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주민자치, 지속가능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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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주민자치, 지속가능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
  • 민혁기
  • 승인 2022.11.2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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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정책, 듣다]
민혁기 / 인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자치정책팀장

현재 운영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는 2012년,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에서 제시된 3가지 모델 중 협력형 모델이다. 이는 당시 법령 상 통합형 모델과 주민조직형 모델의 운영이 불가하기도 했으며, 동시에 현 법체제 안에서 지방정부가 갖고 있는 자원을 지역의 당사자인 주민들이 공론을 형성하여 근거를 마련하고, 지역의 다양한 현안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를 행위의 주체로서 조직화하여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주민주체의 법 기반 권한의 부재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효과성 때문이기도 했다.

인천의 주민자치회는 행안부 시범사업 1단계(2013. 7.)에 참여한 연수2동을 시작으로, 행안부 2단계 사업(2015. 11.)의 송도2동, 그리고 본격적으로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을 진행하며 2019년 기준 20개소, 2020년 88개소, 2021년 132개소, 2022년 현재 141개소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또한 주민자치회가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자원으로 인천시의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연결하여, 2019년 읍면동 단위 1억부터 2022년 읍면동 단위 4천만원까지 예산사업을 편성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인천의 주민자치회는 짧은 시간 동안 양적으로 확장하며, 동시에 읍면동 단위 주민총회까지 운영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실질적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주체로서 자리매김을 해 왔다.

하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민관협력형 모델은 자치분권법 내 시범사업에 대한 조항 외에 주민자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여 직접적인 권한이 부여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행정의 주민자치회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조례를 근거로 예산확보, 제도적 지원방안 마련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직접적인 권한 자체가 부여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주민자치회는 권한의 제약과 동시에 주민의 대표로서의 책임까지도 희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민자치가 지역사회, 특히 마을의 다양한 생태계와의 연계를 통해 더욱 활성화 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나 도시재생사업, 평생학습사업 등을 주도하는 주민기구로서, 그리고 주민자치센터 등 다양한 마을자원을 기반으로 주민자치를 하는 대표적 주민공론 기구로서 역할을 하도록 대안들이 행정 주도로 제시되어 왔다. 이를 주민자치 전문가들은 행정에서 판을 깐다는 의미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행정에서의 관점과 정책적 견인 방법은 담당공무원이 바뀔 때, 그리고 정치적 변화가 있을 때 마다 변화될 수 밖에 없다. 전체적인 방향성은 유지된다 하더라도, 세부적인 견인 방법이나 당장 주민자치회에 연결할 수 있는 자원의 성격과 규모, 범위 역시 변할 수 밖에 없다. 주민자치위원회와는 달리 주민자치회는 실질적 지역의 권한을 주민들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의 재분배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주민자치를 꿈꾸기 위해 다음의 두가지를 이야기 하고 싶다.

 

강하게 연결된 실질적 주민대표로서의 주민자치회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위원회와는 다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기존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주민자치센터의 기능을 심의하여 읍면동장의 권한하에 운영하게 하는 일종의 자문조직으로 기능해 왔다. 구성이나 읍면동장의 리더십, 그리고 위원장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주민자치 사례들이 생산되어 왔으나, 구조적으로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등의 자치적 역량을 발휘하는데는 한계가 명확했다.

