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두 장에 담긴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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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두 장에 담긴 지혜
  • 최원영
  • 승인 2022.09.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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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68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점도 있고 또 단점도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누군가는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 의미 있는 삶을 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단점이 트라우마가 되어 자신의 장점까지도 살리지 못하며 살아가곤 합니다.

먼저 내가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고, 동시에 내가 가진 장점에 매진하는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아잔 브라흐마)에 나오는 ‘벽돌 두 장’이란 글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절 지을 터를 마련한 후 빈털터리가 됐다. 첫 몇 주는 잘 침대도 없어 헐값에 마련한 중고 문짝 위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다. 모든 걸 우리가 해야 했다. 벽돌 쌓는 일을 했다. 먼저 흙손으로 시멘트 반죽을 한 덩어리 퍼서 바르고 그 위에 벽돌 한 장을 얹은 뒤, 오른쪽을 한두 번 두드리고 다시 왼쪽을 한두 번 두드리면 되었다. 그러나 처음엔 수평을 맞추기 위해 한쪽을 두드리면 다른 한쪽이 올라왔다. 튀어나온 쪽을 밀어 넣으면 이번엔 반대쪽이 올라왔다.

마침내 첫 번째 벽을 완성한 나는 뒤로 물러서서 감탄의 눈으로 내가 쌓은 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그제야 중간에 있는 벽돌 두 장이 어긋난 것을 알았다. 나는 주지 스님에게 벽을 허물고 다시 쌓자고 제안했다. 주지 스님은 단호히 고개 저었다. 그대로 두어야 한다면서.

첫 방문객들이 찾아와 내가 우리의 미숙한 절을 안내하게 되었을 때, 나는 사람들이 내가 쌓은 벽 앞을 지나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웠다. 누구라도 그걸 보는 걸 원치 않아서다.

서너 달쯤 후, 한 방문객과 절 안을 거닐다가 그가 그만 그 벽을 보고 말았다. 그가 말했다.

‘매우 아름다운 벽이군요.’

내가 놀라 물었다.

‘혹시 안경을 차에 두고 오셨나요? 벽 전체를 망쳐 놓은 잘못 놓인 저 벽돌 두 장이 보이지 않나요?’

그의 대답은 내 삶의 많은 측면에 대한 내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물론 내 눈엔 잘못 놓인 두 장의 벽돌이 보입니다. 하지만 더없이 훌륭하게 쌓아 올린 998개의 벽돌도 보입니다.’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 전까지 내 눈은 오로지 두 개의 잘못된 벽돌에만 초점이 맞춰져 그 외의 다른 것들에 대해선 눈 뜬 장님과도 같았다. 그래서 나 자신이 그 벽을 바라보는 것조차 싫었고, 타인이 보는 것도 싫었다. 벽을 폭발시켜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벽은 전혀 흉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가 말한 대로 ‘매우 아름다운 벽’이었다.

스무 해가 지난 지금도 그 벽은 그대로 있다. 그리고 이젠 그 벽돌 두 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잊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더 이상 그 벽에서 잘못된 벽돌을 발견할 수 없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는 잘못된 벽돌 두 장이 놓여있을 겁니다. 그러나 잘 쌓은 998장의 아름다운 벽돌도 어김없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누구에게나 벽돌 두 장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이 벽돌 두 장이 우리의 일상을 망가뜨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벽돌 998장이나 되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살아가면서 두 장의 벽돌을 바라보느냐, 아니면 998장의 벽돌을 바라보느냐는 것은 행복과 관련해서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만약 단점에 짓눌려서 살게 되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되지만, 자신의 장점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벽돌을 바라보느냐는 순전히 우리의 선택입니다. 벽돌 두 장만을 바라보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스스로 쌓은 아름다운 나머지 벽돌을 보며 맘껏 자긍심을 가져도 충분합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고 자랑스러워해도 될 만한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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