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빵집에서 건강한 빵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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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빵집에서 건강한 빵을 삽니다
  • 김시언
  • 승인 2022.11.08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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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이야기]
(6) 아빠랑식빵이랑
강화읍 큰길가에 있는 _아빠랑식빵이랑_

언제부턴가 빵을 자주 먹는다. 밥 대신 간단한 음료와 빵을 먹는 습관이 생겼다. 바쁘거나 이동할 때는 더 그렇다. 필자는 강화도로 이사 오기 전, 구월동에 살 때는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안스베이커리에서 빵을 샀다. 아파트에 입주하면서부터 내내 본 그 빵집은 마치 내 이웃처럼 가깝고 편했다. 동네에 맛있는 빵집이 있어서 좋았다. 물론 지금은 세를 확장해 몇 군데 더 늘어났지만, 처음에는 아파트 앞에 있는 동네빵집이었다.

 

빵이 담백하고 속이 더부룩하지 않아

강화에는 맛있는 빵집이 참 많다. 길상면 온수리, 양도면 도장리에도 맛있기로 이름난 빵집이 있다. 필자는 사는 곳에서 가까운 ‘아빠랑식빵이랑’을 자주 간다. ‘아빠랑식빵이랑’은 강화읍 우리은행 옆쪽에 있다. 그 빵집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맛이 담백하고 속이 더부룩하지 않아서다. 무엇보다 빵집을 운영하는 이종국, 이주향씨 부부한테 믿음이 가서다. 어떤 이는 그 빵집 주인을 보고 “얼굴만 봐도 딱 신뢰가 가는” 빵집이라고 말한다. 그건 비단 그들의 밝고 친절한 태도에서가 아니라, 그들이 빵을 만드는 자세와 마음가짐 때문일 것이다. ‘아빠랑식빵이랑’은 인기가 많아 아침 일찍 주문하지 않으면 원하는 빵을 살 수 없다.

‘아빠랑식빵이랑’. 빵집 이름부터 정겹다. 이 대표 부부는 ‘이랑’이라는 큰아들 태명과 ‘아빠의 마음으로’ 맛있고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이름을 지었다. 2015년에 김포에서 가게를 열었으니 8년째 접어들었다. 처음에 김포에 빵집을 연 것은 강화에서 빵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일이 버거웠고, 강화에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분이 하나둘 늘면서 문을 열어도 되겠다 싶어 강화에 본점을 냈다. 김포는 다른 분이 맡아서 한다.

빵집 주방이 훤히 보인다.
빵집 주방이 훤히 보인다.

트랜스지방 안심 빵집

이종국 대표는 처음에는 빵집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의류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아로니아 농사를 짓게 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농사짓는 일이 만만찮았다. 그러면서 ‘미생물과 발효’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고, 빵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본격적으로 서울 빵집을 돌면서 공부하고 연구했다.

지난봄, 건물 주인의 사정으로 빵집을 옮겼다. 빵집 내부가 전에 비해 무척 작아졌지만 길가라는 이점이 있어서인지 손님이 늘었다. 필자가 빵을 사러 갈 때면 가게 앞에 서너 명씩 줄을 서 있을 때가 많다. 이렇게 손님이 많은 이유를 이 대표한테 물었다. “재료를 좋은 걸 씁니다. 마가린이나 쇼트닝을 쓰지 않고 고급 버터를 쓰죠.” 그래서 ‘트랜스지방 안심 빵집’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인천시에서는 해마다 트랜스지방이 적게 함유된 제품을 생산하는 업소를 선정하는데, 거기에 응모해서 선정됐다.

사람들 입맛은 솔직하고 냉정하다. 맛이 좋고 속이 편해야 다시 찾는다. 필자도 여기저기서 빵을 사서 먹어봤지만 먹어서 속이 더부룩하지 않는 데를 가고, 또 다른 사람한테 추천한다. ‘아빠랑식빵이랑’이 바로 그렇다. 동네마다 이렇게 저렴한 재료 원가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고 자기만의 고급스럽고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고집하는 빵집이 있다. 대기업에서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빵집이 많은데도, 좀 더 비싸더라도 굳이 동네 작은 빵집을 찾는 발길이 많은 이유다.

'아빠랑식빵이랑'을 운영하는 이종국, 이주향씨
'아빠랑식빵이랑'을 운영하는 이종국, 이주향씨

 

반죽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아빠랑식빵이랑’은 유기농 밀가루를 100% 쓴다. 일반 밀가루도 값이 올라 비싼데, 유기농 밀가루를 고집하는 이유는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서다. 게다가 ‘아빠랑식빵이랑’은 주방을 개방시켜서 손님이 드나들면서 빵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빵에 들어가는 재료를 좋은 재료로 쓰기 때문에 자신 있고, 아울러 손님들이 믿고 편안하게 먹었으면 바람에서다. 또 반죽기 돌아가는 소리가 수시로 들린다. 어디서 만들어 오는 빵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직접 만드는 빵, 눈앞에서 자신 있게 빵을 만든다.

이 대표 부부는 빵집을 운영하면서 ‘잘했다’ 싶을 때가 언제일까. “이해해 주는 분들이 있을 때 고맙죠. 10년 가까이 빵집을 해보니까 그런 분들이 소중합디다. 날마다 빵을 만들면서 재료 자체를 좋은 걸 쓰는데, 그런 걸 알아주니까 힘이 납니다. 이 일을 잘했구나 싶죠.”

 

강화 스토리에 맞는 ‘좋은 빵’을 만들고 싶어

빵 한 덩이를 손님한테 내놓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일단 일이 많다. 대부분 손으로 만드니까, 빵 한 덩어리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해야 하니까 시간과 노력이 엄청 든다. “빵을 금방 뚝딱 만드는 것 같아도 반죽하고 숙성시키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빵집 문은 오전 9시 30분에 열지만 서너 시간은 일찍 나와야 빵이 제대로 나온다. 일이 다 그렇듯이, 빵이 나오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길다.

이종국 대표는 ‘테마가 있는 빵가게’를 운영하고 싶다. 강화에 맞는, 강화 스토리에 맞는 ‘좋은 빵’을 만들고 싶다. 특별한 빵보다는 손님이 믿고 먹는 빵을 만들 계획을 늘 구상 중이다. 그래서 그날 만든 빵이 다 팔려서 가게 문을 닫았지만, 빵집 안은 밤 늦도록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인천시가 선정한 트랜스지방 안심제과점
인천시가 선정한 트랜스지방 안심제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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