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탁업체 노동자의 '갱신기대권', 폭넓게 해석되야
상태바
위·수탁업체 노동자의 '갱신기대권', 폭넓게 해석되야
  • 허진구
  • 승인 2022.11.24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칼럼] 허진구 / 노무사, 민주노총인천본부 부평노동법률상담소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만료와 관련한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정규직 보다는 기간제, 파견 등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요즘에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나 빌딩을 관리하는 경비·미화 등의 업무는 외부업체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맺고 위·수탁 관리계약을 맺은 업체가 노동자를 고용하여 해당 사업장에 파견을 나가 근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다면 위·수탁 관리계약이 계약기간 만료로 해지되고 새로운 외부 관리업체가 선정된 경우 이전 업체 소속 노동자의 고용이 승계되지 않을 때 부당해고로 인정받을 수 있을것인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은 그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는 당연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위·수탁 관리업체와 몇 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경비원 내지 미화원으로 근무한 경우 해당 노동자가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계약의 갱신을 기대(‘갱신기대권’)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갱신기대권은 법령에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노동관행 등의 내용, 계약체결 과정, 노동자의 업무내용 등에 비추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이다.

법원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등에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이 있거나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 기준 등 갱신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실태, 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 관계가 형성돼 그에 따라 갱신될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본다.

만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다면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중요한데,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갱신기대권이 노동자에게 있는지 여부는 이를 주장하는 해당 노동자가 증명해야 한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노동자가 시설경비업을 하는 회사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계약기간을 정해 계약직 근로계약을 여러 번 체결하면서 한 아파트에 경비원으로 근무했다. 각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근로관계는 자동종료된다’고 명시되어 있었고 회사는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했으나 해당 노동자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자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 역시 재심판정에 위법이 없다고 보았다. 법원은 비록 근로계약에 기간 만료시 근로관계가 자동 종료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해당 사건의 경우 아파트 시설경비 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해왔고, 합의했거나 귀책 사유가 있는 근로자를 제외하면 경비원들이 꾸준히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다는 점, 해당 노동자 역시 여러 차례 계약을 갱신해왔다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다음으로 문제 되는 것은 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인데 노동자의 언행과 근무태도가 입주민을 불쾌하게 하여 교체 요구가 있었다거나 근무태도가 불량이었다는 사실확인서는 뒤늦게 작성되고 제출됐다는 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갱신기대권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법리이다.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가 기간제 노동자의 남용을 방지하고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대승적인 차원에서 갱신기대권의 인정범위를 조금 더 폭넓게 해석하기를 바래본다.

인천국제공항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