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를 품은 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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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를 품은 조개
  • 최원영
  • 승인 2022.10.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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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74화

 

 

《인생을 바르게 보는 법, 놓아주는 법, 내려놓는 법》(쑤쑤)에 아름다운 진주조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사례가 나옵니다.

저자가 실연을 겪고 도망치듯 타이후로 여행을 가서 경험한 내용입니다.

“그날도 호수를 보며 앉았는데, 그림자 하나가 곁으로 오더니 물었다. 노인이다.

‘이보시오, 괜찮소?’

‘호수를 감상하는 중이에요. 마음을 좀 가라앉히려고요.’

‘기분 전환하러 왔나 보구려.’

‘네. 도시에서 산다는 게 워낙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잖아요.’

사실 도시에서의 삶이 아니라 도시에서 만난 사람과의 이별 때문에 아팠던 건데. 눈물이 났다. 그때 노인이 말했다.

‘난 여기서 진주 양식을 하고 있소. 괜찮으면 와서 봐요. 원한다면 내 배를 같이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것도 좋고요.’

따라나섰다. 양식장은 호수 한 가운데 있었다. 수면 위로 나란히 묶인 기다란 밧줄마다 빈 병이 줄지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노인은 손전등을 주며 잘 비추라고 했다. 가장 가까이 매달린 빈 병을 들어 올렸다. 곧 그물주머니 같은 게 딸려 나왔다. 안에는 큼직한 민물조개 몇 개가 들어있었다. 바닥에 꺼내놓았다. 손가방에서 날카로운 칼을 꺼내 민물조개를 열었다. 손전등으로 들여다보니 조개 안쪽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세계가 보였다.

가장 큰 진주조개의 속살 가장 깊은 곳에 파묻힌 진주를 꺼내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진주와 달리 그 진주는 조개껍데기에 단단히 붙어 안 떨어졌다.

‘어떻게 생긴 거예요?’

‘진주가 생기려면 먼저 진주핵이 필요해요. 조개껍데기로 만든 핵을 다른 조개에서 잘라낸 외투막의 작은 조각과 함께 조개 안에 심으면, 조개가 알아서 진주질을 분비해 그 핵을 감싸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진주라오.’

못 믿겠다. 그토록 아름다운 진주가 사실은 다른 조개의 일부가 들어와 생긴 것이라니. 진주를 만들어내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었을까.

그때 알았다. 한 번도 아파보지 않은 조개는 아름다운 진주를 품을 수 없음을. 한 번도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가장 찬란한 열매를 얻을 수 없음을. 그 며칠 동안 석양이 지는 호숫가에 앉아 내가 끊임없이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그것이었다.

고통 덕에 나는 성장했다.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던 모든 사람이 사실은 내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왔다는 것을 절감했다.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

감동적인 글입니다.

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우리의 삶에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내 몸속에 이물질이 들어와 함께 살아간다면 얼마나 불편할까요. 아니 불편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듯싶습니다. 아마 무척 고통스러울 겁니다.

내가 조개라고 상상해봅니다.

어느 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물질이 내 몸에 들어와 내 살을 후벼 파고 그곳에 둥지를 틉니다. 아픕니다. 생살이 떨어져 나갈 듯한 통증을 느낍니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이물질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어차피 없앨 수 없다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뭘까?’를 고민해봅니다. 그리고 나는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진주질을 분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진주를 품은 진주조개로 부활합니다.

맞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모든 아픔과 슬픔이 실제로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해줄 은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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