던 것이다. 대대적인 해양쓰레기 수거작업이 있은 후 다음 날 아침운동으로 찾은 사곶해변을 바라 봤을 땐 마음이 뭉클했다. 해변이 깨끗했다.

사곶해변 해양정화활동
사곶해변 해양정화활동
깨끗해진 사곶해변 풍경
깨끗해진 사곶해변 풍경

며칠 뒤 휴일에 우리는 협의체 회원과 점사모 회원 등 ‘사곶해변 번개모임’을 진행했다. ‘지금까지는 관광객과 주민 등 사람의 시선을 위한 청소였다면, 지금부터는 물고기와 물범들을 위한 청소를 해야 한다. 밀물과 썰물에 떠다니는 작은 플라스틱과 부서진 스티로폼 조각들이 너무나 많다. 먹이감으로 삼켜버릴 잔해물들을 세심하게 치워야 한다’는 생태관광협의체 대표의 의견에 동감했기 때문이다.

뒷마무리가 덜 된 몇 곳의 잔해물들을 정리할 계획이었는데, 일이 커져 군부대의 집게차까지 동원됐다.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의 잔해물 아래에 커다란 폐그물과 폐밧줄이 엉킨 채 모래깊이 파묻혀 있었다. 엄두도 못냈던 폐그물과 폐밧줄 수거작업에 대형 장비를 사용해야 했지만, 계획과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사곶해변 아침운동과 줍깅
사곶해변 아침운동과 줍깅

3.

요즘 여기저기서 해양쓰레기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고 있다. 백령도라는 현장에 있다 보니 이런 질문과 의견을 더 받게 된다. 얼마 전, 온라인 모금함(점박이물범 보호활동)의 댓글에도 백령도 해변에 쌓인 쓰레기를 먼저 치우고 나서 물범 보호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내용과 어업활동 쓰레기의 문제점 등 주민이 중심이 되어 내 주변부터 지키는 활동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댓글의 의견들 모두 맞는 이야기 이다. 다만, 해양쓰레기라 하여 어민, 주민의 노력만 다그쳐서는 안된다.

플라스틱, 스티로폼 제품이 생산되어 일상 생활용품의 확산과 어구용품 사용이 확대된 무렵부터 시작된 해양쓰레기 문제는 그것의 편의를 누렸던 우리 세대의 몫이고 책임이다. 이미 발생되어 바다를 떠돌고 있거나 해변에 도착한 쓰레기는 보이는 데로 방법을 찾아 수거하여 줄여야 한다. 인간의 허물을 그나마 파도가 해변으로 밀어다 놔주니 고맙지 않은가! 그리고 바다로 쓰레기나 어구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과 제도와 인식을 강화하고 국가 간의 협력과 관련한 환경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높여 발생요인을 낮추도록 해야 한다.

물론 흔한 의견이다. 그럼에도 더 흔한 의견이 되고 당연한 이야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 해양쓰레기로부터 깨끗해진 해변과 건강한 바다를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당연한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생태관광협의체 대표와 함께 사곶해변에서 아침운동을 하며 줍깅을 한다. 인도 뭄바이 Versova 해변의 기적을 떠올리면서.

사진1_사곶해변 아침 풍경
사곶해변 아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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