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古家)의 향기를 머금은 관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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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古家)의 향기를 머금은 관곡지
  • 허회숙 객원기자
  • 승인 2022.10.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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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터덜 터덜 걷기’에서 새롭게 발견한 아름다운 길

인천in의 터덜터덜 걷기가 10월 22일(토), 금년들어 두 번째로 실시됐다. 이번에는 인천에서 가까운 서해선 신현역에서 출발하여 관곡지, 물왕저수지를 돌아 능곡역에서 해산하는 서너시간의 짧은 코스다.

인천in의 제6기 시민기자단 서포터즈를 결성한 후 첫 번째 행사여서 몇몇이 함께 참여하여 나섰다. 막상 행사일이 가까워지자 코로나 감염자도 생기고 다른 행사와 겹치는 분도 여러 명 생겨 최종으로 서포터즈 세 명만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 일행은 작년 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환상적인 꽃길이 펼쳐졌을 때 이 곳을 찾은 적이 있다. 그 때에는 관곡지라는 표지판을 보고도 벚꽃 길에만 정신이 팔려 길 끝에 고가(古家)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옆에 ‘연꽃 테마파크’가 있었지만 역시 무심히 지나치고 말았다.

관곡지 입구에 서면 제일 먼저 정자가 보인다. 그 옆으로 위엄을 갖춘 한옥이 들어서 있고 긴 돌담이 보인다.

기와 지붕이 얹혀 있는 단아한 돌담 위 햇볕이 따사롭다. 벤치를 마련해 포토존도 설치해 놓았다. 눈을 들어보니 비로소 관곡지 고가(古家)와 정자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온다. 정자 옆에 자리한 안동 권씨 조상 권상우와 부인 최씨 합장묘소의 잘 가꾸어진 모습도 주변 풍경과 어울려 한 폭의 산수화 같다.

비록 연꽃은 다 스러져 없지만 멀리 끝간데없이 펼쳐진 3만평이나 되는 연꽃 밭의 황량한 아름다움도 가슴에 스며든다.

관곡지는 1986년 3월3일 시흥시 향토유적 제8호로 지정되었다. 못의 규모는 가로 23m 세로 18.5m이다. 조선 전기 세조의 신임이 두터웠던 강희맹(1424~1483)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면서 연꽃 씨를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 이 연꽃은 색이 희고 끝은 뾰족하며 꽃의 끝부분이 담홍색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다른 연꽃에 비해 훨씬 키가 크다.

강희맹은 세조, 예종, 성종 3대에 걸쳐 높은 관직에 오른 대 문장가이며 농학자였으며 의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성종의 아들 연산군이 어렸을 때 강희맹의 집에서 성장한 이야기도 유명하다.

강희맹이 이곳에 연꽃을 피우기 시작한 이후 이 연꽃은 서서히 인근과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퍼졌다. 이를 기념하는 사당 주변으로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연꽃 밭이 펼쳐져 있다. 약 3만여 평에 이르는 경기도 최대의 연꽃지이다. 약 300년 전, 이 지역에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간척농경지(호조벌)가 만들어지면서 연꽃습지가 조성되어 오늘 날 도심 속의 습지가 되었다.

관곡지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유지가 아니라 개인 사유지이다. 강희맹의 사위 권만형의 후손들이 대대로 관리를 해 와서 현재까지도 유지 되고 있다. 곳곳에 ‘이 곳은 개인 사유지입니다’라는 프래카드가 나붙어 있고, 출입금지 줄이 쳐져 있는 것이 조금 아쉬었다.

연꽃테마파크는 관곡지 바로 앞부터 시작된다. 10월 말인 지금 연꽃은 없고 거대한 잎들도 누렇게 마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꽃은 볼 수 없었지만 드넓은 연꽃테마파크를 막힘없이 시원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키가 큰 연 밭을 지나니 시야가 탁 트인 넓은 수련 밭이 펼쳐진다.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철모르는 수련이 있다. 마네의 수련을 떠 올리며 찰칵 한 컷을 찍는다. 시야를 가리는 연 밭에 비해 지대가 낮은 늪에서 피어나는 수련은 더구나 꽃이 물 위에 둥둥 떠 있기 때문에 전체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인천시내에서도 30분이면 도착하는 이곳에 역사의 향기가 깃들어 있는 관곡지가 있다는 사실은 인천 시민들에게 큰 선물이 아닌가?

일년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좋은 곳이다.

고가와 돌담길을 끼고 도는 오솔길과 너른 연 밭 사이로 한없이 길게 펼쳐져 있는 산책로를 언제라도 한번 한가롭게 거닐어 보시기를 강추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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