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산 기슭에서 발원 - 양오리 농업용수로, 낚시터로, 물새들 먹이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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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산 기슭에서 발원 - 양오리 농업용수로, 낚시터로, 물새들 먹이터로
  • 장정구
  • 승인 2022.10.25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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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57) 다송천, 박물관들을 끼고 도는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을 강화군민이 함께 축하합니다’


2020년 봄, 강화 하점면 일대에 한동안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많은 국민들이 함께 기뻐한 수상이라 강화에서도 함께 축하는 것이 특별할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봉씨는 하음 봉씨 하나인데 하음이 바로 강화 하점이라는 사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봉(奉)씨는 2015년 통계청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인구 104위의 성씨라고 나온다. 강화 양사면과 하점면 사이에는 봉천산이 있다. 하음 봉씨의 시조인 봉우묘가 봉천산의 남측 기슭에 있다. 고려시대 하음백에 봉해졌던 후손 봉천우는 봉천산에 봉천대를 쌓아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하음산이라고도 하는 봉천산에는 산성이 있고 봉수대도 있다. 이 하음산성이 삼국시대 고구려와 백제의 격전지였던 관미성이라는 주장도 있다. 봉천산의 남쪽 기슭으로 보물로 지정된 장정리5층석탑이 있어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중요한 곳임을 알 수 있다.

다송천은 봉천산 남측에서 시작된다. 봉천산 남측 기슭으로 둠벙이 있는데 봄이면 산개구리 알이 가득하다. 연못에서 태어났다는 봉우의 설화가 아니더라도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계곡물, 하천물, 바닷물 모두 생명을 품어 기른다. 고려산 북측 부근리에서 시작하여 48번 국도를 지나 강화역사박물관 근처에서 합류되는 물줄기도 있다.

봄이면 다송천은 양오저수지와 함께 주변 논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여름이면 붕어와 가물치 등 수많은 물고기들이 노닐고 백로와 왜가리 등 물새들의 먹이터다. 겨울이면 주변 논으로 수천마리 기러기가 교동평야와 연백평야를 오가며 겨울을 난다. 봉천산에서부터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아래에 자리한 양오저수지는 낚시터로 이용된다. 40만평이 넘는 면적으로 저수지 곳곳이 붕어를 낚고 또 시간을 낚는 강태공들이다. 수상 방갈로에는 낚시하며 휴가를 즐기는 가족들이 보인다.

양오리 마을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느티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양오리 마을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느티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의 고인돌은 거대한 바위를 이용해 만들어진 선사시대 거석기념물로 무덤의 일종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나와 있는 한국의 고인돌에 대한 설명이다. 고창과 화순, 강화에는 고인돌 수백 기가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밀집도와 다양한 형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거의 없다. 강화 등 한국의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의 사회구조 및 동북아시아 선사시대의 문화 교류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세계유산이다. 강화는 보장지처였던 고려와 조선시대뿐 아니라 삼국시대 그전에도 한반도 나아가 황해 역사의 중심이었다. 바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이 그 증거다. 강화역사박물관 앞의 고인돌은 웅장하고 반듯한 것이 고인돌의 교과서이다. 부근리 고인돌 역시 경관만으로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한 나라의 국립자연사박물관 숫자와 노벨상 수상자 숫자가 비례한다고 이야기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그만큼 지구의 역사, 자연환경을 종합적으로 알 수 있는 자연사박물관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런 자연사박물관이 국립은 아니지만 강화에는 두 개나 있다. 강화역사박물관 옆 강화자연사박물관이 있고 다송천을 따라 내려가면 은암자연사박물관도 만날 수 있다.

강화는 예전부터 한반도와 동북아의 각축장으로 역사문화의 중심이었다. 또 한강, 임진강, 예성강의 열린 하구로 자연과학자들이 진작부터 주목하고 있는 곳이다. 한남정맥, 한북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이 바다를 향해 내리뻗은 곳에 위치한 강화는 강과 바다가 만나 늘 역동적이며 자연생태보고다. 전문가들이 대한민국 국립자연사박물관 첫 번째 후보지로 꼽는 이유이다.

고려산 북측에서 흘러내린 다송천 물줄기.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봉천산이다.
고려산 북측에서 흘러내린 다송천 물줄기.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봉천산이다.

“와~ 나도 이쁜 화문석을 만들었어”
“누구나 쉽게 화문석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어요”
고려산 북쭉 산기슭 아래 강화대료 옆으로 화문석체험장이 있다. 다송천 하류에는 강화화문석문화관도 자리잡고 있다. 아이들 체험을 위해 알록달록 염색한 작은 왕골의 키트도 마련되어 있고 보급용으로 판매도 한다. 화문석은 왕골을 틀에 대고 고드레돌이 묶인 실을 교차하면서 엮는다. 왕골이 습기를 머금고 내뿜어 습도를 조절하는 화문석은 돗자리 중 최상품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다. 고려의 강화천도 이후 왕실과 관료에게 공급할 돗자리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전통이 잘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강화에서 자라는 왕골은 해풍에 강하고 질기게 자라 돗자리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씨앗을 뿌리고 모내기하고 거름을 주고 제초하고 수확한 후에는 쪼개고 세척하고 건조하고 염색하고. 한 장의 화문석으로 엮음까지 수만번의 손길이 필요하다.
수백년 세월 그렇게 조강을 향해 흘러드는 다송천을, 화문석을 엮는 민초들 곁을 묵묵히 지켰을 양오리 느티나무는 오늘도 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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