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은 식생환경이 좋은 보물 같은 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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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은 식생환경이 좋은 보물 같은 산이죠"
  • 김도연
  • 승인 2009.12.2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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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민속식물연구소 소장 송홍선 박사

계양산은 보물 같은 산

2004년부터 매년 계양산의 식생을 조사하는 민속식물연구소 소장 송홍선 박사


"계양산은 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식생환경이 좋은 보물 같은 산입니다. 그러한 곳을 훼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민속식물연구소 소장 송홍선 박사는 계양산의 가치를 수도권 최고로 꼽는다.

송 박사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10 차례 이상씩 계양산 이곳저곳을 다니며 식생 환경을 조사·연구해 왔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송 박사가 내린 결론은 계양산이 다양한 식물군이 서식하는 전국에서도 몇 안 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조사 결과를 통해 계양산 전역에 모두 560여 군의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환경은 계양산에 계곡과 습지가 잘 조성돼 있고, 최소 50~60년의 시간동안 훼손 없이 잘 가꾸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골프장이 들어서게 되면 식생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거죠."

그는 수도권 최고의 식생환경을 갖고 있는 계양산이 골프장 건설로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환경부 보호종 등 다양한 식물군 분포

 

"계양산에는 대표적인 식충식물 가운데 하나인 통발을 비롯해 같은 통발과의 이삭귀개, 땅귀개 등과 깊은 산에만 서식하는 냉초, 미기록종인 족두리풀 변이종 등 보기 드문 종의 식물들은 물론,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으로 분류된 환경부 보호종 ‘깽깽이풀’ 등이 골프장 예정부지 안과 그 주변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식생환경이 골프장 건설로 하루아침에 파괴될 수 있는 겁니다."

송 박사는 현재 계양산이 수 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커다란 개발이 없어서 안정화 단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한 지역이 골프장 건설로 훼손될 위기에 있다 보니 참을 수 없는 허탈감이 앞서는 것이다.

"계양산에는 다양한 식물 종이 분포하고 있고, 50~60년 이상 된 나무숲이 있는 안정화한 산이에요. 이처럼 안정된 식생환경이 훼손됐다가 다시 안정을 되찾으려면 100여 년의 세월이 걸립니다. 지금의 계양산은 다시 100여 년을 거스를 위기를 맞고 있는 거죠. 대체서식지요? 그건 의미가 다르죠."

대체서식지 조성으로 희귀식물들이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지만, 설사 자리를 잡는다 하더라도 식생환경의 변화는 생태환경의 변화로 이어져 계양산 전체의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농약과 제초제 등 피해 주변 지역 모두 바꿔

 

"골프장을 건설하는 업체에서는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하지만, 골프장을 운영하려면 농약이나 제초제 등이 사용될 텐데, 그러한 유독 물질이 계양산의 식생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농약과 제초제 등을 사용하면 토양 자체가 이전의 환경이랑 크게 달라지므로 골프장 문을 닫고 복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농약을 사용하는 논이나 밭도 잔류 농약으로 토양 자체가 변화하는데, 골프장은 어떻겠습니까? 더 말할 필요가 없죠."

송 박사는 최소 골프장 주변 100m 지역까지는 모든 게 변한다고 걱정한다.

"주변 환경이 파괴되면 그 환경에 맞게 지금과는 다른 환경이 조성될 겁니다. 그런데 그 세월이 족히 70~80년은 걸리죠. 그럴 경우 지금처럼 좋은 식생환경이 다시 복원되리라는 보장은 없는 거죠. 그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자연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닌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식생환경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야 할 곳

 

송 박사는 계양산을 지금처럼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야 할 곳으로 정의한다.

"골프장이 건설되면 우선 모든 등산로가 바뀔 것이고, 그러면 시민들이 계양산을 찾는 것도 더 어려워집니다. 물론 시민들이 산을 오르내리며 지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건 당연하고요.”

골프장 건설에 따른 계양산 식생환경의 변화가 가져올 파장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계양산은 전국적으로도 보기 어려운 다양한 식물과 습지가 분포하고 있는 곳입니다. 인천이라는 광역시 중심에 이러한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은 인천시민들에게 축복이자 행운인 거죠. 그러니 지켜야 합니다."

그는 골프장 건설이 불러올 계양산의 미래에 대해 허탈감 섞인 우려를 토로하며 시민들에게 소중한 자연환경을 시민들 스스로 지켜낼 것을 주문했다.

"결론적으로 골프장은 들어서지 말아야 하는 곳에 들어서는 형국입니다. 골프장이 건설된 뒤 100년을 기다려도 지금의 계양산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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