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집단주의 아니고 '관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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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집단주의 아니고 '관계주의'"
  • 송정로 기자
  • 승인 2022.09.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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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대학원 교육학과 연구자들 '제13회 학술문화세미나' 열어

인하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교육심리전공 연구자들이 주관하는 제13회 학술문화세미나가 17일 인하대 6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박영신 인하대 교수를 중심으로 진행해온 정례 학술대회다.

이날 심리학 명저 ‘가끔은 제정신’(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어쩌다 한국인’의 저자 허태균 고려대 교수(심리학)의 강의와 바리톤 이상열의 콘서트가 열렸다.

허 교수는 강연에서 한국인 특성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 집단주의도 아니고 개인주의도 아닌 ‘관계주의’가 더 정확한 분석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서양인들의 연구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이 ‘집단이나 조직 등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집단주의로 소개돼왔지만, 사실은 집단 내 나와 관계가 있는 친밀한 사람에게만 집단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관계주의라는 것이다.

서양인들은 우리를 외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로 규정했는데, 문제는 영향을 미치는 외적 요인이 다 똑같은 게 아니다. 그는 여기서 한국인들은 집단·조직 전체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집단, 조직내 ‘내 앞에 있는 사람’에만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래부터 집단주의가 아닌, 관계주의였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사실 조직이라는 게 전부 관계로 구성됐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다. 과거에는 대부분 조직이 작고 오래 지속됐다. 주 6일, 80시간씩 일하는 평생 직장이었고, 마을사람들도 친족이거나 한 다리 건너 다 알고 있어 관련 없는 자가 별로 없이 가족 같았다. 조직과 관계가 구분이 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직이 비대해지고 세분화되면서 집단주의와 관계주의가 분리되고 있다.

그런데 원래 우리는 집단주의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집단주의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관계주의가 집단에서 충족됐기 때문이다.

집단주의와의 구분을 위해 사람이 부품처럼 일하는 일본을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이 역할로 규정되는 사회다. 정해진 기능을 매뉴얼대로 정확히 수행하면 전체가 잘 돌아간다. 그래서 일본은 장인정신이 발달했다. 이들은 서로 대화를 안해도, 제 할 일만 해도 사회는 돌아간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매뉴얼처럼 정해진 것을 싫어한다. 서로 소통을 거쳐 합의해서 일하는 것이 원칙인 사회다. 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저 사람을 위해 서 일하는 게 중요하다. 합의만 하면 빠르고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발전의 원동력도 이런 면에 기인한다.

우리는 사회성, 현장 적응력이 강하나 전문성이 안 키워진다. 우리의 조직은 각자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정하지 않고 두루뭉술하다. 젊은이들은 현재 조직에서 가족 같은 삶을 살지 못하고 동호회, 친구, 가족 등과 관계를 맺고 회사에서는 일한 대로 봉급만 받으려 한다. 그러나 회사에서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아 ‘부품’이 될 수도 없다. 젊은 사람들이 공정에 예민하다는 문제의 핵심에는 그들의 역할이 서로 명확치 않고, 평가 기준도 명확치 않다는 것이 있다.

공무에서 배려는 원칙을 깨는 것이다. 안되는 것 해줄 때가 배려다. 우리는 사람에 따라 배려의 판단 기준이 다르다. 관계주의가 뿌리 박혀있다. 이는 집단주의로도, 개인주의로도 설명이 안된다. 모든 것이 맞물려 있는데 관계주의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둘 다 수치가 강하게 나온다. 관계주의이기 때문이다. 거기서부터 장단점이 같이 나온다. 최근 미국 연구자들에서도 집단주의에서 빠진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관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관계가 가장 빠르게 변하는 나라다. 가장 먼저 새로운 이론을 정립할 수 있다.

한편 허 교수는 한국인은 ‘나의 내적인 것 외 아무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은’ 개인주의 성향도 아니라는 점도 드러냈다. 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도움도 외적인 요인인데 개인주의라 하려면 부모간섭은 물론 도움도 받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높은 것은 자녀의 결혼 자금 등 자식 세대 부양에서 비롯된다.

그는 기성세대들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분 못한다는 사실도 짚었다. 이기주의가 자기를 위한 일만 하는 것이라면, 개인주의는 남과 주고받는 영향을 최소화 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제대로 구분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개인주의는 신념이 있다면, 누구보다도 이타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허 교수는 지난 1997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된 한국인의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관련해 발표된 41개 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20년간 연도별 집단·개인화 수치가 전혀 변하지 않은 채 기울기 값이 제로를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단 및 개인주의 경향은 변하지 않았다.

또 20, 30대 신세대와 50, 60대 구세대를 구분해 조사한 결과, 상대적으로 강한 젊은층의 개인주의도 나이들수록 점차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기성세대 쪽으로 간다는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이들도 나이가 들면 더 이상 개인주의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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