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품에 안기는 시간, 계양산 치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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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품에 안기는 시간, 계양산 치유의 숲
  • 유광식
  • 승인 2022.10.17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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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 일기]
(90) 계양산 임학공원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중턱에서 바라본 계양구 일대, 2022ⓒ유광식
중턱에서 바라본 계양구 일대, 2022ⓒ유광식

 

지금의 삶은 정상적인가라는 질문은 뜬금없이 스스로 자주 떠올리는 생각이다. 지금의 자리에서 온전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지, 허튼 시간으로 꾸미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질문엔 답이 있거늘, 답 없는 질문을 자꾸만 되풀이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나와 사회가 조금 아픈 건 아닐까? 저 산은 변함이 없고 늘 푸릇한 걸 보면 큰 힘이 되어 줄 품격을 지닌 건 사실인 듯하다. 정상까지는 아니어도 둘레를 돌고 돌아 지친 심신을 달래며 반복되는 일상의 환기를 위해 많은 이가 찾곤 하니 말이다. 찾아간 숲에서 각자의 스트레스를 씻고 잘 헤쳐 나가리라는 다짐을 한다. 계양산 동편, 치유의 숲을 찾았다. 

 

임학공원(장승이 높게 세워져 있다), 2022ⓒ유광식
임학공원(장승이 높게 세워져 있다), 2022ⓒ유광식
임학공원(아이들이 채집활동을 하고 있다), 2022ⓒ유광식
임학공원(아이들이 채집활동을 하고 있다), 2022ⓒ유광식

 

계양산 등산을 위해 사람들은 계산역 5번 출구를 만남의 장소로 이용한다. 여기서부터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르게 된다. 계산고와 계양도서관을 지나 등산을 시작하게 되는데, 조금만 동쪽으로 걸어가면 임학공원이 있다. 여기서부터 오르는 분도 많다. 인근에는 병방시장이 있다. 지인 한 분은 계양도서관에 가는 날이면 종종 임학공원에 들러 산책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임학공원 조성이 아주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계양산을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꾸미고 산림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치유의 숲으로 조성해 환영받고 있다. 주말을 맞은 임학공원은 어린이들의 놀이터 겸 주민체육 활동이나 행사 광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임학공원(부모 따라 산책 나온 꼬마 손님들), 2022ⓒ김주혜
임학공원(부모 따라 산책 나온 꼬마 손님들), 2022ⓒ김주혜
임학공원(소나무 아래 어르신들이 자리를 깔았다), 2022ⓒ유광식
임학공원(소나무 아래 어르신들이 자리를 깔았다), 2022ⓒ유광식

 

치유의 숲은 임학공원을 중심으로 볼 때 가리비 모양으로 위쪽으로 펼쳐진 고성산(123m) 아래 사면이다. 한쪽에는 무장애 데크길이 있어 손쉽게 중턱(임학정)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 좁은 길을 따라 편백나무향이 짙게 쏟아져 삼림욕에 푹 빠져든다. 걷는 도중 산새의 지저귐이 신선하게 들려온다. 혼자 혹은 가족, 동료들과 길 따라 이야기보따리 풀어 놓는 시간이 숲에 쌓여가고 있다. 멀리 계양구의 전경이 시원하게 보이기도 하니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든다. 옆으로는 계양산성이 있고 군데군데 이어지는 좁은 산길로 인기척이 많다. 산이 키운 에너지가 얼마나 크기에, 이 많은 사람을 품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장애 데크길, 2022ⓒ유광식
무장애 데크길, 2022ⓒ유광식
치유의 숲 둘레길, 2022ⓒ유광식
치유의 숲 둘레길, 2022ⓒ유광식

 

길목 중간 중간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있고 정자도 있다. 데크길에서 구상나무를 가까이 만날 수 있고 출렁다리의 아찔한 느낌은 잠시 얻어 가는 재미다. 요새는 산을 탄다는 말 대신에 산을 걷는다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졌다. 대신 너무 반지르르한 길로 만들어 놓는 건 아쉬운 일이다. 오래전에 어느 지인 가족과 계양산 정상에서 당시 2~3살이던 아이를 등에 업고 하산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힘으로 그랬을까 싶은데 숲의 전령이 조금 거들어 준 건 아닐지.  

 

구상나무와 표식, 2022ⓒ유광식
구상나무와 표식, 2022ⓒ유광식
출렁다리, 2022ⓒ유광식
출렁다리, 2022ⓒ유광식

 

치유의 숲은 복잡하지 않고 1시간 내로 차분히 걸어볼 수 있는 곳이다. 마음을 가볍게 정돈하고 싶을 때나 건강을 위해 종종 찾는다면 더없이 좋은 장소일 것이다. 숲이 주는 선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안전할 테니 말이다. 이곳에서는 숨쉬기가 달라지고 시야가 확장된다. 완연한 가을에 저 높은 곳이 부담된다면 야트막한 숲에 온몸을 내맡기는 시간도 괜찮을 것 같다. 출렁다리 중간에서 한 가족이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참 행복해 보였다.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의 삶이지만 분명 찾아보면 곳곳에 숨은 여백들이 존재한다.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시기이다. 작은 발걸음 뒤에 큰 위로가 찾아올 것이다. 계양산은 인천 시민들에게 큰 위로의 품이자 숲의 대명사다.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2022ⓒ유광식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2022ⓒ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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