반면 주민자치회는 지역 주민들의 대표로서 마을생태계 내의 다양한 주민조직들과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지역사회의 공론을 이끌고 이를 실현되게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기능과 권한이 설정되었다. 이러한 권한은 인천에서는 제도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활용, 주민의 대표로서 총회를 운영하며 행정의 권한을 공유하고 나누는 방식으로 분배되어 왔다. 이에 대하여 혹자는 적극적으로 마을생태계에 연결하며 주민자치위원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였고, 혹자는 여건의 한계로 적극적으로 마을생태계에 연결하지 못한 채 주민자치위원 위주의 의제와 계획으로만 운영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주민자치회는 단체자치가 갖는 한계를 보완하고, 또한 주민들의 주권을 절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체계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마을과의 연결을 목표로, 지향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지향이 지금은 더욱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지난 3년간, 인천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행정의 회계연도에 맞춰 1년단위 예산을 편성하고, 또한 보조금을 집행하며 기초단계로서의 실질적 주민자치와 행정과의 협치를 위한 역량을 길러오는데 집중하였으나, 이제부터의 주민자치는 누적된 역량을 발휘하여 적극적으로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으며 주민자치회에 연계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는 등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실현하며 인천의 주민자치제도를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할 단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다양하게도 주민자치회는 지역의 다양한 자산, 자원, 사람과 연계되어야 한다. 읍면동 단위 주민자치는 단순히 30명~50명의 규모로 이뤄낼 수 없으며, 또한 주민자치가 실현될 수 있는 근거와 힘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바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자치회는 지역의 마을공동체, 즉 다양한 주민조직들과 강한 연계로 운영되어야 한다. 마을공동체의 다양한 참여로 지역의제의 다양화, 사업의 다양화, 그리고 참여문화의 고도화 등도 동시에 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참여 기반 풀뿌리 민주주의의 과정을 실현할 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이는 주민자치회에 부여된 권한을 마을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재분배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통해 가능하다.

 

주민들의 공론을 모을 수 있는 강한 주민총회

다음으로 이야기 해야하는 것은 주민총회다. 스위스의 란츠게마인데를 보면 게마인데 단위의 주민총회는 그 지역사회의 법령도 정할 수 있는 주민들의 최종의사결정기구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주민총회는 법 제도의 미비로 주민들의 대표적 공론장으로서의 권한만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주민총회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이 갖고 있는 권력인 주권은 모일수록 더욱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주민총회에 모여지는 의견은 운영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결국 지역 주민들의 총론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으며, 이러한 총회의 결과는 법적 근거가 미약해도 대의민주제로 운영되고 있는 정치체계에서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즉, 참여하는 주민들의 성숙한 합의와 공론의 과정이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며, 이러한 결과가 지방정부 또는 중앙정부에 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자치회가 주민들의 권한을 더욱 확대시키며 주민자치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결과로서의 주민총회가 아닌 주민들의 영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과정으로서의 주민총회로, 단일 행사로서의 총회가 아닌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과정으로서의 총회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자치회는 실질적으로 주민을 대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빈약한 대표성에 대한 근거 역시 확보할 수 있다.

주민총회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이미 지방자치법에도 존재한다. 주민조례발안제, 주민소환제, 주민투표제 등도 주민총회를 활용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사업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공론의 결과로 지방 또는 중앙정부에 관여하거나 제안해야 하는 경우 역시 총회를 통하여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마무리하며

마을공동체와 풀뿌리민주주의, 그리고 자치분권과 주민자치를 지지하는 개인으로서 주민자치위원회, 그리고 변화된 주민자치회에서 무보수 명예직으로 지역 주민들의 대표역할을 맡아 꿋꿋하게 마을을 일궈오고 계신 모든 주민자치 리더, 활동가, 위원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들은 우리나라가 아직 해보지 않은 지방행정의 방식과 자치분권제도를 스스로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쉽게 비판받을 수 있는 영역에 선한 마음과 호혜성을 바탕으로 참여하며,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견뎌내고 있는 이들은 그 과정과 결과와 상관없이 인정받아야 한다.

또한 이런 주민자치제도를 더욱 원할히 하기 위해 공공의 자원 역시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예산, 참여제도, 권한, 인정체계, 활성화 사업, 법적근거, 효능감 제고 등 무엇이 되었든 주민자치가 더욱 활성화 되게 하기 위해 행정에서 여전히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그래서 행정에서 판을 깔고 주민들이 해야 한다는 말에 쉽게 공감이 간다.

그래도, 지금까지 행정에서 판을 어떻게 깔아야 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해왔으니, 이번엔 우리, 주민자치회와 마을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주민자치회는 절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또한 주민자치는 서두른다고 쉽게 완성되지도 않는다. 숨 고르기를 하고, 관계망을 넓혀가며, 마을안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이어 갈 때, 어느새 우리는 더 나은 주민자치를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숨 고르기 하며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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